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규 대구광역시의사회 부회장(SM영상의학과의원 원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포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특별사법경찰제도 도입 시도에 대한 제언’ 기고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특히 박 부회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하려는 시도는 공권력 남용과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다며 의료기관 개설 경유제도 법제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건보재정 위협 ‘사무장병원’...“건보공단 특사경 제도는 반대”
불법의료기관인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인을 고용해 의료인 또는 비영리법인 명의로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을 말한다. 박 부회장은 이러한 불법의료기관의 과다청구가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부회장은 “의료인의 명의나 자격을 도용해 개설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불법의료기관 적발 건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지난 2009년 6개 기관이 적발된 이후 2017년에는 253개가 적발됐다”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건보공단은 지난 9년간 불법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부당이익으로 인한 건보재정 누수는 약 2조863억원에 달하지만, 납부의무자 중 70%가 무재산재로 징수율은 5.9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불법의료기관 규제를 위해 관련 법규 개정을 통한 의료기관 개설 절차를 강화했다. 또한, 의료생협 설립요건과 불법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 등을 통해 대응 조직·단속 강화를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이들은 불법의료기관에 대응할 때의 한계를 내세워 2018년부터 정책적으로 법률 개정을 통한 특사경 제도 도입을 추진했다”며 “2018년 12월 6일 송기헌 의원외 10인이 특사경 제도 도입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입법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와 전국시도의사회는 건보공단 특사경 제도 도입 시도에 반발했다.
박 부회장은 “의료계는 법적 당위성과 건보공단의 객관성 상실, 영장주의 위반 우려, 전문성 결여 등을 이유로 전문가 집단의 직업수행 자유와 신체적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불법의료기관 개설 사전 차단이 가장 바람직”
우선 박 부회장은 근본적으로 의료기관 개설을 사전에 차단해 진입을 막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2000년 이후 국민의 평균 수명 증가, 의료시장 재편 등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기관 개설요건을 사전에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개설, 인·허가 해줌으로 인해, 불법의료기관의 시장 진입이 용이했을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장기적인 시장경기 침체와 정부 정책으로 협동조합기본법과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을 통한 의료생협, 의료법인 개설 인·허가 과정에서 정부의 관리 감독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박 부회장의 지적이다. 또한, 그는 요양병원 증가와 관리 부실 등의 복합적 원인도 제시했다.
박 부회장은 “사무장병원 단속을 꾸준히 강화하고 부당이익에 대한 환수금액을 늘려도 사무장병원이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병·의원 개설이 너무 쉽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여론은 사후 처벌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의료기관 개설 운영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진입단계에서 근절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다”라고 덧붙였다.
“사무장병원 근절 위해 리니언시 제도·개설경유 제도 도입 필요”
박 부회장은 현행법만으로 사무장병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 개설 경유제도, 리니언시 제도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박 부회장은 “현행법만으로도 충분히 사무장병원 단속, 처벌을 할 수 있는데도 특사경 제도를 추가적으로 도입하려고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공권력 강화와 기본권 침해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제도를 시행한다면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낳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일명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 내부자 고발을 활성화하고 개설단계에서부터 조기에 저지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부회장은 “주위에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해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하거나 명의를 빌려줘 적발, 처벌받은 선후배의사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한다”며 “이들은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환수금액은 물론 생활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러한 의사들은 대부분이 달콤한 속삭임에 속아 사무장병원에 근무하거나 명의를 대여해 줬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물론 명의대여·불법 사무장병원에 근무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 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단순하게 처벌강화와 징수금액을 높인다고 해서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 사무장병원의 불법적 개업을 막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부회장은 “가장 좋은 방법은 진입단계에서 근절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다. 행정기관에 의료기관 개설 신고 전 의료기관 개설자·운영 관련 사항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시·도 지역의사협회에 ‘의료기관 개설경유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는 것이 가장 실효적인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의사회 임원들이 개업을 앞둔 회원들과 이야기 해 보면 사무장병원인지 불법개업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의사회를 경유해 개업하는 경유제도를 법제화한다면 사무장병원 같은 불법개업은 확연하게 줄어들 것이다”고 언급했다.
그는 “의료기관 개설 경유제도를 법제화하면 불법의료기관 개설을 보다 쉽고 확실하게 막을 수 있을 것이다”며 “동시에 리니언시 제도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면 단시간에 사무장병원을 근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의 개설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