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염증성 장질환 치료 목표가 증상 개선을 넘어 깊은 관해와 장기 질병 조절로 확장되는 가운데, 이중작용 인터루킨-23(IL-23) 억제제 트렘피어(성분명 구셀쿠맙)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모두에서 급여 적용을 받으며 치료 선택지 옵션이 확대됐다.
존슨앤드존슨(J&J)의 제약부문 국내 법인 한국얀센은 30일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에서 트렘피어의 염증성 장질환(IBD) 건강보험 급여 출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한국얀센 크리스찬 로드세스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존슨앤드존슨은 지난 30여 년간 염증성 장질환 분야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에 전념해 왔으며, 지속적으로 치료 효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왔다"며 "이번 급여 출시로 트렘피어의 치료 접근성이 확대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하며,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보다 깊고 지속적인 질환 조절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트렘피어는 6월 1일부터 중등도·중증 활동성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앞서 트렘피어는 2018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광선 요법 또는 전신치료요법을 필요로 하는 중등도에서 중증의 성인 판상 건선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후 ▲보편적인 치료에 반응이 불충분한 중등도에서 중증의 성인 손발바닥 농포증의 치료제 ▲DMARDs에 대한 반응이 적절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성인 활동성 건선성 관절염의 치료제 ▲기존 치료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중등도에서 중증의 활동성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 허가됐다.
급여 대상은 기존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환자, 또는 보편적 치료 약제가 금기인 환자다. 구체적으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6-메르캅토푸린, 아자티오프린 등 보편적 치료 약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중등도·중증 궤양성 대장염 환자, 보편적 치료 2가지 이상에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중등도·중증 활동성 크론병 환자 등이 포함된다.
트렘피어는 IL-23의 p19 서브유닛에 결합해 염증 유발 신호를 차단하는 완전 인간 유래 단일클론 항체다. 동시에 IL-23의 주요 생성원으로 알려진 CD64+ 면역세포에 결합하도록 설계돼 염증 신호와 근원을 함께 표적하는 이중작용 기전을 보유하고 있다.
"IBD 치료 목표, 증상 개선 넘어 장 손상 막는다"
대한장연구학회 회장 정성애 교수(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 목표가 증상 조절 중심에서 내시경적·조직학적 치유를 포함한 '깊은 관해'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한 번 진단되면 환자가 누적되는 만성질환"이라며 "특히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사이에 많이 진단돼 대학, 취업, 결혼, 출산 등 인생의 중요한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시기에 질환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염증성 장질환에서 조기 치료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크론병은 시간이 지나며 장 협착이나 누공 등으로 진행해 수술이 필요할 수 있고, 궤양성 대장염 역시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장 손상과 기능 변화, 암 발생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질환 초기에 잘 조절해 좋은 상태를 오래 유지하면 장 손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현재 치료 목표의 개념"이라며 "환자마다 중증도와 생활 환경, 예후 인자가 다른 만큼 개별화된 치료 목표를 정하고 모니터링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치료제가 도입됐음에도 여전히 상당수 환자가 충분한 질병 조절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트렘피어와 같은 새로운 기전의 치료 옵션은 치료 전략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트렘피어의 기전에 대해 "L-23은 염증성 장질환의 주요 염증 경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CD64+ 면역세포는 IL-23의 주요 생성원으로 알려져 있다"며 "트렘피어는 IL-23 차단과 CD64 결합을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작용 IL-23 억제제로, 치료 목표로 제시되는 깊은 관해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치료 반응 없던 환자, 급여 적용으로 치료 선택지 확대
대한장연구학회 IBD 연구회위원장 홍성노 교수(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는 트렘피어의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임상 근거를 소개했다.
