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정년을 코앞에 둔 의대교수들이 해당 의대와 재계약을 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다른 의대, 공공병원, 정부기관 등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일부 의대교수들의 말을 종합하면, 임상과인 A의대 교수는 정년을 앞두고 의대와의 재계약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해당 진료과의 수익이 저조하다는 이유에서였다. A교수는 임기 3년제의 공공병원장에 지원했다. 그동안 병원 내에서 다양한 보직을 경험했고 학회 이사장 등을 했던 경험을 장점으로 살렸다. 곧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다.
B의대 교수는 진료과와 관련된 기업에서 자문의사 역할을 시작하기로 했다. B교수는 의료봉사를 하고 싶었으나 연금만으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봤다. 그는 기업에 반일제로 출근하는 대신 월급을 조정했다. 나머지 시간에 하고 싶었던 의료봉사에 나서기로 했다.
C의대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자리를 잡은 후배 병원의 대표원장에 나서기로 했다. 후배 의사가 '교수 출신 명의' 이력을 내걸 수 있다며 모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의사들의 교육을 담당해달라는 부탁도 받았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새로 개원하는 것보다 작은 병원에서나마 봉직의사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정년을 앞둔 의대 교수들의 움직임이 발 빨라지고 있다. 일단 진료를 계속 할 수 있는 병원에 남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예 개원을 준비하거나 회사를 창업하는 일도 종종 보이고 있다.
교수들은 "정년이 지난 이후 교수들을 받아주는 대학병원들은 인기 1순위에 올라있다. 최근에는 정부 각종 위원회에 참석해 정부 산하기관장이나 공공병원에 도전하는 것이 가장 인기가 많다. 최후의 보루로는 요양병원 당직의사로 나서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한 편으로는 교수들의 정년이 사실상 늘어나면서 곱지 않은 시선도 보이고 있다. 교수들이 갈수록 고령화되고 젊은 교수들이 새로운 활동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다는 것이다.
의대 교수만의 조사는 없었지만, 교수들이 고령화되고 젊은 교수들의 비중이 줄었다는 통계가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대학 연구 활동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4년제 대학 전임교원 중 60대 이상 교수가 4년 전인 2012년에 비해 8416명에서 5387명(1.6배) 증가한 1만3803명이었다.
신진연구자로 분류되는 30대 이하 교수의 수는 2012년에 8614명으로 60대 이상보다 200명가량 많았다. 하지만 2016년에는 6940명으로 1674명(1.2배) 감소해 60대 이상의 교수 숫자 절반에 불과했다. 신진연구자가 전체 교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12.1%에서 2016년 한 자릿수인 9.3%로 하락했다.
의대 교수들의 의견은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분분해 보인다. 정년을 앞둔 서울의 한 의대교수는 “100세 시대에 정년은 무의미하다. 60대 초중반 나이에서는 자녀 뒷바라지와 부모 부양의 중간자적 위치에 있다"라며 "교수들은 항상 일을 많이 하던 사람이라 일을 놓을 수가 없고 경제적으로도 아쉬움이 남는다. 정년 이후의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반면 젊은 교수는 “교수들의 정년은 일반직종에 비해 긴 편이다. 정년이 지났다면 바로 은퇴하고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내줘야 한다”라며 “후배들은 승진 적체는 물론,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는 각종 기회가 차단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