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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손보험 청구 환자→병원 , 민간 보험사가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이유는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기사입력시간 2018-10-19 13:00
    최종업데이트 2018-10-20 11:56

    #18화. 실손보험 청구 대행의 예상 폐해   

    누구나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이런 경험이 있다.
    “저 친구가 내 돈을 빌려 갔으니 나한테 받아야 될 돈은 쟤한테 받으면 돼.”

    그리고 이 경험은 굉장히 곤혹스러운 경우가 많다. 돈을 받지 못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민간 보험사는 소비자인 국민들과 일종의 채권, 채무 관계를 맺는다. 국민들은 보험료 형태로 보험사에 돈을 빌려주고 보험사는 이 돈을 보관, 운용하고 있다가 특정 조건이 발생하면 다시 국민들에게 돈을 돌려준다. 이 관계에서 국민과 보험사 외에 제3자는 개입되지 않고 개입돼서도 안 된다. 

    그런데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만든 공·사보험 정책협의체가 ‘실손보험금 청구 간편화’를 논의하기로 했다.  환자가  보험사에 청구하면 진단서와 진료비 계산서 등 필요한 서류를 일일이 뗀 후 보험금 청구서와 함께 인편이나 우편, 팩스로 보내는 번거로움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나아가 실손보험에 필요한 서류의 전송 대행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맡도록 한 법률이 발의됐다. 지난달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실손 보험 청구에 필요한 진료 내역서, 진단서,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의료기관이 전자 형태로 전송하도록 하고, 이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 가능하게 하는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실손보험 전송 대행에서 나아가 실손보험 청구와 심사까지 심평원이 맡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민간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심사하는 기관이 없다며 심평원 위탁이나 제3의 심사기관 설립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실손의료보험을 운영하는 곳은 민간 기업이고, 이들은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민간 보험사가 환자들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이 많은 것이 이득일까, 아니면 적은 것이 이득일까. 당연히 적게 주는 것이 이득이다. 청구 절차가 간편해지면 보험금 청구건수가 늘어날 것이 분명한데, 왜 이들에게 이득이 되는 걸까.  

    국민들이 직접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이를 거절하기가 매우 어렵다. 국민들이 직접적 계약 당사자이자, 상품 만족도에 신경을 써야 하는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손보험 청구와 심사를 심평원이 대행하면 보험사가 빚을 갚는 대상이 국민에서 병원으로 바뀌어 버린다. 민간 보험사는 심평원 뒤에 숨어 온갖 트집을 잡아 병원에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보험 지급 권한이 계약 당사자가 아닌 심평원이라는 제3자에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그리고 심평원 청구 대행에 심사 위탁까지 염두에 두는 비밀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 정책을 가장 환영하는 주체는 바로 민간 보험사들이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경우 오롯이 손해를 보게 되는 건 이미 의료행위를 공급한 병원이 된다. 의료행위를 선택한 건 환자이고 이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민간 보험사인데, 손해를 보는 건 생뚱맞게 병원이 된다.

    과연 이 관계가 환자들에게 좋은 걸까.  

    보험사와 병원의 관계 예측은 건강보험에서의 병원과 심평원과의 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심평원은 지난 2016년 삭감액수를 기준으로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해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이익을 크게 따지지 않는 공공기관조차 이렇게 삭감에 열을 올리는데 과연 민간 기업들은 어떨까. 

    결국 병원들은 보험사들로부터 대거 삭감을 당해 큰 손해를 보게 되고 보험사들은 심평원 심사라며 병원의 항의에도 뒤로 숨을 수 있다. 병원들은 보험금을 지급받기 어려운 의료행위를 피하게 된다. 환자들은 예전에 충분히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의료행위를 못 받게 된다. 결국 민간 보험사의 이득은 환자들의 손해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자동차보험 심사를 심평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데, 예전보다 삭감율이 높아졌다는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는데, 이는 다음호에 다뤄보겠다. (26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