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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프진, 사후피임약 아니다”…산부인과 의사들 “처방 의사에게 위험·책임 떠넘기기 안 돼”

    직선제 산부인과개원의사회, 도입 논의 참여 촉구…사전진단·응급대응·추적관리·법적 보호 요구

    기사입력시간 2026-10-18 14:41
    최종업데이트 2026-10-18 14:41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김재유 회장이  ‘제22차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약물적 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진’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산부인과 개원의들이 국가 차원의 안전관리망 구축을 촉구했다. 약물적 임신중절은 사후피임약처럼 복용만으로 끝나는 의료행위가 아닌 만큼, 사전진단과 응급대응, 추적관리, 법적 보호 없이 처방 의사에게 모든 위험과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18일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22차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히고, 정부에 개원의사회의 제도 설계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정부는 임신 9주(63일) 이내 임신부를 대상으로 초기 2년간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는 방식의 약물적 임신중절 의약품 일명 ‘미프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미프진의 도입을 지나치게 급박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야당의 비판이 이어진 바 있다.

    “사후피임약처럼 접근해선 안 돼…국가가 응급대응·사후관리 마련해야”

    이날 박혜성 수석부회장은 “정부가 미프진을 마치 사후피임약이나 고혈압약처럼 접근하는 것 같다”며 “미프진은 사후피임약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수석부회장은 약물 복용 이후 통증과 출혈을 거쳐 임신중절이 이뤄지는 만큼 처방 이후 경과 관찰과 합병증 대응까지 포함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약물 투여뿐 아니라 이후 합병증 확인과 7~14일의 관찰 과정까지 포함해 시술에 가까운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임신 초기라도 출혈이 많을 수 있고, 사전진료를 통해 자궁외임신 등을 확인하지 못하면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환자가 의료기관 밖에서 출혈을 겪다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처방 의사에게 책임이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부회장은 “초기 분만처럼 배가 아프고 결국 임신중절이 되는 것”이라며 “사후피임약처럼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처방 허용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가가 응급대응과 사후관리 체계를 먼저 마련하고, 의료현장의 책임을 합리적으로 분담하거나 국가가 책임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박혜성 수석 부회장이  ‘제22차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재유 “약 먹으면 끝나는 것 아냐…수익 감소 때문에 우려하는 게 아니다”

    김재유 회장도 약물적 임신중절이 간편하게 끝나는 방법처럼 받아들여지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김 회장은 “약물 복용 이후 출혈과 사후 관리가 필요하며, 임신중절에 실패하면 추가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며 “의료사고와 분쟁에 민감한 국내 진료환경에서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용 역시 약값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회장은 해외에서도 처방과 관리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수익 감소를 우려해 미프진 도입에 반대한다는 일각의 시각에는 반박했다. 자신의 진료 경험상 임신중절 수술 사례가 많지 않고 의료기관 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돈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걱정돼서 그렇다”며 “허가가 나면 상당히 많은 이슈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한 도입 위한 6대 과제 제시…국가 책임의 이송·수용체계 요구

    이에 의사회는 미프진의 안전한 도입을 위한 6대 과제로 처방 안전성 가이드라인 확정, 처방자 자격 제한과 의료기관 명단 비공개, 합리적 급여·수가 기준 마련, 임상 재량 존중과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한 안전관리, 24시간 공적 상담·응급연계, 의료진 법적 보호와 미성년자 진료 기준 명시를 제시했다.

    의사회는 특히 야간 출혈과 통증 등 응급상황을 개별 병·의원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성긴급전화 1366과 119를 연계한 24시간 공적 상담·안내 창구를 복지부가 직접 운영하고, 등록 의료기관과 응급연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개원의의 야간 수용 능력과 병원 간 협의의 한계를 인정하고, 초기 안정화 이후 환자 이송과 최종 병원 수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회장은 “미프진 도입은 약 하나를 허용하는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의료체계를 새로 세우는 일”이라며 “사전진단, 응급대응, 추적관리, 법적 보호가 함께 갖춰지지 않은 채 책임을 일선 개원의에게만 맡긴다면 그 위험은 환자의 생명과 의료진의 안전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