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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를 공공재 취급하려면 전공의 수련비용 국가 투자는 당연하다"

    [의대생 인턴기자의 선배의사 인터뷰] 서연주 대전협 수련이사 "수련환경 개선 위해 이동수련 절차 간소화·PA 원칙적 반대"

    기사입력시간 2022-01-31 10:06
    최종업데이트 2022-01-31 14:02

    대한전공의협의회 서연주 수련이사. 사진=줌화면 캡처  

    [메디게이트뉴스 류지연 인턴기자 차의대 의학전문대학원 본1, 고현준 인턴기자 충북의대 본1, 이동재 인턴기자 경희의대 예1] 코로나19 시기에 전공의 수련환경은 악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는 제대로 된 수련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중도 포기하는 전공의 소식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서연주 수련이사와 함께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전공의 수련환경의 현황과 개선점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코로나19 전담병원의 이동수련 절차를 간소화하고 이 과정에서 전공의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공의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내과 전공의로 근무하면서 전반적인 전공의 근무 실상이 어떤지 설명 부탁드린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졸업 후 전공의 과정에 임할 때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할까.    

    현재 서울의료원 등의 상황을 보면 코로나19 환자 업무 때문에 전공의들이 제대로 된 수련을 받지 못하고 있고 업무 로딩이 많다. 특히 내과 전공의들의 업무가 과다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이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전협은 전공의들이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다만 전공 진로 선택에는 코로나19 전과 후가 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이 원하는 의사상을 그리고 그에 맞는 전문과목과 수련병원을 선택했으면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인천의료원, 서울의료원 등 코로나 전담병원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지난해에도 서울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내부의 수련 환경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공공병원이 감염병 관리의 최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내부에서 전공의들을 제대로 수련을 시킬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그 대안으로 제시된 ‘전공의 이동수련’안을 충분히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시행했어야 한다. 당시 서울의료원 전공의 대표와 대전협도 끊임없이 복지부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읍소했다. 하지만 이동 수련 절차에 소요되는 절차와 시간이 상당이 길고 병원 측의 반대까지 부딪히면서 결국 포기하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대전협은 이동수련 절차를 간소화하고, 이 과정에서 전공의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공의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공병원 수련 환경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실제로 민원을 통해 접수된 사례를 보면 공공병원의 경우 수련 환경이 제대로 마련이 돼있지 않은 경우가 상당하다. 공공병원의 역할과 수련 환경, 나아가 공공병원이 과연 수련병원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적절성 여부도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병원에서 근무 중인 무면허 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PA)를 단기간에 합법화하거나 아예 없애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전협은 PA와 전공의가 궁극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고 보는가. 

    현재의 PA제도는 합법화되거나 명확히 규정된 직군이 아닌, 무면허 보조인력으로 봐야 한다. 대전협이 PA를 반대했던 이유는 PA가 현재의 면허 제도 틀 안에서 질 관리가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인다. 

    현재의 수련 시스템 안에서 전공의가 의사의 업무가 아닌 행정과 단순 업무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수련 기회를 박탈 당하고 전문의로서 꼭 필요한 진료 수행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수련기간이 끝나는 황당한 사례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PA가 보조 인력으로서 해당 업무들을 분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지만, 현장에서 PA가 수술 보조를 하고 전공의가 수술 마취 준비를 하는 등의 사례 등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어 문제다. 제대로 틀이 갖춰지지 않은 현재의 PA제도로는 전공의 수련을 악화시키고 전공의를 값싼 인력으로 치부하는 부작용이 상당히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와 전문간호사의 업무 분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대전협은 원칙적으로 PA제도에 반대한다. 전공의들이 PA에 대해 우려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의사로서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수련환경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수련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PA제도의 제대로 된 틀과 업무 분담과 관련된 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대전협도 건설적인 논의에 앞장서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수련환경평가에 따른 혜택이나 불이익이 각 수련병원에 실제로 뒤따르고 있는지 궁금하다.  

