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감염을 방치한 동네의원 원장이 혹독한 형사상 책임을 져야할 상황에 처했다.
1970년대 의사면허를 취득한 산부인과 전문의 K씨는 2009년 9월부터 간호조무사인 A씨와 함께 서울에서 I의원을 개설해 운영했다.
간호조무사 A씨는 2012년 10월까지 허리, 어깨, 무릎 등의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들에게 용태를 묻거나 엑스레이를 판독하는 등 사실상 진찰행위를 했다.
또 척수 등의 불균형 상태를 교정하는 추나요법을 하고, 환자들의 통증 부위에 트리암주, 하이알주 등을 투여하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
그런데 2012년 4월부터 9월경까지 A씨로부터 주사를 맞은 243명의 환자 가운데 61명에게서 비정형 마이코박테리아 감염, 화농성 관절염, 농양, 염증성 관절염, 결핵균 감염 등의 집단 감염증이 발병했다.
간호조무사 A씨는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가 시작되자 2012년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질병관리본부, 식약처, 서울시, 관할 보건소가 I의원을 현장조사한 결과 냉장고에는 쓰다 남은 다수의 주사제가 음료수와 함께 보관돼 있었다.
환자에게 투여하고 남은 주사제를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다른 환자에게 재사용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A씨는 1회용 장갑을 착용하거나 주사 부위를 소독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주사기를 재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I의원 개설자인 K원장은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K원장은 A씨가 실질적으로 진료한 환자들을 자신이 진료한 것으로 속여 건강보험공단에 5740만원의 진료비를 청구해 사기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2013년 5월 공소 제기됐다.
K원장은 A씨의 무면허의료행위를 방치해 환자들의 집단 감염을 초래한 업무상 과실치상죄 혐의도 받았다.
법원은 2014년 12월 K원장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치상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사기, 의료법 위반죄를 인정, 징역 1년 실형을 최종 확정했다.
K원장은 집단 손해배상소송에도 휘말렸다.
서울고법은 환자 18명이 청구한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K원장의 과실을 인정, 7억 4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K원장은 A씨에게 면허를 대여했을 뿐 A씨를 관리 감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K원장은 간호조무사 A씨를 지휘, 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으므로, A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와 관련해서도 A씨의 사용자 지위에 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못 박았다.
특히 재판부는 "K원장은 A씨의 사용자로서 A씨의 불법행위로 인해 환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 환자 외에도 I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또다른 피해자 10여명도 현재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중이어서 K원장의 배상액은 1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