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일명 ‘사무장병원’의 개설·운영을 막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의료행위 삼진아웃제 도입, 의료기관 재개설 제한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다시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 주최로 열린 ‘사무장병원 근절을 통한 국민건강보험 재정건전화방안 마련 공청회’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고 국민들에게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무장병원 근절 대책이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신현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사무자병원 개설, 운영을 막기 위해 의료행위 삼진아웃제, 의료기관 재개설 경과기간 연장, 리니언시 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신 변호사가 제시한 개선방안에 공감하면서도 특사경 제도 도입 등의 방안을 추가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일반의료기관에 부정적 영향이 가지않도록 신중한 범위 내에서 사무장병원 근절 대책을 고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무장병원 의료행위 삼진아웃제·의료기관 재개설 경과기간 연장
신현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사무장병원 개설 현황과 국민건강보험 재정건전화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관련 법규 개정방안을 제시했다. 신 변호사는 “2018년 말 문재인 대통령은 9대 생활적폐를 적시했다. 특히 사무장요양병원의 비급여 치료행위가 만연하다며 적발됐을 때도 환수실적이 미흡한 문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법규 개정방안으로 △의료기관 등록 취소 의료인의 재개설 경과기간 연장 △의료법상 요양병원의 요양병상 정의 명확화 △비급여 항목 체계적 관리 △요양병원 입원시 신체기능저하군 입원 제한 등 심사강화 △의료기관 개설 시 의료인 정원요건 강화 △사무장병원 의료 행위 3회 이상시 삼진아웃 △의료인 리니언시 제도 도입 등 9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를 받은 후 동일 의료인은 원칙적으로 6개월 내에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신 변호사는 “하지만 의료법 위반으로 의료기관이 등록 취소돼도 재개설에 대한 유예기간이 짧다. 또한 원칙적으로 6개월 경과 후에는 다른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해 실효성이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신 변호사는 “의료법 위반으로 의료기관 개설 허가가 취소된 경우 해당 의료인은 2년 동안 의료기관 재개설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그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무장병원 의료행위를 3회 이상 했을 때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삼진아웃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현행 의료법은 자격정지처분 기간 중 의료행위를 하거나 3회 이상 자격정지처분을 받은 의료인에 대해서는 그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신 변호사는 “실제 삼진아웃제도의 실효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한 보건당국의 비공식적 입장은 다툼이 일어날 소지가 크므로 실무상 불가피하게 위반행위자에 대한 사법적 조치가 확정된 이후 행정처분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고 했다.
이에 개정 방안으로 △보험사기 행위를 의료인에 대한 필요적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하는 방안 △보건당국이 보험사기 행위 적발 시 일정기간 내에 의무적으로 행정처분을 하도록 법률에 행정처분 기한 명시하는 방안 △금융위원회와 보건당국의 협조를 현행보다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사무장에게 면허를 대여하거나 고용된 의료인은 각종 행정처분, 형사처벌의 가능성 때문에 자진신고에 어려움이 있다. 현행 의료법은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료인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에 관해서는 리니언시 제도를 두고 있다. 하지만 면허 취소 처분, 형사처벌에 대해서는 감면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신 변호사는 “이에 의료법에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료인 또는 면허를 대여해 준 의료인에 대해 면허취소처분·형사처벌 감면 규정 신설, 국민건강보험법에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감면 규정을 신설해 의료인 내부고발을 활성화화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 의료인 정원요건 강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 변호사는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의 정원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을 신규 개설하는 경우 정원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 의료인 정원요건 강화는 시행규칙 개정 등을 통해 가능할 수 있지만 의료계 반발이 예상돼 제반 사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요양시설과 요양병원 구분이 다소 모호하다며 요양병원 기능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 변호사는 “돌봄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요양병원 입원대상으로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히 요양병원에 입원할 때 의료최고도나 의료중도 환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신체기능저하군은 급증하는 추세다. 신 변호사는 “요양병원의 합리적 판단 하에 돌봄 서비스 필요도가 높은 경우는 환자들의 전원, 회송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의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
다.
“사무장병원 처벌 강화해야...공단 특사경 도입 필요”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신현화 변호사가 제시한 개선방안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단속을 강화하는 보다 현실적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사무장병원 개설, 운영 차단을 관리하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특사경 도입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또한 “특사경 제도를 건보공단, 금감원뿐만 아니라 관련 기관에 부여해 신속, 전문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라며 “현실적으로 빠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특사경, 수사체계를 편리하게 강화하는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래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선임전문연구위원은 “지역의사회, 병원협회, 의사협회가 개설 단계부터 관여할 수 있는 비전이 마련됐으면 한다. 리니언시 제도 도입에도 찬성한다”라며 “현실적 대책도 필요한데 공단 특사경 제도를 신중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위원은 “사무장병원의 수익귀속, 자금흐름을 서류 확인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자료확보가 어렵다면 현실적으로 재산 은닉으로 이어지고 그 이후에는 현실적으로 환수가 불가능하다”꼬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의료기관 방문할 때 서류가 전문서식으로 이뤄진다. (전문서식을) 확인할 수 있는 능력, 행정조사 경력이 있는 인력들이 활용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무장병원은) 수사난도가 높고 긴 시간이 소요된다. 공단은 12년간 사무장병원 조사 노하우를 갖고 있고 다양한 경우의 위반 사례를 정리했다”라며 “변호사 등 전문인력 200여명 이 상주하고 전국조사망, 빅데이터시스템도 확보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의료기관 등록 취소 의료인의 재개설 경과기간 연장 방안’ 관련 “사무장들에게 면허를 대여하는 자가 2년 뒤에 또 그런 행동을 한다면 6개월이나 2년이나 기간 차이만 있을 뿐 무슨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의대여 자체가 나쁘고 그로 인해 사무장병원이 생기는 부분이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 원인이 된다면 (의료기관 등록 취소 의료인의 재개설 경과기간이) 굳이 2년으로 갈 필요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사무장병원 근절 대책을 일반의료기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현두 보건복지부 불법개설의료기관단속팀 팀장은 “사무장병원에 규제를 강화하다보면 일반의료기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며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는 부분이 있어 고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신 팀장은 “최근 국회 상임위에서 리니언시제도 도입은 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가 됐다”라며 “기존 공익신고자보호법 제도에 대한 홍보,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원 요건까지 강화하게 되면 사무장병원 뿐만아니라 일반의료기관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