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법을 둘러싼 판도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우선 예정대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간호법 대안 논의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간호협회가 대안 논의에 있어 소극적인 입장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거부권 행사가 절충안 조율에 기름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 이유는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법안 통과 논의의 갑-을 관계가 역전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을 국회가 다시 통과시키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지난 23일 간호법 본회의 부의 표결 당시 찬성표가 166표, 63%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여당의 도움없인 법안 통과가 어렵다.
즉 거부권이 행사된 이후 다시 법안을 통과시킬 땐 여당 표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간협이나 민주당 입장에서도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조건 원안 통과를 고집하긴 어렵다.
현재 간협은 대안 논의에 대한 언론 보도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일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면담도 급작스럽게 불발됐다.
면담 취소 이유에 대해서도 입장이 나뉜다. 복지부는 "간협이 간호법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으나 간협은 "복지부가 부적절한 언급을 했던 전력이 있어 예방 차원에서 면담을 잠정 연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간협이 밝힌 '부적절한 언급'은 지난 2월 복지부 박민수 2차관의 발언이다. 당시 그는 "간호법은 야당 단독으로 통과한 것으로 안다. 갈등이 심한 법안이 통과되면 행정부가 힘들다"고 말했다.
국회 상황에 정통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간협이 대안 논의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법안의 향방이 결정될 것 같다"며 "양곡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까지 실제로 행사됐고 이후 간호법과 방송법 등에 대해서도 거부권이 언급되는 만큼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법을 통과시키긴 야당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당도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4일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민주당이 요구한 양특검법, 간호법, 의료법 문제나 양곡관리법까지도 여야가 협의해서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간호법 대안 논의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법안 통과는 13일이 유력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3월 30일 "4월 13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자"고 언급하기도 했지만 민주당 측에서도 13일 통과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본회의에 직회부시킨 양곡관리법,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방송법 등을 차례대로 본회의에 통과시킬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합의가 미뤄져 해당 법안들이 한꺼번에 통과될 경우, 대통령 거부권도 법안들을 모아 한번에 행사될 수 있어 거부권 행사에 따른 부담이 경감되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대안 논의가 불발되더라도 법안 통과는 13일에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간호법 통과가 더 미뤄지면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다른 법안들과 일정이 겹치게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관련 단체들의 신경전도 격렬해지는 추세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회원 총파업 찬반 투표를 앞당겨 실시할 것이라며 투쟁 수위를 높이는가 하면, 간호협회는 3일부터 매일 국민의힘 중앙 당사와 국회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5일엔 간호사 등 2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도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