홍 교수는 "중등도·중증 궤양성 대장염은 하루 5~6회 이상의 설사와 혈변이 동반돼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를 의미하고, 크론병은 중등도 이상의 복통과 전신 쇠약감으로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기존 보편적 치료제나 생물학적 제제, 소분자 제제 등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반응이 소실된 환자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적응증의 허가 임상 연구를 통해 트렘피어는 크론병에서 임상적 관해와 내시경적 관해를 동시에 달성하는 깊은 관해 효과를 보였다. 궤양성 대장염에서는 내시경적 관해와 더불어 조직학적 관해 등 주요 지표에서 의미 있는 개선 가능성을 확인하며 새로운 IBD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발표된 장기연장(LTE) 연구에서도 지속적인 효과와 일관된 안전성이 확인된 만큼, 국내에서도 초기 단계부터 깊은 관해를 목표로 하는 치료 전략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궤양성 대장염 적응증은 QUASAR 3상 임상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연구는 중등도·중증 활성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트렘피어의 유도요법 12주와 유지요법 44주의 유효성·안전성을 평가했다. 기존 생물학적 제제, 면역조절제 또는 JAK 억제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불내성을 보인 환자도 포함됐다.
홍 교수는 "트렘피어는 투여 1주차부터 위약 대비 빠른 증상 개선을 보였고, 12주차에는 약 2명 중 1명에서 증상적 관해가 달성됐다”며 “환자 3명 중 2명이 임상적 반응을, 약 4명 중 1명이 임상적 관해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유지요법 44주차에는 200mg Q4W 투여군에서 약 50%, 100mg Q8W 투여군에서 약 45%의 환자가 임상적 관해를 달성했다. 내시경 관해율은 각각 34%, 35%, 조직학적 관해율은 61%, 59%로 나타났다.
크론병 적응증의 효능과 안전성은 GALAXI 2·3 임상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해당 연구는 중등도·중증 활동성 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트렘피어의 유도요법과 유지요법을 평가했으며, 활성 대조군으로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와 비교했다.
GALAXI-2와 GALAXI-3 통합 분석에 따르면 48주 시점 내시경 반응률은 트렘피어 200mg Q4W 투여군 53%, 100mg Q8W 투여군 48%로, 스텔라라 투여군 37%보다 각각 16%p, 11%p 높았다. 임상적 관해와 내시경 관해를 모두 충족하는 깊은 관해 달성률은 각각 34%, 30%로 스텔라라 투여군 22% 대비 유의하게 높았다.
홍 교수는 "깊은 관해는 증상이 좋아지는 것뿐 아니라 내시경적으로도 장 점막이 회복되는 상태를 의미한다"며 "피부 상처가 아프지 않은 상태를 넘어 새살이 돋고 회복돼야 나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했다.
이어 장기 데이터가 제시됐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QUASAR 장기연장 연구에서는 약 95%의 환자가 92주까지 치료를 유지했으며, 92주 시점 임상적 관해율은 200mg Q4W 투여군 74%, 100mg Q8W 투여군 71%로 나타났다. 내시경 관해율은 각각 44%, 42%, 조직학적 관해율은 66%, 67%였다. 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GALAXI-1 5년 장기 연구에서도 기존 승인 적응증과 일관된 안전성 프로파일이 확인됐다.
"급여 기준 안에서 빠른 치료 상향 필요"…관해 후에도 유지 치료 권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국내 급여 기준과 치료 접근성,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 방안이 논의됐다.
정 교수는 현재 국내 급여 기준에 대해 "처음 환자가 왔을 때 바로 생물학적 제제를 쓰는 것은 급여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다만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조절제를 보다 빠르게 사용해 반응을 판단하고, 필요하면 생물학적 제제로 넘어가는 가속화된 단계적 치료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증상이 개선됐더라도 CRP, 분변 칼프로텍틴 같은 객관적 염증 지표와 내시경, MRI, CT 등을 통한 모니터링으로 잔존 염증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며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상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홍 교수는 IL-23 억제제를 우선 고려할 수 있는 환자에 대해 "일부 약제는 효과가 좋은 반면 감염 등 안전성 측면의 우려가 있을 수 있고, 다른 약제는 안전성은 좋지만 효과가 늦게 나타날 수 있다"며 "트렘피어는 효과와 안전성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어 다양한 환자에서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해 도달 후 치료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유지 치료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 교수는 "깊은 관해는 내시경과 조직검사상 염증이 좋아진 상태까지 포함한다"며 "좋아진 뒤 약을 끊으면 재발하는 환자가 약을 유지하는 경우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현재는 관해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약물 투여를 권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얀센 의학부 김수아 전무는 "트렘피어는 단순한 증상 개선뿐 아니라 내시경적·조직학적 관해를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6월 1일부터 생물학적 제제를 쓰지 않았던 환자에서도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게 돼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