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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의원들께 보내는 의대생의 공개편지 "제 동기들부터 외과를 더 기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명감으로 버티는 외과 지원자 매년 150명에 불과한데 더 줄어들 것...CCTV설치법 대안은 없는지 재고해달라"

    기사입력시간 2021-09-24 10:58
    최종업데이트 2021-09-24 11:0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지민 인턴기자 고려의대 예1] 수술실 CCTV법을 발의(김남국, 안규백, 신현영 의원)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신 더불어민주당 의원님들께. 그리고 저희 지역구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 국회 본회의 통과 환영'이라는 현수막을 걸어두신 민주당 의원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최지민이라는 학생입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작은 시민으로서 의견을 조금이나마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편지를 드립니다.

    저는 의과대학에 재학 중입니다. 내 몸이 힘들어도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의대에 왔습니다. 그런데 CCTV 법안과 관련해 의료의 미래가 너무 우려가 돼서 소시민의 의견을 조금이나마 들어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지난 여름에 우연히 외과의사 선배 여럿을 접하게 됐고, 수술실 CCTV 법안에 대한 우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외과를 둘러싸고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걱정이 워낙 많아서 그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CCTV 설치는 대리수술이나 성범죄를 막아주는 이점보다 의사에게 압박을 주어 수술이 원활해지지 못하는 폐해가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외과수술은 연차가 적은 전공의들이 배를 열어주면 정교한 수술을 전문의가 들어와서 하는 방식입니다. 즉 전문의가 중심이 되어 수술할 수 있지만 전문의가 모든 수술을 책임지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들고, 수술은 계속해서 밀려들어옵니다. 아래 연차가 나머지 과정의 수술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외과의 경우 전문의-전공의의 도제식의 교육방식으로 돼있습니다. 아래 연차에게 충분한 수술의 기회를 주어야 미래 의료 인력인 전공의가 충분히 수련하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CCTV 법안 도입 이후 수술하는 사람의 손이 바뀌고 하는 등의 현상을 문제삼는다면 전문의가 모든 수술을 책임져야 하고, 그러면 외과 수술이 지금만큼의 생산성을 가지고 이뤄질 수 없습니다. 결국 환자가 밀리고 외과 진료가 정체되고 수술이 진행이 되지 않아 당장 생명이 위중한 사람을 살리는 것조차 너무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당연히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선진 의료 체계 유지에 상당히 큰 파급을 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의대생 중 한 명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현재도 외과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환자를 살리겠다는, 진짜 의사가 되겠다는 사명감으로 외과에 갑니다. 그런데 수술 수가는 들어가는 수술 비용에 비해 정말 정말 낮다보니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적자가 나오는 탓에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이국종 교수님께서도 이 부분을 지적해오셨습니다. 그리고 수술로 인한 소송이 무서워서 외과에 가는 걸 더 주저하게 된다는 동기들이 벌써 제 주변에도 많습니다.

    '하지마라 외과의사'라는 책을 낸 엄윤이라는 외과의사분은 "외과의사를 하려면 돈을 포기하고, 시간을 포기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가족을 포기해라"라는 이야기를 하실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매년 150명 정도가 외과의사에 지원합니다. 

    그런데 CCTV 설치 의무화 이후에는 분명히 이조차도 외과 지원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미래가 정말 암담해집니다.

    저도 한 가족의 입장에서, 환자의 입장에서 한때는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야 한다는 생각도 해봤고 기득권 의사들이 치부를 감추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것이라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의사들이 아니라 극히 일부의 의사들의 사례일 뿐입니다. 의사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여의도에 파업하러 나온 의사들 대부분이 연차를 쓰고 파업 아닌 파업을 했습니다. 파업을 하러 나온 와중에도 간호사에게 전화해 환자의 소변량과 상태를 물어보고 "죄송합니다, 이것만 끝나면 바로 갈게요"를 연달아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의사들은 환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이고 국민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고 의료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의원님들께, 수술실 CCTV 설치법이 비록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2년간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세부 논의를 위해 의료계와 소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대안이 없는지 재고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지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