    수련환경평가에 따른 인센티브나 패널티가 있어야 수련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수련환경평가에 따른 인센티브는 현재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패널티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로 정원 감축이다. 지난해 일어났던 서울대병원에서 인턴의 필수교과 미이수 문제에 대해 인턴 정원 감축 처분이 내려진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둘째로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며, 가장 심한 경우에는 수련병원 취소 처분이 가능하다.

    현재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 산하의 자문기관으로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정부측 결정에 의해 처분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본사업으로 전환한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입원전담 전문의가 수련환경에 실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가.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긍정적 변화들이 많이 생겼다. 비록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지만, 이 제도를 발전·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전협은 지난 24일 내과계·외과계 입원전담 전문의 연구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첫째는 병원의 인력 부담을 완화시켜준다는 것이고, 둘째는 환자를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전공의 수련의 질이 향상된다. 미국의 경우 입원전담 전문의가 전공의 교육 지도의 90% 이상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향후 입원전담 전문의 직군이 전공의 교육 시스템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 전공의들이 1인당 맡는 환자의 수 및 근무 시간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훨씬 많다. 무작정 전공의 수를 늘리거나 받는 환자를 제한하는 방식 대신 현실적으로 어떤 제도가 있어야 수련환경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가.
     

    우선 입원 환자의 대부분을 전공의가 맡아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공의에 대한 병원 의존도가 높아지며, 이로 인해 수련의 질도 떨어지게 되는 악영향이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일단 기본적으로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우선 적정 환자 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의료인력은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혹은 입원전담 전문의 등이어야 한다. 전문의들은 전공의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만큼 병원의 운영에 필요한 충분한 재정적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는 수련병원 평가를 강화하고 이에 대한 패널티를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중이다. 업무상 전공의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 환자의 안전, 혹은 제대로 된 수련환경 마련이 불가능한 병원은 수련병원 취소와 같은 조치가 시행돼야 한다. 

    이 밖에 전공의 인력의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우리나라 의료수가 체계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중증 질환과 같이 대형병원에서만 볼 수 있는 환자들은 병원에서 진료 시 지속적으로 적자가 나는 구조인데, 국가가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전공의 수련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실제로 국가의 수련비용 지원이 이뤄질 경우 의사가 공공재라는 주장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워질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련비용의 국가 보조가 필요할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그렇지만, 민간과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분리되지 않고 이미 민간의료기관에서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의료행위를 수행하고 있다. 국민 건강을 위한 양질의 의료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민간의료기관에도 국가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복지부가 수도 없이 내린 코로나19 병상 동원 행정명령을 보면 알겠지만, 이미 의료 자체가 공공재 취급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전공의 수련에 국가가 투자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가 아무런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만 공공재 취급을 하는 일은 더 이상은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다.

    복지부가 면허와 의료인력 및 자원 등에 대한 관리 및 책임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련비용 '보조'가 아닌 제대로 된 수련 체계를 만들기 위해 예산 '투자'를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임이다. 

     -병원에서 전공의 수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어떤 시스템을 새로 도입하는 것이 좋을까.  

    병원과 진료과마다 수련 환경이나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진료과별, 연차별 수련 교과 과정을 체계화 및 보편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필수적으로 배워야 될 부분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병원들 간의 편차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전공의를 교육하는 지도 전문의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미비하다. 아직까지도 스승과 제자라는 불명확한 관계 속에서 업무는 많지만 교육은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는 상태다. 따라서 병원에 전공의 교육과 수련을 담당하는 지도 전문의들에 대한 보상책 마련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수련 환경의 발전을 위해서는 미국처럼 병원의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 미국은 교육병원, 연구병원, 진료병원으로 세분화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형병원들이 수련병원을 겸하고 있다. 병원들이 재정적 운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않으며,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방책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의 진료와 수련교육의 역할 분리를 통해 양질의 전문의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