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고위험으로 기피 현상이 심각한 산부인과 분만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으로 ‘지역수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일선 현장은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의 ‘분만수가’는 허울만 좋을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코웃음을 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월 31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통해 분만의료기관 감소 및 그로 인한 지역별 분만의료 접근성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취약지에 거주하는 임산부가 거주지에 분만시설이 없고, 대도시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까지는 거리가 멀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는 현실 사례를 공개했다.
실제로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250개 시군구 중 분만취약지는 전체의 42%에 달하는 105개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지난 4년간 전체 분만의료기관의 14.1%인 분만 의료기관 80개소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복지부는 지역 여건에 따른 자원 분포 불균형 해소를 위해 지역별 차등화된 수가를 도입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특별·광역시 등 대도시 제외한 시군 지역에 시설·인력기준을 갖춘 분만 의료기관 대상으로 ‘지역(분만)수가’ 100%를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의료기관이 분만을 꺼리는 또 다른 이유인 의료사고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안정정책(분만)수가’ 100%를 신설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감염병 위기 상황시 ‘감염병(분만)수가’ 100%까지 포함되면 겉으로 보기에는 분만 취약지 분만 의료기관들은 현 분만 수가의 최대 300%가 가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현재 분만 수가가 40만원 정도밖에 안된다. 100%를 해도 80만원이다. 특히 지역수가는 광역시도를 제외했다. 16개 시도에서 7개 광역시를 빼면 전국 43%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역수가 가산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은 전국의 50% 가량 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회장은 “광역시도가 아닌 의료 취약지는 인구 소멸 지역이다. 그렇게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지역에 누가 산부인과를 개설하겠나. 기존에 있던 병원들도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문을 닫고 폐업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심각한 분만 취약지들인 군 단위는 1년에 태어나는 아이가 100명을 넘지 않는다. 분만 수가 40만원을 받고 100명의 아기를 받는다고 해도 연 400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분만 병원을 유지하려면 직원이 30명은 필요한데 인건비 등에 쓰면 한 달 유지비도 되지 않는다. 사실상 의료 취약지에 산부인과는 소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분만수가를 100%, 200% 가산해줘도 아이를 낳지 않는 인구 소멸 지역의 경우 분만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감염병 수가는 감염병 시기에만 적용되는 수가다. 지금과 같이 마스크도 벗고 코로나19가 안정된 상황에서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분만을 포기한 모 산부인과 의료진은 “지방의 의료취약지뿐 아니라 지방 대도시에도 태어나는 아이가 별로 없다. 분만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는 정해져 있는데 이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지자체에서 지원책이 있지만 2인 이상 산부인과 고용 등 현실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기준을 세워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구 소멸 직전의 지방에서 분만을 유지하게 하려면 포괄적인 분만 수가 인상안보다 특정 지역의 현실에 맞춰 세부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며 “분만을 포기한 병원들이 분만 수가가 높아진다고 다시 분만을 하리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산부인과가 병원 운영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이 이어지면, 한 달에 몇 건밖에 안 돼 손해를 보더라도 사명감을 갖고 분만을 하는 병원들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