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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는 주사기 재사용도 처벌하는데 한의사 봉침·약침은 왜 검증 안하나

    [칼럼]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기사입력시간 2018-08-21 07:00
    최종업데이트 2018-08-21 07:0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세라 칼럼리스트]봉침을 맞은 환자의 사망 사건으로 의료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한의원을 찾은 30대 여성이 아나필락시스라고 하는 이상과민 반응(아나필락시스, anaphylaxis)에 의해 사망한 것이다. 

    성균관대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송승현 법학박사는 ‘인권과 정의’ 2016년 9월호 ‘한약 및 약침을 짓는 시스템의 법적 문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결론을 내렸다.

    “한약 및 약침을 짓는 행위 자체의 측면에서는 약사법 제23조 제1항을, 한약 및 약침을 짓는 행위의 시설측면에서는 약사법 제23조 제2항  제31조 제1항과 제2항, 그리고 의료법 제36조 제 1호 동 법 시행규칙 제34조를 위반했다. 결론적으로 특별법인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3조를 위반했다. 의약품은 사람의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병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학에서 사용하는 의약품이든 한방에서 사용하는 의약품이든 관계없이 양측 모두 마찬가지다. 한방에서 사용하는 의약품은 그 원료가 생약재(한약재)이고 한방 의료행위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의료행위라고 하더라도 이를 이용해 의약품을 만들 때는 여기에 따르는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현재 의약품에 대해 의료법과 약사법이 규정하고 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의학에서 아나필락시스는 의사들도 원인을 정확히 모르고 대처할 방법도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의사들이 학문적으로 인정하는 아나필락시스의 치료 혹은 대응 방법은 ‘에피네프린’이라고 하는 응급약물을 환자의 피하에 주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라면 누구나 알 듯,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 환자에게 에피네프린을 주사하는 방법만으로 약물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를 살려내기는 매우 어렵다.

    약물이 작동하는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그 사이에 생길 수 있는 3분 정도의 호흡 곤란 상황을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 생존 이후에도 뇌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응급처치를 위해 즉각적인 안정제 투입과 기도 확보(기도삽관 포함)을 해야 한다. 혈압강하에 대한 대응과 정맥으로의 약물 혹은 수액공급을 위한 정맥주사 경로확보 등도 고려해야 한다. 심장 이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각종 장치도 필요하다. 이 일은 전문가인 의사조차 오랜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단 몇 분 안에 해결할 수 없다.

    이 모든 사실을 뒤로 하더라도 약물 투약만으로 치료가 되고 이를 의료행위로 인정한다면 모든 의료와 의료법, 전체 우리나라 법률 전체를 뒤흔들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이유로 대한한의사협회가 전문의약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겠다는 주장은 '의학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 수술을 맡기는 것'과 다름 없다. 한의계는 수지침이나 뜸과 같은 문제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일반인들의 시술을 반대해왔는데, 전문의약품 사용 주장이 얼마나 합당한 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의사들은 많은 제약 속에 진료를 하고 있다. 그만큼 환자들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이를 반증하는 사건이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17일 의사들이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면 처벌하고, 약물이 유효기간이 지난 것을 사용해도 처벌하는 규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즉, 의사는 환자 안전을 침해한다면 작은 위반이라도 처벌을 받도록 법률적인 규정을 엄격하게 해놨다. 

    봉침이나 약침은 인체에서 어떤 효과를 발생시키고 어떤 부작용을 만들지 모른다. 그런데도 어설픈 이유를 대면서 안전성이나 유효성을 검증하지 않은 봉침을 사용할 수 있다면 안전을 강조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인지 묻고 싶다. 

    논문 내용중에 관련 법을 하나 소개한다. 봉침과 약침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약사법 제23조 제2항은 “약사 또는 한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할 때에는 약국 또는 의료기관의 조제실(제92조 제1항 제2호 후단에 따라 한국희귀의약품센터에 설치된 조제실을 포함한다)에서 해야 한다. 다만,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동 법 제31조 제1항은 “의약품 제조를 업(業)으로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기준에 따라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제조업자가 그 제조(다른 제조업자에게 제조를 위탁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한 의약품을 판매하려는 경우에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품목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제조판매품목허가를 받거나 제조판매품목 신고를 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의료법 제36조 제1호는 “제33조 제2항 및 제8항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 1.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른 시설기준 및 규격에 관한 사항”이라고 규정하고있고, 동 법 시행규칙 제34조는 “법 제36조 제1호에 따른 의료기관의 종류별 시설기준은 별표 318)과 같고, 그 시설규격은 별표 419)와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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