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메디톡스, 바이넥스, 비보존제약에 이어 종근당의 불법 의약품 제조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제도 개선을 비롯한 의약품 안전·품질관리 전반의 법·제도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의약품 불법 제조·유통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 20건을 상정, 논의한다.
우선 이날 이른바 '제2의 메디톡스 방지법'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이 심사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4월 메디톡스가 메디톡신를 생산하면서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고, ▲원액 및 제품의 역가시험 결과가 기준을 벗어나는 경우 적합한 것으로 허위 기재했다고 밝혔다. 또한 ▲조작된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해당 의약품을 시중에 판매해온 사실도 적발했다.
국가출하승인은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백신, 혈액제제, 항독소 등 생물학적제제를 대상으로, 시중에 유통·판매하기 전 제조단위(로트)별 검정시험과 자료검토 등 한 번 더 품질을 확인하는 제도다.
이처럼 부적합 원료를 사용해 의약품을 판매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음에도, 현행법상 위해의약품 제조시 과징금이 업체 생산수입액의 100분의 5에 불과하며 판매정지나 취소 후에도 재승인을 받을 수 있어 다시 정상적인 판매가 가능하다. 때문에 제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에 제2의 메디톡스 사태를 막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해당 개정안에는 품목허가와 국가출하승인을 받아 허가가 취소된 경우 품목허가 제한기간을 1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출하승인을 받으면 품목허가 자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개정안에는 국가출하승인에서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경우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으며, 법 위반을 통해 얻은 경제적 이익과 과징금 규모가 연동될 수 있도록 ‘해당 품목’ 생산수입액의 2배 이내로 규정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강병원 의원은 "신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은 강박적일 정도로 안전성을 확인해야 함에도 메디톡스는 의약품 관련 서류를 허위로 조작하고 원액정보를 바꿔치기 했다"면서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커다란 위협일뿐더러 K-바이오 위상을 송두리째 허무는 일인만큼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자료조작을 사전에 차단하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약처도 검토보고서를 통해 "의약품 허가, 국가출하승인 등에서 서류를 조작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관리당국을 기만하는 것이므로 강력한 처분이 필요하다. 현재 자료조작으로 허가를 얻어 업체가 얻는 이익에 비해 적발시 처분이 매우 부족한만큼 허가 제한 기간을 상향하고 과징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개정안에 대해 동의했다.
이와 함께 이번 소위에서는 허가·신고한 의약품 외에 자사제조용 원료의약품 등에 대한 해외제조소 관리를 강화하는 취지의 약사법 개정안도 상정됐다.
이는 원료의약품의 경우에도 해외제조소 등록․실사 등을 통해 수입의약품 등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입법 공백을 보완하려는 것으로,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해외제조소 등록·실사 제도의 도입취지를 고려할 때 입법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식약처도 "허가·신고한 의약품 외에 자사제조용 원료의약품 등에 대한 해외제조소 관리를 강화하고,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국가출하승인 받은 경우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의약품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사항으로 타당하다"고 법 개정 취지에 공감했다.
의약품 유통관리 미비점을 바로 잡는 법안도 심의된다.
현행법상 의약품공급자가 약사·의료인·의료기관 개설자 등에게 판매 촉진을 위해 경제적 이익 제공할 경우 지출보고서를 작성·보관하도록 의무화했으나, 해당 업무를 위탁계약한 업체는 이를 규제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의약품공급자로부터 의약품 판매촉진 업무를 위탁받은 자도 지출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상정,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 발생한 바이넥스, 비보존제약, 종근당 등 불법 의약품 제조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도 소위에 상정, 논의된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업자, 품목허가를 받은 자 또는 수입자 등은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허가·변경허가를 받거나 신고·변경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의약품 제조업자, 품목허가를 받은 자 또는 수입자 등이 허가·신고 관련 규정을 위반하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했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의약품에 대한 제조·품질관리를 강화하고자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을 통해 허가·변경허가를 받거나 신고·변경신고를 하여 허가취소·업무정지 등 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과징금 부과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위해 의약품 제조 등에 대한 과징금을 종전의 100분의 5에서 100분의 10으로 상향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식약처는 의약품의 허가‧신고 관련 규정을 위반하거나 허위자료 제출 등 거짓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제약사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제재를 통해 의약품 안전관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입법취지에 동의했다. 다만 징벌적 과징금의 상향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전체 생산·수입액보다는 위반 품목의 생산·수입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위반 품목 판매에 따른 경제적 이익 박탈이라는 취지에 더 부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약사회도 검토보고서를 통해 "최근 일부 제조사에서 허가받은 원액과 다른 성분의 원액을 사용하고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뒤 조작된 시험성적서를 제출해 국가출하승인을 받는 등 의약품 제조업자, 품목허가를 받은 자 또는 수입자 등이 허가·신고 관련 규정을 위반하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했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서 "제조사 등에 제조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개정안에 적극 찬성한다"고 동의했다.
보다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1+3 생동 제한 법안도 이번에 상정, 긍정적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한 성분당 제네릭수가 최대 138개에 달하며 성분당 평균 제네릭수가 80개에 이르는 등 공동·위탁생동과 위탁제조 무제한 허용으로 인해 제네릭 품목 과당과 이로 인한 위탁품목 자체 품질관리(QC) 부실 문제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약사법상 의약품의 제조·판매·수입을 하려는 경우 품목별로 식약처장의 품목허가 또는 품목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허가 신청 및 신고 자료가 행정규칙인 총리령에 위임돼 있어 법적 안정성과 제도 투명성이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현행 약사법의 입법 미비로 인해 공동 생동과 공동임상에 대한 규제가 없어 동일 성분의 의약품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제약산업 육성 목표인 '신약 개발 역량'을 보유한 우수한 제약사보다는 허여받은 자료를 통한 복제약 제조·판매에 치중하는 개발 능력 없는 제약사가 난립되면서 바이오제약산업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바이오제약산업의 유통 문란과 신약 개발 능력 약화 문제를 해소하고자 의약품 제조·판매·수입에 대한 허가·신고 제도를 명확히 하고, 의약품 허가 시 동일한 임상시험자료 사용 동의 횟수를 제한하는 이른바 1+3 생동 제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 이번 소위에 상정됐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불법 의약품 제조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면서, 긴급 이사진 회의 등을 통해 해당 법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약협회 측은 "직접 만들지 않고, 직접 품질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현행 제네릭의약품 등의 허가·제조 환경이 품질관리 부실과 시장 난맥상의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공동·위탁 생동과 자료제출의약품 임상시험 제출자료 허여에 대한 ‘1+3 제한’에 찬성하며, 국회 입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들 법안은 메디톡스, 바이넥스, 비보존제약, 종근당 등 일련의 불법 제조 사태 발생에 따라 식약처 등 정부여당은 물론 제약업계마저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별다른 반대 토론 없이 상임위를 통과할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법 개정만으로 잇딴 임의 변경 등 불법 의약품 제조 문제를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GMP에 대한 점검이 드물게 이뤄져 법을 위반하더라도 걸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며, 내부 고발 등으로 희박하게나마 위반 사항이 적발되도 제재 수위가 낮다는 한계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GMP 제도 개선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최근 시작된 불시 점검을 대폭 확대시켜야 한다. 언제든 법을 위반하면 걸릴 수 있다는 의식이 자리잡아야 한다"면서 "적발 후 제재 강화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위법 제조 의약품에 대한 판매 정지에 그칠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 의약품이 유통될 수 없도록 'GMP 인증'을 취소하고, 재인증까지 수년 가량의 제한 기간을 두는 등 보다 강력한 처벌 조항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