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선한사마리아인의 법에 의료인 제외
당신은 친구들과 함께 오지로 여행을 갔다. 그런데 여행 도중 큰 사고를 당해서 길에 쓰러졌다. 당신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친구들의 직업은 의사, 간호사, 은행원, 회사원, 변호사 등이었다. 당신은 이들 중 누구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의사와 간호사를 꼽을 것이다. 그런데 만에 하나 그들이 당신을 도울 수 없거나, 돕기를 주저한다면 어떻게 할까.
지난 8월 작가는 만보의-환자 구하려다 억대 소송 휘말린 의사들…"슈퍼맨이 돌아가셨다"를 통해 타인의 응급 처치에 자발적으로 뛰어든 사람들을 처벌하는 관행을 비판했다.
당시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다가 쇼크에 빠진 환자를 구하러 뛰어든 의사는 9억원대의 민사 소송에 휘말렸다. 응급 상황에 기꺼이 뛰어든 의인들이 소송이나 형사처벌에 휘말린다면 아무도 이런 상황에 나서지 않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열었다. 앞으로 현장이나 이송 단계에서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응급처치 행위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다면 형사적 책임을 면해주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현행법에는 환자가 사망할 경우 형사책임을 ‘감면’하도록 해왔는데, 이를 ‘면제’로 상향시켜 적극적으로 응급조치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일명 ‘선한 사마리아인 법’이다.
그런데 이 법에서 의료인은 제외했다. 의료인은 업무 중이 아닌 상황에서도 응급 처치를 하다가 환자가 사망하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더라도 형사적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응급처치를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의료인이다. 그리고 의료인이 고의나 중과실로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변인들 중에 의료인이 있다면 천운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그 주변인들 중에 의료인만 선뜻 나설 수 없도록 법이 가로막고 있다.
이는 마치 야구 경기에서 가장 공을 잘 던지는 선수들을 빼고 경기를 운영하겠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경기에서 지게 되면 선수에게 책임을 물어 선수를 구속시키겠다면 과연 어느 선수가 선뜻 경기에 나서려고 할까.
에이스 투수가 팀을 위해 부담 없이 마음껏 공을 던질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