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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협 “비대면진료는 1% 위해 99% 국민 건강 위험”...복지부 "심각한 위해 없어"

    정부 주도 비대면진료 2만6000여건, 구체적 내용 공개 안돼...복지부는 의료계와 제도 설계 의지 피력

    기사입력시간 2025-07-08 08:30
    최종업데이트 2025-07-08 08:30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메디게이트뉴스 최지민 인턴기자 고려의대 본2] 대한의사협회(의협) 전성훈 법제이사가 “비대면진료는 1%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99%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가 되는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입법예고에는 6400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게재됐고,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6월 2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상태가 심각한 환자의 문제를 방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료정책연구원은 7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문제점’을 주제로 제43-6차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패널토의에는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조인산 에비드넷 대표 ▲조승철 대한내과의사회 총무이사 ▲성창현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장 등이 참여해 비대면진료의 문제점과 향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전성훈 이사는 “의료의 필수 요소인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가 비대면 진료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한 물리적 진찰과 검사 없이 이뤄지는 비대면 진료는 국민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동불편자나 장기요양 등록자에 대해서는 방문진료 확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 비대면진료 인원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약 60만 명, 전체 인구의 1% 정도로 추산된다. 결국 1% 국민을 위해 99% 국민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데, 입법으로 인한 이익이 그 위험을 상회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의협 김충기 정책이사는 “비대면 진료를 의료 접근성 향상의 수단으로만 보는 접근은 잘못됐다”며 “편의성은 높일 수 있지만, 임상적 안정성과 효과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도입할 명분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의 도입 목적은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야 하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에비드넷 조인산 대표는 “비대면 진료는 플랫폼이 아니라 도구(tool)로 봐야 한다”며 “광고나 노출 순위로 의료기관을 선택하게 되는 플랫폼 구조는 공공성과 상충된다”라며 “한국형 제도를 만들기 위해 의료 생태계 전반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승철 대한내과의사회 총무이사.

    대한내과의사회 조승철 총무이사는 “비대면진료는 환자와 의사에 의해 주도돼야 하는데 현재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진료 건수만이 유일한 기준이며, 비대면진료 중 발생한 5건의 의료사고는 공개조차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이사는 “내과의사회는 2개월 전 의협 정책국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비대면진료와 관련된 참여율, 전문과목, 지역, 병명, 초·재진 비율 등 14개 항목의 자료 제공을 요청했지만, 심평원은 ‘보유하지 않은 정보이며, 별도 데이터 추출 및 가공이 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제공이 곤란하다’고 회신했다”며 “이전 시범사업에 대한 자료조차 없는 상황에서 ‘건수는 많았고 사고는 없었다’는 말만 믿고 초진 환자의 비대면진료를 진행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의 위험성이 크지 않다며 안전성과 의료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강조했다.

    복지부 성창현 의료정책과장은 “비대면진료 2만6000여 건 중 5건의 사고 신고가 있었지만, 심각한 위해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성창현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장.

    성 과장은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한 보상에 대해선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 체계로 따로 논의해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성 과장은 플랫폼 이용 시 본인 확인과 관련해선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 본인확인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며, 전화로 이용하는 환자도 기존 진료기록을 기반으로 의원이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률적으로는 이용 절차를 명확히 규정해야 하며, 의료계에서 의견이 있다면 전달해달라”고 덧붙였다.

    성 과장은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현재의 법적 금지 상태를 해소하고 전문가인 의사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라며, “비대면 진료의 가이드라인은 의료계가 주도해 만들어야 하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는 의료의 중심이 아니라 보완적 수단이어야 하며, 안전성과 의료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