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의 수술 대기를 줄여주려고 업무시간이 끝난 이후 저녁 시간에도 수술을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주당 80시간 이내로 근무하는 전공의법 시행 이후 퇴근시간에 바로 퇴근하다 보니 차질이 많더라고요. 일단 모든 수술 준비를 혼자 해야 합니다. 전공의 보조가 필요한 수술을 혼자 해보기도 했습니다.
우스갯 소리로 전공의는 수술 중간에라도 퇴근하고 펠로우는 당직을 서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교수는 알아서 수술을 맡습니다. 하루는 혼자 수술을 하다가 실수를 할 뻔 했어요. 그래서 환자들이 대기하더라도 그냥 업무시간에만 수술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환자들을 위해서라면 수술을 도와주는 PA(Physician Assistant) 합법화가 나을 수도 있습니다." (A대학병원 외과계열 교수)
"전공의는 퇴근하는데 문제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의 당직이에요. 다른 병원은 모르겠지만 저희 진료과는 스탭이 많지 않아요. 펠로우도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려니 상당히 자주 돌아옵니다.
전공의법 이후로 일할 사람을 늘려주지는 않고 업무 공백을 교수가 채우고 있습니다. 당직만 늘어나다 보니 교수를 왜 하고 있는지 싶습니다. 연차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편해지는 기대감이 있긴 마련인데, 교수들은 갈수록 더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B대학병원 외과계열 교수)
"전공의 수련교육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교육에 그만큼 더 신경써야 합니다. 교육시간이 줄어들면 자칫 현장에서의 수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공의들은 저희 진료과에서 시행하는 검사결과 해석에 대한 양 자체가 줄었습니다. 덩달아 교육이 더 부족해진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교수들이 교육에 신경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요. 논문을 써야 하고 진료와 연관된 실적도 챙겨야 합니다. 병원이 어려워지면서 더 압박을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이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대신 메우다 보니 일은 늘어나고 불만이 많아져요. 그래서 전공의 교육은 더욱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C대학병원 검사파트 교수)
"교수들도 요즘 삶의 질이 팍팍합니다. 환자는 계속 봐야 하는 데도 끝이 없습니다. 논문의 실적은 얼마나 요구하는지요. 그것도 그렇고 요즘은 연구비를 따오라고 난리이기도 합니다. 한 타임 진료시간에 환자는 100명이 넘고 연구할 시간도 없는데 당직도 한번씩 돌아옵니다. 삶이 갈수록 편해지지 않습니다.
교수들은 인권이 없나요. 교수들은 어디다 하소연해야 하나요. 교수들이야말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어 보입니다. 전공의법과 같은 의대교수법을 만들 수 없나요." (D대학병원 내과 교수)
23일 몇몇 의대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2016년 12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시행 이후 교수들의 불만이 상당히 고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빅5병원의 교수들은 일단 환자 자체가 많은 상태에서 외과계열 등에서 환자 대기가 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일부 대학병원의 교수들은 펠로우를 뽑을 수 있는 여건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업무 과중의 피로감을 호소했다. 전공의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는데, 그 시간을 인정하지 않아 교육에 등한시하게 되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들은 인력 충원과 이에 따른 정부 지원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다행히 여론도 전공의 수련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에 찬성했다. 한국건강학회가 만20세 이상 성인남녀 1200명을 일대일 가구방문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69.8%는 전공의 수련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에 찬성했다.
교수들은 "전공의법 시행으로 생긴 업무 공백을 교수들이 알아서 메우고 있다. 국가가 전공의 수련 비용을 지원하고 병원이 인력을 늘리면서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수들도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