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대한병원협회가 2021년도 수가협상을 진행하던 시점에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를 예상하지 못한 만큼, 2022년도 수가협상에서는 그간의 경영 손실과 장기적인 보건의료 대응을 고려한 인상분을 받아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타 유형과 달리 지난해 진료비 증가가 발생한만큼 원하는 인상분을 받기 위한 여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장은 12일 오후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단장 이상일 급여상임이사)과 2022년도 1차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이날 협상 시작에 앞서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해 협상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될 것을 예측하지 못하고 협상에 임했다"면서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사실상 코로나19가 끝나지 않고 보건의료계가 계속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올해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지난 1년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병원계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일반환자들의 안전한 진료를 위해서도 일해왔다"면서 "실질적으로 회계결산자료를 파악한 결과, 지난해 급여비는 증가했으나 비급여와 검진 등의 수익은 대폭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년간 SGR 모형에 대한 지적을 이어왔음에도 올해 협상에서도 발전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환자 절대 수 감소와 보건의료인 인력 증가, 인건비 증가, 방역활동비용 증가와 함께 SGR 문제점 등을 반영한 협상이 이뤄지도록 임하겠다"고 밝혔다.
송 부회장은 "병원계와 건보공단이 보건의료체계를 발전시키는 주체로 합심해 국민들이 건강한 서비스를 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단에서도 이 같은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협상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병원 급여비 4000억 증가…타 유형은 감소·건보료 인상 어려움 등 불리한 상황"
모두발언 예고처럼 첫 협상장에서 병협 측은 코로나19 선별진료소와 안심병원 운영, 방역 관련 인력 확충, 비급여 수익 감소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SGR 모형의 기준년도 문제도 지적했다.
하지만 공단 측이 첫 협상장에서 타 유형과 달리 진료비 인상이 발생한 데이터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하는 인상분을 받기까지 녹록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병협은 진료비 증가 폭이 클 뿐 아니라 보험자와 가입자 측이 건보료 인상의 어려움을 강조하고 있어 밴딩 폭 자체도 넉넉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송 부회장은 첫 협상을 마친 후 "다른 유형은 모두 지난해 진료비 총액이 감소한 반면 병원계만 급여비 4000억원 정도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했다. 유리한 입장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4000억원 중 코로나19 검사와 치료, 안심병원 등으로 늘어난 부분이 있어 억울한 측면도 있다. 일부러 늘린 게 아니라 보상을 받은 비용이므로 제외시켜야 한다"고 해명했다.
게다가 "병협의 자체적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병원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중소병원의 경우 장례식장 운영시 체온을 재는 인력을 별도로 채용해야 하는 등 예상치 못한 비용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불가피하게 지출이 증가하는 부분을 객관적 데이터로 마련해 2차 협상에서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가 1년 내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국민들은 더 강화된 안전을 요구하고 있다. 병원은 감염 예방을 위해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고 다양한 방역활동을 해야 할 것"이라며 "방역과 감염방지 등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병원에 적정한 재원이 지원돼야 한다"고 수가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인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병협 1차 협상 모두발언에서 "코로나 위기라는 파도를 이겨내기 위한 병원계의 노력이 상당히 컸고, 지금도 국민건강을 위해 감염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의 고용 상황은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국민들이 상당히 지쳐 있다"고 말했다.
이 급여상임이사는 "공급자들이 경영 여건의 어려움으로 협상에 거는 기대치가 크지만, 국민들이 보험료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가입자와 공급자 양측의 간극이 상당한만큼 밴딩 폭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간극을 좁히기 위해 수가협상 과정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료계 노력과 장기적 관점에서 인프라 유지의 필요성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나갈 것"이라며 "국민의 납부 능력 범위를 고려한 합리적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소통해 협상에 성공하겠다"고 했다.
건보공단 협상단 측이 공급자 간담회, 1차 재정소위에 이어 또다시 '건보료 인상의 어려움'을 언급한 만큼 올해 수가인상규모인 밴딩폭은 1조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더해 병협은 타 유형과 달리 지난해 수익이 증가한만큼 더욱 어려운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