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 특집'에서는 메디게이트뉴스가 지난 19일 키메스(KIMES 2017) 기간 중 개최한 '의사를 위한 특별세미나-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의 두 번째 세션 '딴짓'을 통해 만나본 분들을 소개합니다.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인터뷰를 통해 기사화했습니다.
의학기자로서는 처음으로 데스크를 맡은 이진한 기자를 만났다.
딴짓 세미나 때 세 번째 발표자여서 얼굴이 낯익기도 했지만, 채널A의 '나는 몸신이다'를 통해 잘 알려져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이다.
그는 현재 동아일보 정책사회부에서 건강을 비롯해 복지부, 식약처, 여성가족부, 환경부, 기상청을 포함하는 총괄데스크를 맡고 있다.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업무라 후배들 교육하랴, 기사 발행하랴, 칼럼 쓰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생활이지만, 그래도 데스크를 맡은 첫 의학기자로서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생각에 재미가 있다.
처음부터 기자를 목표로 준비한 건 아니지만, 의대 재학 중에도 야학 봉사활동, 학생회 활동 등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가 의사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게 된 게 그의 주변인들에게는 그리 이상해 보이지만은 않은 듯하다.
기자가 된 덕분에 책도 몇 권 냈다. '의사 아빠 약사 엄마의 친절한 소아과', '응답하라 IT 코리아'를 비롯해 2012년에는 당시 신재원 MBC 의학전문기자(현 모바일닥터 대표)와 함께 '병원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을 출간해 인기를 끌었다.
바로 며칠 전에는 의사이자 과학자인 닐 버나드가 저지방식에 대해 쓴 책을 번역한 '통증 잡는 음식'을 출간하기도 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오히려 저지방·식물성 식품 섭취로 통증 완화 효과를 기대하는 내용이라 눈길을 끈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소화하고 있는 그가 어떻게 의학기자가 됐는지, 기자로서의 생활은 어떤지, 방송 활동을 하면서 달라진 점은 없는지 등 궁금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반 기자로 출발, 데스크에 오르다
2000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을 마친 후 2001년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으로 근무하던 당시는 의약분업 사태 때라 선배들이 의사 생활에 대한 회의를 많이들 느꼈고, 의사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래서 몇몇 동료들과 함께 의사가 아닌 다른 길을 찾다 동아일보에 기자로 입사하게 됐다.
의사 출신 기자 모집에 응시해 입사했지만, 일반 기자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깨지면서 배웠다. 기자가 되기 위한 준비가 전혀 없었던 탓에 입사 후에야 기사작성 요령이라든지, 취재 요령 등을 배웠다.
그래도 입사 후 16년간 다양한 경험을 한 덕분에 건강 분야에서 점차 영역을 확대해 그 동안 의학기자로서는 선례가 없던 데스크를 맡게 됐다.
동아일보의 경우 하루에 56면을 발행하는데 기사량이 200~300건 정도 된다. 약 200명의 기자가 근무하니까 하루 1건 꼴의 기사를 쓰는 걸로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차장급 등 데스크를 빼면 기사를 쓰는 기자는 150명 정도로, 더 많은 기사를 작성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정책사회부에서는 9명의 후배 기자들이 매일 동아일보의 사회면 2개 분량을 커버하고 있는데, 특히 이진한 기자가 맡고 있는 보건복지와 여성가족부, 환경팀은 저출산과 고령화, 미세먼지 등에 대한 기획기사, 매주 1면 발행되는 건강면, 2주에 한 번씩 발행되는 환경면과 헬스동아 등 많은 기사를 커버하고 있다
작은 사회를 대표하는 집단, 동적이고 빠른 결정이 장점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행동으로 말한다.
모든 관계자와 장벽 없이 바로 연락이 닿을 수 있고, 그들과의 대화내용을 기사에 녹여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3주에 한 번 '광화문에서'라는 정책 관련 칼럼과 함께 '이진한 의사 기자의 따뜻한 병원 이야기'라는 고정칼럼을 쓰고 있는데, '원격진료'에 대한 칼럼을 썼을 때 장관을 비롯해 관련 직종의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기도 해 기사의 영향력을 실감하기도 했다.
또 신문사라는 조직은 정치부, 사회부, 문화부 등으로 구성돼 우리나라의 작은 사회를 대표하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내부 교류가 활발하고 매우 동적이라 어떤 일을 추진할 때 결정이 빠르다는 것도 장점이다.
민감한 이슈는 환자의 입장에서 판단
기사를 쓰다 보면 간혹 병원의 이익에 상충되는 민감한 이슈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본인이 의사이긴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불편하냐 아니냐'가 기준이 된다.
제주도에서 첫 영리병원을 도입하던 당시에도 피해를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기사를 쓰기도 했다.
최근에는 병원 평가에 대한 기획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네트워크가 자산
임상의가 되지 않아 아쉬운 점은 없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종종 있다.
누가 교수가 됐다거나 병원장이 됐다는 소식을 접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는 있겠지만, 이 부분은 기자로 일하다 보면 다양한 분야의 네트워크가 내 자산이 돼 그런 점을 상쇄시킨다.
기자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의사와 한의사, 약사, 제약사, 의료기기, 공기관 관계자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자 큰 장점이다.
그리고 자신의 분야에서 해당 언론사를 대표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크긴 하지만, 취재원으로부터 그에 맞는 대우를 받기 때문에 서운함은 없다.
최근에는 신문기자도 방송기자로의 역할이 요구되기도 하는데, 방송이라고 해서 외모적인 면이 중요하기 보다는 조리 있게 말하고, 본인의 개성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2014년 말부터 TV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에 출연하다 보니 연예인도 자주 만나게 된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얘기하자면, 노동영 교수를 초청해 유방암에 대한 프로그램을 녹화하던 중 당시 출연했던 엄앵란 배우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출연진이 다 함께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했던 현장 느낌과 함께 회복과정을 기사화 했는데, 관심이 높아져 연예부 출입기자들이 인정하는 특종기사로 회자되기도 했다.
처음엔 어렵던 것도 2년 정도 하다 보니 이제는 시청자의 생각을 예측해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될 정도가 됐다.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 먼저 진출한 선배에게 도움 요청하길
병원 경영악화 요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보니 요즘은 딴짓하는 의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다행인 건 딴짓을 하면서도 사회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의대 출신 비의사 모임만 하더라도 2010년 20명 남짓으로 시작했던 게 벌써 50명이 됐다.
의사의 장점을 가지고 할 일은 많다. IT 역할과 연계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하는 사례도 있고, 보험사나 제약사, 혹은 정책을 펼 수 있는 행정직 분야, 변호사 등.
해당 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경우 이미 진출한 선배가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 손길을 요청하면 걱정과는 달리 따뜻한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기자에 관심이 많다면 인턴기자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글 쓰는 능력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사회에 관심이 많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합하다. 항상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갖고, 특히 신문에 있는 칼럼을 꾸준히 읽으면 도움이 된다.
해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물론 힘은 들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건 소중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두려워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