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25일 이대목동병원 사건과 관련한 입장 발표를 통해 소포장 용량 약품 생산, 주말과 야간의 약사 배치 의무화, 간호사 인력 기준 등 보건복지부의 신생아중환자실 대책의 미비점을 지적했다.
지난달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집단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2일 사망사건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의한 패혈증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의 감염경로는 ‘스모프리피드’라는 지질영양제(TPN)를 준비하거나 투여하는 과정에서 오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복지부에 대해 소아 신생아용인 소용량 약품 생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청과의사회는 “미숙아에게 주는 지질영양제의 최소용량은 100㎖였고 미숙아에 맞는 20~30㎖짜리 소포장 단위 약품이 없었다”라며 “지질영양제는 100ml에 7393원에 불과한데도, 복지부가 병원에 이를 나눠서 주도록 제도적으로 조장한 것과 다름 없다"고 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복지부에 주말과 야간에 지질영양제를 조제하는 약사 배치를 의무화할 것을 건의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병원 내 약사는 주말과 야간에 근무하지 않아 3일치의 지질영양제 용액을 제조해서 신생아실에 공급했다”라며 “경찰은 지질영양제가 상온에 5~8시간 노출된 것으로 확인돼 의료진의 책임을 물겠다고 밝혀지만, 주말과 야간에 근무하지 않아 지질영양제를 미리 조제한 약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복지부는 신생아중환자실의 안전한 투약관리를 위해 야간이나 주말에 약사를 배치하는 경우 수가를 지급하는 방안과 신생아에 대한 주사제 무균조제료를 가산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소청과의사회는 “조제한지 3일이나 지난 지질영양제를 아이들에게 주는 것 자체가 문제있다“라며 ”야간과 주말에 약사를 배치해 지질영양제를 신선하게 제조하고 무균 상태로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청과의사회는 간호사의 인력 기준과 질병관리본부의 늑장 출동도 문제삼았다. 소청과의사회는 “이대목동병원에서 보면 한명의 간호사가 4명이나 되는 미숙아를 돌보고 있었고, 복지부가 이를 제도적으로 강요해왔다”고 지적했다. 소청과의사회는 “환자 보호자가 112신고를 했고 경찰은 보건소에 연락했고 보건소는 복지부에 보고를 했다”라며 “질병관리본부는 사건 발생일(16일)이 아니라 다음날 정오에서야 대책반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일선 병의원은 감염병 위험이 있을 때 즉시 신고를 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200만원을 내야 한다. 소청과의사회는 "민원을 통해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보건소를 통해 질병관리본부에 위험 신고가 지연된 기간이 6개월 이상이 수백 건에서 수천 건이었다"라며 "심지어 511일 후에 보고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이대목동병원에서 근무한 전공의의 억울함도 호소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담당 전공의가 새벽에 콜을 받지 않았고 CCTV에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매도를 당했다”라며 “전공의가 등장하는 CCTV를 확인했지만 이미 언론의 폭력에 정신적으로 무너져 내린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며 “복지부가 책임의 당사자라는 것을 국민 앞에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23일 업무보고에서 여러 환자가 근접한 시간 이내에 유사한 증상으로 사망하면 의료기관이 보건소에 신고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준수사항 위반으로 사람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제재기준을 시정명령에서 업무정지가 가능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한다.
복지부는 신생아중환자실의 적정한 운영을 위해 전담전문의가 24시간 상시 근무하도록 했다. 세부분과 전문의가 근무한다면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료 수가에 가산한다. 간호사 경력, 감염교육 강화 등 간호인력기준을 상향해 등급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와 전공의가 입원한 병원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25일 지질영양제를 처방한 전공의를 소환했고 26일에는 담당 교수를 소환한다. 경찰은 간호사가 지질영양제를 주사했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은 의사에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