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국민 의료비와 건강보험재정의 효율적 관리’를 주제로 서울시립대학교·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최 ‘제2차 건강정책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서 권순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료비 총액의 거시적 관리 필요성을 언급하며 ‘총액계약제’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패널 토론에 참여한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총액계약제 도입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현행 제도 하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재정 관리 필요성에 공감하며 정부지원 확대, 지출 효율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관련기사=“대만 총액계약제 경험? 20년간 의사연봉 안올라”]
“의료비 총액의 부문별·지역별 배분 고려해야”
권순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국민 의료비와 건강보험재정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의료비 총액의 거시적 관리 필요성을 제안했다.
총액계약제는 의료공급자 단체와 지불자 간 의료비 총액에 대한 계약을 한 후 실제 의료비가 계약한 액수를 초과하면 그 비용에 대해 이듬해 수가 또는 지불금액의 조정 등을 하는 지불제도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의료공급자들이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거시적 차원의 총액을 관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진료비 지불제도는 영역에 따라 행위별수가제, 포괄수가제 등이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는 부문별 지역별로 의료비 총액을 관리한다는 의미이며 개별 기관에 예산을 할당하는 것은 아니다. 개별 의료기관에 대한 의료비는 해당 공급자의 의료제공과 생산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권 교수는 “부문별 지역별로 의료비 총액이 결정된다는 것은 가격과 수량이 연동된다는 의미”라며 “의료제공량이 증가할수록 단위 가격이 감소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부문별로 정해진 총액은 민간주도 의료체계에서 개별 의료공급자의 의료제공 과잉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료공급자 단체의 자발적 통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기능 약화로 의료자원의 비효율적 배분과 의료비 상승이 야기되고 있다”며 “지역별 배분을 통해 의료자원의 지역 간 균형 배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 “총액계약제 대안 부정적”·복지부, “건보 재정 관리 중요”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총액계약제 대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기존 제도 하에서 문제가 되는 사안들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대하 의무이사는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 고갈 가능성 등의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지불제도·의료 비용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행 제도의 문제점 파악이 선행되지 않으면 어떤 좋은 제도를 도입해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의무이사는 “아직까지 기존 총액계약제, 포괄수가제 대안이 부정적이라는 (의협의) 공식 입장 변화가 없다”며 “다만, 재정 절감이나 의료 비용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고 염려하는 부분이다. 총액계약제의 경우 독일, 대만이 대표적 사례인데 해당 국가에서 (총액 관리를 통해) 실제로 비용 절감을 했는지,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불제도에 대해 의협 측에 유리한 면도 있는데 왜 반대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한 마디로 말하면 불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며 “문재인 케어 시행 당시에도 재정위기 심화 등이 거론됐고 최근 이를 입증하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어떤 좋은 제도를 해도 신뢰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도 건강보험 재정 관리 필요성에 뜻을 같이하며 보험료, 국고지원, 지출 효율화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기일 국장은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제도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재정”이라며 “수입 측면에서는 보험료, 정부 지원 확대 문제, 지출 측면에서는 지출 효율화 문제가 있다. 현재 보험료, 국고지원 준비금 등에 대해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병상 총량 문제도 있다. 해마다 병상이 2만개 정도 늘고 있다”며 “내년 2월 28일부터 병상 총량 관리가 가능하게 된다. 동시에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논의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제도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는 안목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