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지난 3일 국회에 제출된 ‘비급여항목 관리에 관한 법률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대개협은 비급여 가격관리 기준과 표준임상진료지침이 의사의 진료 자율성과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서면 동의·보고 의무와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는 동네 의원의 부담을 키우고, 실손보험 정책과의 연계는 환자 진료 정보가 민간 보험 영역으로 유출될 위험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대개협은 6일 성명에서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하고, 환자 개개인의 필요에 맞춘 최선의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며 “새로운 의료기술이 급여로 등재되기 전 그 효과와 효용을 검증하는 단계 역시 비급여가 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급여를 통제·관리의 대상으로만 규정한다면, 의료기술의 발전과 환자의 치료 선택권은 동시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법안에 담긴 가격관리 기준과 표준임상진료지침에 대해서는 “국가가 가격을 정하고 진료 방법까지 지침으로 통제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비급여가 아니다”라며 “이름만 비급여로 남긴 사실상의 강제 급여화이자 가격 통제이며,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진료 재량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당연지정제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에 건강보험 진료를 의무화하면서도,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수가 문제는 오랫동안 외면해 왔다”며 “급여 진료에 대한 적정 보상은 미뤄 둔 채 그 공백을 메워 온 비급여마저 통제하겠다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정책”이라고 밝혔다.
대개협은 법안 제7조를 두고 “비급여 항목마다 필요성·비용·부작용은 물론, 유사한 급여 항목의 내용과 비용까지 상세히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의사 한 명과 소수의 직원이 진료와 행정을 동시에 감당하는 동네 의원의 현실에서, 이러한 규제는 환자 볼 시간을 줄여 서류 작업에 매달리라는 요구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현행 의료법에 따라 비급여 고지·게시·보고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며, 정부는 올해 7월부터 도수치료 등을 관리급여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며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면밀히 검증하기도 전에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 규제를 겹겹이 쌓는 것은 명백한 과잉 입법”이라고 밝혔다.
실손보험 정책 연계와 실손보험 가입자의 비급여 진료비 실태조사를 규정한 제15조와 제16조에 대해서는 “국민의 민감한 진료 정보와 보험 정보를 국가가 한데 모아 관리하겠다는 발상”이라며 “환자의 의료 정보가 민간 보험 영역으로 유출될 통로를 열어 주는 위험천만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설명·동의나 보고를 누락하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제18조에 대해서도 “급박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진료 현장에서 서류 한 장의 누락까지 처벌한다면,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보다 서류를 먼저 챙겨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며 “이는 소신 진료의 위축과 방어 진료의 확산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개협은 “이 법안의 제정을 결사반대하며, 국회가 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정부와 국회가 의료계의 우려를 외면하고 입법을 강행한다면, 전국 개원의들의 총력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