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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서울대병원 22개 진료과 과장들 "전공의 선발 중단하라"

    17일 면접 시작 앞두고 성명 발표 "강행시 의료 질 저하 불가피…선발 중단하고 정부 기능 안정 후 재개해야"

    기사입력시간 2024-12-16 15:21
    최종업데이트 2024-12-16 16:18

    서울대병원 22개 진료과 과장들이 16일 전공의 모집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울대병원 진료과 과장들이 전공의 선발 과정을 즉각 중단하고 정부 기능이 안정된 이후 재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최근 마감된 2025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23개 진료 과목을 통틀어 지원자 수(정원 161명)가 두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는데, 과장들이 선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실제 지원자 선발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해졌다. 서울대병원 전공의 지원자 면접은 당장 17일부터 시작된다.
     
    16일 서울대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서울대병원 22개 진료과 과장들은 보건복지부에 전공의 선발 중단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서에는 마취통증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소아청소년과, 심장혈관흉부외과를 제외한 22개 진료과 과장들의 이름이 올라갔는데, 진료과 과장들 명의로 성명서를 내는 건 드문 일이다. 

    이들은 “현재 국가적 비상 상황과 전공의들을 향한 위협, 보건복지부의 행정 기능이 제한된 상황에서 현재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는 건 무리”라며 “우리는 즉각적 선발 절차의 중단과 정부의 기능이 정상화된 후에 내년도 전공의 모집을 재개할 것을 복지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12월 5일 전공의 원서 접수 시작일은 결코 평범한 날이 아니었다. 바로 이틀 전,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군용 헬기가 서울 밤하늘을 가르며 국회에 특전사들을 투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포고령과 관련해 “전공의를 잠재적 처단 대상으로 규정한 이 상황에서 복지부가 단 하루 만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전공의 모집을 개시한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전공의 지원율이 8.7%에 불과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는 비상계엄과 국가적 혼란을 예측하지 못하고 전공의 모집 계획을 수립했을 것이다. 리더십 공백 속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없고, 국방부나 교육부 등 관련부처 간 협의도 불가능한 복지부의 현 상황도 이해한다”며 “그러므로 지금 당장 (전공의 선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비상계엄에 따른 국가적 혼란, 복지부의 리더십 공백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한 지금 의료의 백년대계인 전공의 선발을 무책임하게 강행해선 안 된다. 당장 진료에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 향후 의료 질 하락의 원인이 될 것”이라며 “전공의 선발 중단은 한국 의료의 미래와 국민 건강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할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서울의대 비대위가 지난 5일부터 이틀간 교수들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전공의 모집’ 설문조사에서도 레지던트 지원자를 ‘예년과 같이 심사해 선발해야 한다’는 응답은 21.2%로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복귀 가능한 사직 인원을 제외하고 일부만 선발한다’는 응답 비율이 50.3%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지원자가 있더라도 선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 27.8%였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선발 과정을 즉각 중단하고, 정부의 기능이 안정된 이후 재개하라![전문]

    보건복지부는 지난 12 월 5 일 전공의 모집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선발 절차에 돌입했으며 면접 시험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국가적 비상 상황과 전공의들을 향한 위협, 보건복지부의 행정기능이 제한된 상황에서 현재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는 즉각적인 선발 절차의 중단과 정부의 기능이 정상화된 후에 내년도 전공의 모집을 재개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12 월 5 일의 전공의 원서접수 시작일은 결코 평범한 날이 아니었다. 바로 이틀 전, 12 월 3 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군용 헬기가 서울의 밤하늘을 가르며 국회에 특전사들을 투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민이 충격과 공포에 빠진 그날 밤에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이 발표되었고, 전공의들이 범죄자로 낙인 찍히고 계엄법에 따른 처단의 대상으로 명시되는 충격적인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공의를 잠재적 처단의 대상으로 규정한 이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단 하루 만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전공의 모집을 개시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전공의 지원율이 8.7%에 불과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현재 대한민국의 행정 기능은 여러 면에서 일시 멈춤 상태에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에 더해, 보건복지부의 수장이자 의료정책을 책임지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12 월 4 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핵심 리더십의 부재 속에서 보건복지부의 행정기능 또한 심각한 장애를 보이고 있다. 섬세한 조율과 명확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전공의 선발 과정에 관련된 기본적인 의사결정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시의적절한 소통과 의사결정, 조율 기능이 이처럼 부재한 결과, 전공의 지원자는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비상계엄과 국가적 혼란을 예측하지 못하고 전공의 모집 계획을 수립했을 것이다. 그리고, 리더십의 공백 속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없고, 국방부나 교육부 등 관련부처간 협의도 불가능한 보건복지부의 현 상황도 이해한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한다.

    비상계엄에 따른 국가적 혼란, 보건복지부의 리더십 공백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한 지금, 의료의 백년대계인 전공의 선발을 무책임하게 강행해선 안 된다. 전공의 수련은 잘 짜인 수련 목표에 따라 다양한 교육 방법이 배치되고, 위아래 연차가 톱니처럼 맞물려 수년간 진행되는 시스템이다. 전공의 모집이 지금과 같이 강행된다면, 당장의 진료에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 전문의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수련이 불가능하여 향후 의료 질 하락의 원인이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 건강에 미치는 불가역적인 해악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진행 중인 2025 년도 상반기 전공의 선발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 전공의 선발 과정은 국가적 안정이 확보되고, 보건복지부의 행정기능이 정상화된 이후에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이는 한국의료의 미래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최소한의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이 요구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2024 년 12 월 16 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박진호
    내과 과장 주권욱
    병리과 과장 정두현
    비뇨의학과 과장 구자현
    산부인과 과장 구승엽
    성형외과 과장 장학
    신경과 과장 성정준
    신경외과 과장 강현승
    안과 과장 김성준
    영상의학과 과장 구진모
    외과 과장 장진영
    응급의학과 과장 권운용
    이비인후과 과장 이준호
    임상약리학과 과장 유경상
    임상유전체의학과 과장 채종희
    재활의학과 과장 오병모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안용민
    정형외과 과장 김한수
    중환자의학과 과장 류호걸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성문우
    피부과 과장 권오상
    핵의학과 과장 천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