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응급환자 이송 시범사업, 정부 추진안과 달라져…강제 배정 연 1~2건에 그칠 것"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 "지역 지침 적용으로 강제 배정 가능성 대폭 줄어…사법 리스크는 해결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6-03-16 05:53
    최종업데이트 2026-03-16 05:53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두고 응급의료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당초 구상했던 방식과 달리 지역 거버넌스가 만든 이송 지침이 우선 적용되면서 ‘강제 배정’ 우려는 크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광주시응급의료지원단 단장을 맡고 있는 조용수 교수(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는 13일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정부 원안 대신)지역 거버넌스를 통해 합의된 지침을 최우선으로 적용하기로 하면서 크게 문제될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가 추진했던 시범사업안은 중증응급환자(KTAS 1~2등급)의 경우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병원의 수용 능력을 확인한 뒤 이송 병원을 선정하도록 하는 구조였다. 또 골든타임을 넘겨 이송이 지연될 경우에는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해 환자를 보내고, 안정화 처치 이후 최종 치료를 담당할 병원도 광역상황실이 정하는 방식이었다.

    중등증 이하(KTAS 3~5등급) 환자의 경우에는 병원의 수용 능력을 별도로 확인하지 않고, 이송 프로토콜과 병원의 사전 고지에 따라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지역 특성 고려한 지침 우선 적용…광주는 질환별 수용 가능성 높은 병원 목록 공유

    이 같은 안이 알려지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환자를 우선 응급실로 밀어 넣는 구조”라며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응급의료진의 사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조 교수에 따르면 정부안 대신 각 지역의 응급의료진과 구급대 등이 참여하는 지역 거버넌스가 마련한 이송지침을 우선 적용하기로 하면서 의료진의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전남대병원이 위치한 광주 지역의 경우 질환별·중증도별로 이송 지침을 보다 세밀하게 정비했다. 특히 환자 질환과 상태에 따라 구급대가 병원에 문의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정보를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광주에서는 심근경색 등 10여개 질환에 대해 KTAS 기준 대신 해당 질환 환자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병원 목록을 사전에 구급대에 공유하고 있다. 구급대가 수용 가능성이 높은 병원에 우선적으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물론 광역상황실이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광주의 경우 여러 단계를 통해 강제 선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구조를 마련했다.

    구급대가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해 10~15분가량이 지나면 지역 내 6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당직의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논의한다. 여기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광역상황실이 인접 시·도 병원에 연락을 돌리고, 이 과정에서도 병원을 찾지 못할 때 최종적으로 강제 선정이 이뤄진다.

    4단계 거쳐 강제 선정, 대부분 응급실 당직의 논의 단계서 종료…응급의료법 개정안엔 반대

    조 교수는 “강제 선정까지 가는 경우는 1년에 1~2번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며 “실제로 지금까지는 당직자 회의 단계에서 대부분 해결되고 있고, 강제 배정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제 선정이 이뤄지더라도 이후 광역상황실이 전국 단위로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수배하고, 119가 재이송까지 책임지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 교수는 강제 배정에 따른 사법 리스크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병원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환자 이송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배후진료가 미비한 상황에서 응급의료진은 소송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며 “사법 리스크 문제는 당연히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제도 개선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그때까지는 뉴스에 나오는 응급실 미수용 환자를 줄이기 위해 지역 거버넌스가 만든 지침 등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국회에 발의된 법안처럼 환자 이송을 결정하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환자는 적시에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곳으로 이송돼야 하는데, 법안대로라면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강제적인 방식이 아니라 지역 거버넌스가 만든 지침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