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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군의관을 '부적'이라 불러요"

    청진기 하나가 전부…문제 생기면 희생양

    "우리를 보호해 주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기사입력시간 2015-06-15 07:25
    최종업데이트 2015-06-15 07:58


    TvN '푸른거탑 zero'의 한 장면


    대대 군부대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한 K씨.
     
    그는 "지휘관들은 아무렇지 않게 군의관의 의료행위를 간섭한다"면서 "예들 들면 의무대 입실 여부를 군의관이 판단해야 하는데 '쟤 입실시키지 마!' '아무리 봐도 쟤 아픈 것 같으니까 보내!'라는 식이다. 우리가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고 하소연했다.
     
    군의관 스스로 조심한다고 해서 책임을 피해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라는 게 K씨의 생각이다.

    그는 "사병이 사격하던 중 자살을 시도했다면 군의관이 청진기 하나로 뭘 할 수 있겠나. 군부대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데 그냥 배치해 놓고 나중에 군의관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래서 군의관들은 스스로를 '부적'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K씨는 최근 논란이 된 군의관 A씨 역시 이런 군의료 시스템의 희생자라고 단언했다.

    대대 군의관인 A씨는 지난해 부대 병사가 당뇨합병증으로 사망하자 군 검찰 조사를 받고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그러자 병사의 사망이 A씨의 의료과실 때문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났지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군대문화에 따라 의료법 위반으로 몰아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료법 위반 사유 역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아닌 일반 사병에게 의무행위를 시켰다는 '무자격자 의료행위 교사'와 '진료기록 누락'.

    A씨는 벌금형과 함께 의사면허정지 3개월 처분까지 받았다.

    K씨는 "군의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군병원인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군부대에 배치해 놓고 A씨와 같은 군의관에게 책임을 물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씨는 군의관을 보호해주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도 했다.
     
    그는 "군부대에 있다 보면 상태가 안좋아지는 환자도 있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군의관을 걸고 넘어지려고 하면 끝도 없다"면서 "우리도 사병과 똑같이 의무복무를 할 뿐인데 사병의 인권은 챙기지만 우리는 장교라는 이유만으로 전혀 보장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군의관들은 청진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양호교사'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그는 "군 지휘관들은 의사가 왕진가방 하나 들고 뛰어가 치료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래서인지 대대 의무실은 학교 양호실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무슨 일이 생기면 '군병원으로 가봐라' 이것 밖에 할 게 없다. 그런 곳에다가 3년간 내과전문의를 집어넣고 사격지원이랍시고 보낸다. 그러면 하염없이 총 쏘는 걸 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게 현실인데 군의관이 없다고 한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지휘관이 의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굉장히 웃긴다"고 비판했다.

    한편 전의총은 A씨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와 해당 사단에 엄중하게 항의하기 위해 집회를 열 예정이며, 면허정지처분 취소소송에 들어가는 등 총력 투쟁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