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처음으로 고형암 치료 항체약물접합체(ADC)를 승인한지 10년이 지났지만 개발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올해 초 화이자가 시젠(Seagen)을 439억 달러(약 59조원)에 인수한데 이어 최근 MSD가 다이이찌산쿄와 220억 달러(30조원) 규모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ADC에 대한 빅파마들의 관심이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열풍은 20~2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3)에도 이어져 다양한 암종과 병용 전략에 따른 임상 성과가 공개됐다.
HER2/TROP2 표적 ADC, 수술 불가능 또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 개선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가 공동 개발한 HER2 표적 ADC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와 TROP2 표적 ADC 다포토타맙데룩스테칸(datopotamab deruxtecan, Dato-DXd)가 HER2 비증폭성 유방암에서 유망한 결과를 보고했다.
먼저 Dato-DXd는 TROPION-Breast01 임상시험에서 화학요법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37% 개선시켰다(6.9개월 vs. 4.9개월)(Abstract #LBA11).
이전에 화학요법을 받은 적이 있는 수술 불가능 또는 전이성 호르몬 수용체 양성(HR+), HER2 음성(HER2-)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PFS 혜택은 연구 대상 하위 그룹 전체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데이터는 아직 성숙하지 않았으나 전체 생존율(OS) 역시 Dato-DXd군이 더 높았다(HR 0.84).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사라트 찬달라파티(Sarat Chandarlapaty) 박사는 "이 결과는 HER2 증폭이 없는 전이성 유방암에서 기존 화학요법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ADC 목록을 늘려준다"고 설명했다.
찬달라파티 박사에 따르면 이 환자군에 대해 엔허투를 사용한 DESTINY-Breast04 임상시험과 길리어드의 TROP2 표적 ADC인 트로델비(Trodelvy, 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 TROPiCS-02 임상시험에서 유사한 결과가 보고됐다.
찬달라파티 박사는 "그러나 이 세 가지 ADC 중 어떤 것을 특정 환자에게 투여해야 하는지, 그 중 하나로 치료 후 진행됐을 때 어떤 것이 효과가 있는지에 지침이 될 수 있는 데이터는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엔허투 역시 DESTINY-Breast04의 업데이트된 생존 데이터에서 OS를 지속해서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Abstract #376O). 이 연구는 이전에 한두차례 화학요법을 받은 적이 있는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이다.
32.0개월 추적 관찰 결과 엔허투군의 OS 중앙값은 22.9개월, 의사가 선택한 치료제로 치료받은 환자는 16.8개월이었다(HR 0.69). PFS 중앙값은 엔허투군 8.8개월, 대조군 4.2개월이었다(HR 0.36). 또한 HR- 환자 코호트에서 엔허투는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을 42%,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71% 줄였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찬달라파티 박사는 "항원 표적이 HER2, TROP2 또는 HER3이든 상관없이 토포이소머라제(topoisomerase) I을 표적하는 페이로드가 있는 ADC를 사용했을 때 유방암에서 일관되게 혜택이 관찰됐다"면서 "이제 HER2 저발현 유방암의 반응 기간을 HER2 과발현 유방암과 유사한 정도로 개선하기 위한 추가 약리학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엔허투, 종양 부위에 관계 없이 HER2 발현 암종서 생존 개선
엔허투는 현재 진행 중인 DESTINY-PanTumor02 2상 임상시험의 1차 분석에서 종양 부위에 관계 없이 치료 경험이 있는 HER2 발현 진행성 고형암 환자에서 의미있는 생존 혜택을 제공했다(Abstract #LBA34). 이 연구결과는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동시 게재됐다.
1차 분석에서 담도암, 방광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췌장암 또는 기타 종양을 포함해 이전에 치료받은 적이 있는 HER2 발현 진행성 고형암 환자의 엔허투 치료 PFS 중앙값은 6.9개월, OS 중앙값은 13.4개월로 나타났다. 엔허투군의 ORR은 37.1%, DoR은 11.3개월로 확인됐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MD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푼다 메릭-번스탐(Funda Meric-Bernstam) 박사는 "1차 분석 결과는 광범위한 HER2 발현 고형암에서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생존 결과로 이어지는 반응과 함께 DESTINY-PanTumor02의 중간 분석에서 나타난 효능을 확인시켜준다"면서 "이번 결과로 미뤄봤을 때 엔허투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현재 승인된 HER2 표적 치료제가 없는 HER2 발현 진행성 암 환자의 질병 경과를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DESTINY-PanTumour01 데이터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예후가 좋지 않은, 치료 경험이 많은 HER2 발현 고형암에서 엔허투의 혜택을 뒷받침했다(Abstract 654O). 이 연구는 이전 전신 요법에 실패한, 다양한 HER2 변이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HER2 과발현 유방암과 위암,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제외됐다.
중앙값 8.6개월 추적 결과 ORR은 29.4%였고, DoR은 도달하지 않았으며, 응답자의 54.2%가 18개월 시점에 독립중앙검토(ICR) 기준으로 반응을 유지했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5.4개월이었다.
학회 발표에 따르면 이 임상시험에서 HER2 면역조직화학 점수가 0인 종양을 포함해 HER2 발현 수준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반응이 관찰돼, 고형암에서 비-바이오마커 기반 ADC 사용을 뒷받침했다.
