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 8월 31일부로 폐원한 서울백병원 교수 중 약 40%가 부산 지역으로 전보 조치됐다.
부산행 통보를 받은 교수들 대부분은 장기휴가를 내고 향후 추이를 지켜보거나 사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실제 부산에서 근무를 할 교수들은 1~2명에 불과할 전망이다.
21일 서울백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이날 서울백병원 교수 21명에 대한 10월 1일자 전보 발령을 내렸다.
21명 중 부산 지역으로 전보 조치된 교수는 9명(부산백병원 6명∙해운대백병원 3명)으로 병원장을 지낸 원로급 교수들과 재단의 폐원 결정을 일선에서 반대해왔던 교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 밖에 수도권 지역인 상계백병원 5명, 일산백병원 3명, 백중앙의료원 4명이다.
부산 지역으로 발령을 받은 교수들 중 실제 부산에서 근무할 의사가 있는 교수는 소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이 수도권에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어 갑자기 부산으로 근거지를 옮기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 발령이 나온 교수들 대다수는 남은 휴가를 쓰면서 교원에게 내려진 불리한 처분, 부작위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인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하는 한편, 법원 판결과 교육부 감사 등 향후 추이를 지켜볼 심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10월 중순경 인제학원의 서울백병원 교수∙직원 전보 조치와 관련한 법원 심문이 예정돼 있고, 10월 말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교수협의회는 병원 폐원과 전보 조치에 대한 교육부 감사를 요청하고, 국회에서도 토론회를 여는 등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전보 발령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잡음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교수들을 상대로는 직원들과 달리 희망 발령지에 대한 설문을 별도로 진행하지 않았으며, 대신 8월 중순부터 간담회, 개별 면담 등을 가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주요 관계자들은 재단이 병원별, 과별 TO 등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제공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일정을 잡는다고 보고 간담회와 면담에 불참하기도 했다.
병원의 이번 전보 발령과 관련해 서울백병원 외과 오행진 교수는 “재단이 전보 기준이나 병원별 TO에 대한 명확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전보 발령을 내렸다”며 “부산 지역으로 전보 조치는 사실상 병원을 나가라는 것과 마찬가지”고 지적했다.
부산백병원으로 발령 받은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조영규 회장은 “가족도 있는 상황에서 부산 출퇴근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뀌지만 서울백병원에서 폐원 저지 목소리를 냈던 한 명 정도는 사직하지 않고 부산에 남아있어야 되지 않겠나는 생각도 하곤 한다”고 했다.
이어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는 게 두렵기도 하고, 재단에 찍힐대로 찍힌 상태에서 부산백병원에서의 생활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좀 버텨볼 생각은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가 아니라 끝난 후에도 계속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