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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안 돋보기] 격론 속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20대 국회서 운명은

    의료계·소비자단체 현격한 입장차...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한 차례 파행

    기사입력시간 2019-07-27 05:57
    최종업데이트 2019-07-29 05:26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두고 의료계와 보험업계·시민사회단체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모습이다.

    의료계는 환자 개인정보 유출, 진료 적정성 문제 등을 바탕으로 실손보험 청구 대행 법안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보험업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업무 효율화, 국민 편익 제고 등의 이유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찬성, 반대 논쟁이 가열되며 계류 중이다. 여기에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일정이 한 차례 파행되며 법안 논의 방향에 이목이 집중된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의 역사와 쟁점, 전망을 조명해봤다.
     
    20대 국회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발의 잇따라

    의료기관이 보험회사에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 시도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0년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을 때 제출 서류를 간소화하고 표준양식을 사용하도록 금융위원회에 권고했다.

    2016년에는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등 정부 합동으로 온라인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보험금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20대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2건의 법안이 발의되며 논쟁이 격화됐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지난해 9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고 의원의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기관이 그 요청에 따르도록 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해당 서류 전송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자 했다.

    올해 1월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또 다른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보험회사의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 구축·운영, 전문중계기관 위탁 등을 추진하고자 했다.

    의료계 즉각 반발...“실손보험 청구대행, 환자 정보 유출·의료기관 기본권 침해”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각 지역의사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실손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의료기관에 행정 부담을 전가하는 위헌적 입법이라며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특히 민감한 환자 개인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한의사협회는 “실손보험사와 아무런 법적 관계를 맺고 있지 않는 의료기관이 왜 국민의 민감한 정보를 보험회사에 직접 전송하거나 실손보험사가 지정한 기관에 전송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국민의 진료정보와 건강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보장된 의료기관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대한 입법 논의 즉각적 중단과 해당 법안의 폐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의무가 없는 의료기관에 관련 의무를 부과하는 위헌적 입법이라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대한의원협회는 “법적 의무가 없는 의료기관에 청구대행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독재 국가에서나 가능한 극히 위헌적 법안이다”라며 “의료기관에 의료법을 위반하도록 교사하는 법안이다.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서류 전송을 심평원에 위탁하면 진료 적정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살리기특별위원회와 대한지역병원협의회는 “심평원에 해당 서류 전송 업무를 위탁하는 행태는 단순해보이지만 이는 진료 적정성 문제를 끌어올 것이다. 결국 의료기관의 진료를 제한하고 국민들 진료를 방해하며 보험사들에게는 수익을 극대화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파행...보험업법 개정안 처리 향방은

    이번 임시국회 기간 중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점쳐졌다. 하지만 지난 16~17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여야 간 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며 불발됐다.
     

    현재 ‘보험업법 개정안’을 둘러싼 의료계, 보험업계·시민사회단체 간 간극은 여전히 좁혀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보험업계는 청구 간소화 시스템으로 업무 효율화 장점이 크고 병원의 과잉진료,보험사기를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경우 국민 편익 제고 등을 바탕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료계는 문제가 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경우 강력한 투쟁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의료계 우려에도 불구하고 동 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진행될 경우 전국 13만 회원의 강력한 투쟁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 번 엄중하게 천명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