ADC와 면역항암제 조합, 방광암·삼중음성유방암서 기대 높여
ADC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엄청난 생존 혜택과 함께 앞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새로운 조합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아스텔라스(Astellas)의 넥틴-4(Nectin-4) 표적 ADC 파드셉(PADCEV, 성분명 엔포투맙베도틴)는 국소 전이성 또는 진행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 대한 3상 임상시험에서 MSD의 PD-1 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병용 효능을 입증했다(Abstract #LBA6).
KEYNOTE-A39/EV-302 연구에서 병용요법은 화학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53% 줄이고,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5% 감소시켰다. 이러한 결과는 시스플라틴 기반 화학요법 치료에 적합하거나 적합하지 않을 수 있는 환자, PD-L1 발현 수치가 높거나 낮은 환자, 간 전이가 있거나 없는 환자를 포함해 사전 정의된 모든 하위그룹에서 일관적이었다.
아직 초기 임상이지만 Dato-DXd과 임핀지(Imfinzi, 성분명 더발루맙)의 병용요법은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TNBC) 1차 치료에서 지속적인 종양 반응과 새로운 안전성 신호가 없음을 입증하며 유망한 가능성을 보였다(Abstract #379MO). 현재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1/2b상 BEGONIA 임상시험의 업데이트된 결과에 따르면 확인된 객관적 반응률(ORR)은 79%였으며, 반응은 PD-L1 발현 수준과 무관했다. 반응 지속 기간(DoR) 중앙값은 15.5개월, PFS 중앙값은 13.8개월이었다.
영국 바츠암연구소(Barts Cancer Institute) 피터 슈미드(Peter Schmid) 박사는 "이 코호트의 환자 대부분이 PD-L1 발현 수준이 낮은 종양을 가지고 있어 오랫동안 표준 화학요법으로 치료가 제한됐던 환자군을 대표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79% ORR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구스타브루시연구소(Institut Gustave Roussy) 바바라 피스틸리(Barbara Pistilli) 교수는 "이전에 보고된 것보다 훨씬 더 높은 ORR(79% vs. 74%)을 보여준데다, PFS에서도 삼중음성유방암 1차 치료 환경에서 13.8개월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면서 "3상 임상시험에서도 이러한 결과가 확인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혁신적인 설계의 중국 바이오텍 개발 ADC, 초기 임상 성과 공유
ESMO 2023에서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ADC에 대한 발표도 진행됐다. 최근 GSK는 중국 한소제약(Hansoh Pharma)과 B7-H4 표적 ADC HS-20089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 8500만 달러와 성공 기반 마일스톤으로 최대 14억8500만 달러를 지급하는 대신 중화권을 제외한 독점권을 갖는 조건이다.
HS-20089는 토포이소머리제 억제제 페이로드를 사용하는 새로은 B7-H4 표적 ADC다. B7-H4는 B7 슈퍼패밀리에 속하는 막 통과 당단백질로, 정상 조직에서는 발현이 제한적이지만 다양한 암에서 높게 발현된다. 현재 부인암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중국에서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는 초기 단계지만 유망한 HS-20089의 첫 인간 대상 임상 결과가 보고됐다(Abstract #381O). 연구 결과 유효성 평가가 가능한 TNBC 환자 28명 중 ORR은 28.6%, DCR은 75.0%였다.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23명 중 잠재적 목표 치료 용량(4.8 및 5.8 ㎎/㎏)에서 각각 33.3%, 27.3% ORR이 나타났다.
또 하나는 토포이소머라제 억제제 페이로드에 설포닐 피리미딘-CL2A-카보네이트 링커가 포함된 새로운 TROP2 표적 ADC SKB264(MK-2870)다. SKB264는 중국 켈룬 바이오텍(Kelun-Biotech)이 개발한 ADC로, 지난해 12월 MSD가 선급금 1억7500만 달러와 마일스톤 최대 93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계약하며 중화권 이외 모든 지역에서의 독점권을 확보했다. 현재 전이성 유방암과 삼중음성유방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등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SKB264는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3세대 ADC와 동일한 등급의 페이로드를 사용하며, 동일한 방식으로 TROP2를 표적한다. 기존 많은 약제의 링커가 혈류에 남았을 때 ADC의 탈접합을 초래해 잠재적으로 표적 외 독성과 효능 감소를 초래할 수 있는 반면, SKB264는 더 안정적인 링커를 통합해 종양세포에서 페이로드를 보다 선택적으로 방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데이터에서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혈액 독성이 나타나며 실망감을 남겼다.
이번 학회에서는 HR+, HER2- 전이성 유방암 2상 코호트 결과를 공유했다(Abstract #380MO). 그 결과 ORR은 36.8%, 질병조절율(DCR)은 89.5%, PFS 중앙값은 11.1개월로 확인됐다.
안전성 관련 환자 41명 중 48.8%에서 3등급 이상의 치료 관련 이상반응(TRAE)이 보고됐다. 가장 흔하게는 호중구(36.6%), 백혈구(22.0%), 혈소판(9.8%) 수 감소와 빈혈(14.6%), 감마-글루타밀 트랜스펩티다제 증가(7.3%)가 나타났다. TRAE로 인해 5명(12.2%)에서 용량 감량, 7명(17.1%)에서 용량 지연이 있었으나 치료 중단이나 사망은 없었고, 신경병증이나 약물 관련 간질성폐질환(ILD)/폐렴은 보고되지 않았다.
프랑스 구스타브루시연구소 바바라 피스틸리 교수는 "3등급 이상의 빈혈과 백혈구 감소증은 이전에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면서 "SKB264의 치료 잠재력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치료 경험이 없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을 포함해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의 내약성과 효능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