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화. 쏠림 현상 심화시키는 전공의 추가모집 정책
보건복지부는 감염병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며 지난 5일 내과와 응급의학과 전공의 추가모집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내과의 최대 100명의 증원과 응급의학과는 미충원 정원인 28명을 추가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전공 과목을 결정하는 건 의사에게 인생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거의 대부분의 확률로 되돌릴 수 없는 길을 죽을 때까지 걸어야 하는 선택이다. 이 병원별, 과목별 전공의 숫자를 결정하는 건 각 병원의 수련환경을 학회와 교육부가 까다롭게 심사해 결정한다. 전공의 한명을 늘릴지 말지를 놓고 학회와 병원 간에 숱한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전공의 정원을 아무 상의 없이 무턱대고 대량 증원해 버린 것이다.
이런 전례 없는 방침에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했다. 코로나19 확산세에서 내과, 응급의학과 인력이 부족한건 사실이고, 피부과나 정형외과와 같은 경쟁과에서 탈락한 자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서 코로나19 위기를 현명하게 대응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근시안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단, 추가 모집 인원에 수도권 대형 병원들이 대거 포함됐다. 현재 과별로 인기의 편중도 있지만 지역별, 병원별로도 인기의 쏠림도 심각하다. 그런 마당에 이런 식의 추가 모집은 수도권의 병원들만 수혜를 보고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타과 합격자가 합격을 포기할 경우 추가 모집 지원을 가능하게 했다. 그렇다면 내과나 응급의학과 추가 모집에 지원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내과, 응급의학과보다도 더 사정이 절박한 비인기과에 합격한 사람들이다. 이 또한 쏠림 현상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전공의들의 미래나 전공의를 뺏긴 다른 과들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전문의보다 싼 인력을 수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14일 시행한 추가모집에 수도권의 종합병원들은 또 다시 넉넉하게 정원을 채웠고 지방은 대거 미달을 기록했다. 예상대로다. 부디 전공의를 겨우 구한 비인기과들이 전공의를 뺏긴 사태만은 없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