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업계가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의 손해율을 기록했다며 비급여 진료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특히 비급여를 본인부담률 50~80%의 비율로 급여화하는 예비급여를 강화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손보험의 비급여 진료비 심사를 위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보험연구원이 지난 5일 진행한 '실손의료보험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실손보험업계의 입장이 이같이 나타났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1% 수준으로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손해액 증가율도 2019년 상반기 20% 수준으로 전년 동기(15%) 대비 급증했다.
보험연구원은 “한국은 실손보험 보장률 8.9%에 건강보험 보장률 62.7%를 합쳐 겨우 71.6%에 이르는데, 일본은 80.3%, 독일은 85.0%에 달하고 있다”라며 “실손보험이 건강보험 보장률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으며, 건강보험과의 연계를 위해 적절한 비급여 관리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위해 공사보험정책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서 실손보험 보장 범위 조정 등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백내장 맘모톰 도수치료 신경성형술 등 비급여 과잉 청구 사례로 지적
보험연구원은 우선 다양한 분야에서 비급여 진료비와 관련한 과잉 청구 사례를 지적하고 도덕적 해의를 막아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자료에서 문제로 삼은 비급여는 백내장, 맘모통, 도수치료, 고주파열치료술 및 신경성형술 등 4가지다.
보험연구원 이태열 선임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제도의 현황과 평가’ 자료를 통해 백내장 수술은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실손보상 대상에서 제외되자 눈의 계측검사비용을 비정상적으로 청구했다고 밝혔다. 의료기관이 백내장 수술 환자에게 후발 백내장 수술을 유도해 보험금을 과다청구했다며, 2019년 관련 손해액은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맘모톰 장비를 이용한 종양 절제술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입증이 미비해 그동안 진단 목적으로만 허용됐다. 맘모톰 장비를 이용해 검사를 진행하고 종양제거술까지 실시한 이후 이를 비용으로 청구하면서 의료기관을 상대로 보험업계의 소송이 이어졌다. 이 시술은 지난 8월 7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보험업계의 소송이 취하되지 않은 상태다.
도수치료는 비정상적인 횟수의 도수치료를 실시하고 의사가 아닌 운동치료사나 의료장비를 통해 물리치료를 실시하고 도수치료로 청구하고 있는 것을 문제로 삼았다.
고주파열치료술 및 신경성형술은 경막외주사, 관절주사, 신경차단술 등 다른 치료없이 바로 시술되면 과잉진료가 이뤄진다고 지적됐다. 많은 허리 통증 환자들이 내원 당일 신경성형술 등의 권유를받고 바로 시술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2015년 감사원이 비급여 진료비 문제를 지적하고 다양한 논의가 입법부에서 진행됐다”라며 “비급여 진료비를 고지하고 표준화하자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실손보험에 대한 보험금 심사체계 마련과 관련 정책 협의기구 신설이 제안됐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논의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대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에서 본인부담률 50~80%로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예비급여’ 제도는 바람직한 비급여 해결책이라고 봤다.
이 위원은 “문재인 케어로 급여비와 본인부담금은 증가하지만 비급여 진료비는 축소될 것으로 예견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급여비는 수가 인상과 급여 대상 확대로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하다”라며 “실손보험은 건보 급여비 증가에 따른 본인부담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비급여는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강보험 보장률 올리려면 예비급여 등 비급여 관리 정책 도입해야
보험연구원은 총의료비 지출 관리를 위해 비급여 진료비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급여화에 따른 본인부담금 보장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비도 이에 상쇄할 정도로 감소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비급여 진료비 청구 증가를 막지 못한다면 건강보험 보장률 달성에 부정적이라며 건강보험과의 연계에도 무게를 뒀다.
이 위원은 “비급여 진료비는 본인부담금 증가를 상쇄할 정도로 감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관련 청구금액이 증가하면 총의료비 관리차원에서 우려된다”라며 “본인부담금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비도 이에 상쇄할 정도로 감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비급여 진료비는 예비급여, 포괄수가제 등과 같은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이런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실손보험의 보험금을 적정수준으로 관리할 방안이 전무하다. 본인부담금 역시 수가 인상 등 의료계에 제공하는 반대급부가 과대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급여 진료비 관리 문제는 공사보험 모두 핵심적인 상호이익이 공유된다. 실손보험 손해액이 관리되지 않으면 공적 보험 보장률 달성도 어렵다”라며 “보장성 강화 정책의 비급여 관리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실손보험 수익성 개선이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이 위원은 “실손보험에 한정된 제도 개선으로 는 한계가 있다. 실손보험 제도 개선을 한다면 도덕적 해이에 보다 초점을 맞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총의료비 관리는 공사보험 모두 핵심 과제를 인정하고 협력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 위원은 예비급여에 의한 비급여 진료비 관리체제의 정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당장 이를 하지 못한다면 비급여 진료비 관리를 위해 제기된 기존 대책들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비급여 진료비의 표준화를 반영한 청구 방법 간소화를 하거나, 한시적으로 비급여 진료비의 적정성을 심사할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심평원의 비급여 심사체계 구축 당위성 충분, 보장성 강화 정책 효과 제고
보험연구원은 보다 적극적인 비급여 관리를 위해 수년간 꺼내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비급여 진료비 심사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보험연구원 정성희 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제도 개선방안’ 자료에서 “실손보험금의 청구, 지급 시 의료비 적정성에 대한 의료기관과 보험회사간 협의 및 평가 체계가 미흡하다”라며 “실손보험 약관 상 질병 치료와 상관없는 건강검진, 예방접종, 영양제, 미용성형과 관련된 사항은 보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현재 진료비 영수증이나 세부내역에서는 질병 치료 목적인지 여부에 대해 명확히 구분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실손보험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관리 체계 부재로 인해 오남용진료 발생에 취약한 것이 구조적 한계다”라며 “의료계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이러한 점을 악용해 비정상적인 비급여 보험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개인별 보험금 수령 실적(의료이용량)과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을 건의했다. 보장상품을 급여와 비급여로 나누고 비급여는 본인부담률을 현행 10~20%에서 10~50%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정 위원은 “실손보험에 적용되는 비급여 진료수가와 진료량에 대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 의료기관과 보험회사 간 협의하에 비급여 진료에 대한 기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라며 “환자 상태 등을 고려해 추가적인 비급여 진료가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은 진료 전에 보험회사에 추가 진료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정 위원은 “비급여 심사체계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다. 실손보험금 관리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정비과정에서 합리적인 시스템 구축을 검토해야 한다”라며 “국민의료비 관리가 국가적 과제임을 고려해 볼 때 실손 보험금 심사는 의료서비스 관련 사항이므로 이에 대한 전문성과 공신력을 갖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또한 정 위원은 “심평원이 현재 비급여의 급여(예비급여) 편제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실손보험금의 비급여 심사 시 일관된 기준 적용을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효과성 제고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