칼럼 서브메뉴카테고리

검색

0

처벌조항 삭제된 '간호법' 통과시 심각한 위헌 소지, 헌법소원 가능...간호사 실수로 환자 사망해도 처벌 불가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기사입력시간 22-05-19 07:04
최종업데이트 22-05-19 08:45

이 기사를 많이 읽은 의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간호법의 위헌소송 가능성과 위헌소송의 쟁점이 될 부분을 살펴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벌할 규정이 없는 간호법은 '부진정입법부작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헌법소원심판청구가 가능하다. 

‘입법 부작위’는 헌법에서 기본권 보장을 위해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 위임을 했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입법부작위는 '진정입법부작위'와 '부진정입법부작위'로 나눠 볼 수 있다. 

'진정입법부작위'란 입법자가 헌법상의 입법 의무가 있는 어떤 사항에 대해 전혀 입법을 하지 않음으로써 입법 행위에 흠결이 나는 것을 말한다. '부진정입법부작위'란 어떤 사항에 관해 법률을 제정한 입법자가 그 법률의 내용, 범위,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불공정하거나 불완전하거나 불충분하게 규정해 입법 행위에 결함을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입법 작용 또한 헌재법 제68조에서 말하는 공권력 작용에 해당한다. 따라서 '부진정입법부작위'의 경우 법률 자체를 대상으로 해 그 법률의 불완전, 불충분, 불공정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간호법에 처벌 조항 모두 삭제해 '입법의 불비' 

간호사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언적 규정으로만 명시해 놓고, 이에 대한 구체적 처벌 법규를 모두 삭제해  규정하지 않은 ‘입법의 불비’라고 볼 수 있다. 

간호사가 위법 행위를 했어도 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처벌할 수 없다. 현행 규정으로는 규제할 수 없는 법안인 것이다. 법안심사소위 전까지는 있었던 규제 조항이 모두 삭제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무면허 의료행위금지 등 삭제 ▲감염병 환자 등의 업무거부 금지 등 삭제 ▲간호기록부 면책사유 등 삭제 ▲전자 의무기록 등의 정보누설 금지 규정 삭제 ▲감독지도와 명령 규정 삭제 ▲면허 또는 자격취소와 재교부 조항 삭제 ▲자격 정지와 행정 처분 조항의 삭제 ▲벌칙 조항 및 양벌규정 조항 등 모든 벌칙조항이 삭제됐고, 이는 심각한 문제다. 

지난달 제주도 한 대학병원에서 13개월 아이가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담당 의사는 호흡이 불편한 아이에게 '에피네프린'이란 약물을 처방했다. 호흡기 장치를 통해 조금씩 들이마시면 숨을 쉬기가 편해진다. 그런데 간호사는 약물을 아이의 혈관에 주사로 놨다. 주사로 놓을 경우 적정량은 0.1mg, 아이에게 투여된 약물은 5mg으로 기준치의 50배가 넘었다.  5mg이면 13개월 아이한테에피네프린이 심장에 직접적으로 작용해서 심각한 부정맥 내지 바로 심정지가 올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 입원 하루 만에 아이는 세상을 떠났다.  

이번에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을 이 사건에 적용한다면 제주도 대학병원에서 13개월 아이가 숨지는 사건은 간호사의 실수로 사망한 경우가 최종적으로 확인됐다고 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어진다. 양벌규정이 삭제된 간호법에서는 처벌 규정이 없어져 처벌할 수가  없다. 

결국 처벌은 의사인 의료기관의 장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부과할 수밖에 없고, 해당 간호사에게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간호법은 국민건강과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큰 틀에서의 논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처벌 규정이 없는 간호법은 부진정입법부작위 

처벌할 규정이 없는 간호법은 '부진정입법부작위‘로 볼 수 있다. 부진정입법부작위는 법령이 제정돼 있지만 그 내용이 불충분해 위헌성이 제기되는 경우를 말한다. 

부진정입법부작위는 입법행위를 통한 법령이 존재하므로 '법령'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입법부작위'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거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할 수는 없다.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형태의 헌법소원심판청구의 경우에도 해당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를 심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에 있어서 요구되는 기본권 침해 직접성 및 자기관련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향후 헌법소원을 하는 경우 다음의 판례를 참고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입법부작위의 의미에 대하여 "넓은 의미의 '입법부작위'에, ① 입법자가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는 어떤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입법행위의 흠결이 있는 경우'(즉, 입법권의 불행사)와 ② 입법자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은 하였으나 그 입법의 내용ㆍ범위ㆍ절차 등이 당해 사항을 불완전ㆍ불충분 또는 불공정하게 규율함으로써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는 경우'(즉, 결함이 있는 입법권의 행사)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전자를 진정입법부작위, 후자를 부진정입법부작위라고 부르고 있다."라고 판시하였다(헌법재판소 1996. 10. 4. 선고 94헌마108 결정)위 결정례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는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않는 경우를 진정입법부작위, 입법은 하였으나 불완전ㆍ불충분ㆍ불공정 등으로 인해 결함이 있는 경우를 부진정입법부작위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참고 판례, 헌법재판소 1996. 10. 4. 선고 94헌마108 결정) 

간호법은 이제  국회 법사위로 넘어갔다. 법사위의 법률 전문가들이 간호법이 처벌할 조항조차 없는 법률로 ‘입법의 불비’라는 것을 모를리 없다.

국회 법사위의 합리적인  결정으로 국가 보건의료에 있어 도움이 될 리가 없는 의사와 간호사 사이에 감정적이고 소모적인 대립이 중단되리라고 믿는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