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에 이어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중등도 질환의 포괄 진료를 수행하면서 24시간 지역의 필수·응급의료 골든타임을 지키는 2차 병원을 육성한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16일 보건복지부는 프레지던트호넬에서 '역량있고 신뢰받는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 공청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지역에서 포괄 거점 역할하는 '포괄 2차병원' 육성…필수진료, 24시간 진료, 지역환자 중심
이날 유정민 의료체계혁신과장은 "정부는 새로운 의료 공급·이용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희귀질환에 집중하고, 그간 기능이 모호했던 2차 병원을 중등도 환자 및 24시간 진료 등 필수 기능에 집중하는 '포괄 거점 2차병원'과 특정 질환에 특화된 필수기능을 하는 '필수 특화 병원'으로 분화해 육성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먼저 추진하는 '포괄 2차 병원'의 지정 요건은 평가인증 종합병원이면서 지역응급의료기관 이상의 지정을 받았고, 진료 가능한 시술과 수술의 종류가 350개 이상이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포괄 2차 종합병원으로 선정된 기관은 ▲적정진료 ▲진료 효과성 강화 ▲지역의료 문제 해결 ▲진료협력 강화 등 4대 기능혁신을 이행해야 한다.
특히 지역 내 필수진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2차 종합병원은 응급 등 24시간 진료를 수행해야 하며, 지역 환자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성과지표에서 ▲적정진료는 DRG B, 지역 병의원 의뢰, 상급종합병원 회송, 응급(KTAS 1~4) 환자 비중 등으로 판단하고, ▲필수 기여도는 24시간 진료 제공이 가능한 진료과목 수, 응급환자 수용률, 지역 내 환자 비중 등으로 판단할 계획이다.
유 과장은 "정부는 포괄 2차 종합병원이 기능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환자실의 50%를 보상하고, 응급수술 등 응급의료에 필요한 항목을 보상한다"며 "특히 24시간 진료를 지원하기 위해 응급 당직 등에 필요한 보상을 강화하며, 기능혁신 성과에 대한 성과지원금으로 3년간 약 2조 원(연간 7천억 원 내외)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업 기간은 건정심 통과 후 올 5~6월에 기관을 선정하고 7월부터 지원을 시작하고자 한다. 연 단위로 신규 진입이 가능하도록 열어놓을 계획이며 부족한 병원은 일정 기간 유예를 줘 순환하는 구조로 가려고 한다"며 "사업이 진행된 이후에도 1년 단위로 평가하며 지정 기준 및 성과 보상 등은 현장 의견을 듣고 보완 발전 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민수 2차관도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2차 병원의 진료가 활성화된 지금이 2차 병원 역량 강화의 적기"라며,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2차병원을 육성해 지역의료 생태계 복원을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나친 포괄성 강조, DRG B군 한정에 우려 제기‥24시간 응급, 야간 당직 보상강화 환영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방향성에 공감을 표하는 목소리와 함께 지나치게 '포괄성'을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인천사랑병원 김태완 원장은 "우리나라는 그간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해왔지만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국민의 의료이용 관행 때문에 개혁이 쉽지 않았다"며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과 포괄 2차병원 지원사업을 통해 환자들이 적절한 기관에서 제대로 치료받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원장은 "정부의 포괄 2차병원 기준이 다양한 질환을 보는 지역사회 거점병원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의하지만, 너무 포괄적인 다양성만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실제 그 병원의 진료 역량을 반영하기 위한 고려요소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성과 지원에 있어 포괄 2차병원의 DRG 그룹 B군을 많이 보는 것을 장려한다고 했는데 질환 구분이 상당히 애매하다. 일반 진료 질병군이라고 하는 B군에도 중증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두 개의 혈관 수술, 혈종 제거술, 경막외 출혈 및 뇌와 관련한 응급 수술 등이 여기에 속한다"며 "다양한 질환에 가점을 줄 필요는 있지만 꼭 B군에 한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중증·응급질환인 급성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은 상급종합병원이든 포괄 2차병원이든 적절한 치료를 빠른 시간 내 치료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한 질환 군만을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와 달리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은 "그간 오랫동안 지속돼 온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수도권 쏠림으로 지역 2차 의료기관이 점점 약화되고 기능이 작아지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은 과잉 공급되고, 꼭 필요한 영역은 과소 공급되는 불균형이 발생했다"며 "이 가운데 의정 사태로 인해 뜻하지 않게 2차 병원들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됐고, 이러한 기회를 잘 활용해 2차병원이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화 병원이 더 기능을 잘 할 수도 있지만, 응급 상황에서는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응급의료기관은 어느 정도 중증, 응급환자를 보기 위한 포괄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인석 로체스터병원장은 "2차 종합병원이 어려움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행위별수가제 기반의 지불 제도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의료인력들이 야간 휴일에 대한 보상을 더 원하고, 쉬고 싶어하는 경향이 상당히 높아졌다. 그에 비해 24시간 스탠바이를 했을 때 병원에 환자가 없는 리스크가 높음에도 돌아오는 보상은 적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 병원장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응급, 야간, 휴일에 대한 보상, 수술 후 중환자실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정부 방향은 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현재 환자뿐 아니라 의료인력도 상급종합병원 등에 많이 쏠려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의 포괄 2차병원이 역할을 잘 하려면 119와의 연계도 필요하다. 현재 119는 환자를 이송할 때 환자의 중증도를 따져 수용할 병원을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극히 일부 환자의 경우 119를 타고 본인이 원하는 병원을 지정하기도 한다"며 "포괄 2차병원이 지역에서 적절한 역할을 하려면 119가 해당 병원으로 잘 매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