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는 26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정부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치매 조기진단기술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연구 결과의 범위를 벗어난 부풀리기 행위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행위가 연구부정행위의 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해 과기정통부에 민원을 접수했으나 애매하고 (과기정통부는) 미온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9월 16일 '국내 연구진의 신개념 치매 조기진단기술'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는 경상대 생명과학부 연구팀이 치매를 손쉽게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진단키트를 개발했으며 연구팀의 연구 성과는 국제적인 저널인 'Scientific Reports'에 'A novel kit for early diagnosis of Alzheimer’s disease using a fluorescent nanoparticle imaging'이라는 제목으로 9월 12일 온라인 게재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해당 논문의 전문을 확보해 검토한 결과 보도자료에서 밝힌 '조기진단키트가 잠복상태의 치매까지 판별'해 낸다는 내용과 '치매진단의 정확도를 높였다'는 내용은 논문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먼저 잠복상태의 치매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무증상의 단계'나 알츠하이머치매의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진단 정확도를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알츠하이머치매) 환자 5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만 존재했으며 잠복상태의 치매라고 할 수 있는 '무증상의 단계'나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바른의료연구소는 "보도자료 중 연구 성과를 설명하는 항목에서 기존에는 할 수 없었던 ‘인지능력의 장애나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치매 초기를 진단’ 할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으나 논문에서는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연구자는 '경도인지장애 2명'이 연구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논문에는 이러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다”며 “정상인과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만 연구 대상에 포함됐음을 기술하고 있다. 논문에서는 단지 4번 알츠하이머치매 환자(P4)에서 타우의 수치가 높고 베타아밀로이드 저중합체의 농도가 매우 낮아 '경도인지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기술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연구소는 "논문 원문은 'Figure 5'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시료를 분석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으나 이를 번역한 보도자료의 '그림 5'에서는 '경도인지장애 환자까지 진단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고 기술하고 있다“며 ”참고로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장애 등 인지 장애가 있으나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 즉 치매의 전단계를 의미하는 임상적인 진단이고 바이오마커는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을 감별하는 한 가지 수단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임상적으로 알츠하이머치매를 진단받은 환자의 혈장으로 검사를 했더니 경도인지장애 같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또한 보도자료에서 밝힌 '치매진단의 정확도를 높였다'는 내용에 대한 근거도 해당 논문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치매진단의 정확도를 알기 위해서는 민감도 특이도 등에 대한 분석 결과가 제시됐어야 한다”며 “치매 정확도를 높였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치매 진단 검사와 비교해 정확도를 얼마나 높였는지에 대한 결과를 제시했어야 한다. 그러나 논문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번 연구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기 위해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통해 새로운 개념의 진단키트를 개발해 치매진단 기술을 발전시킨 것은 맞다. 하지만 보도자료를 통해서 밝히고 있는 '잠복상태의 치매 판별'이나 '치매진단의 정확도'에 대한 내용은 해당 연구에 포함돼있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연구소는 “이번 연구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조성된 과기정통부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이뤄졌기 때문에 연구 성과를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하는 것은 일종의 연구부정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연구소는 지난 9월 19일 과기정통부에 민원을 신청해 왜곡된 보도자료 작성·배포의 책임 소재, 해당 행위의 연구윤리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과 국민들에게 잘못 전달된 내용을 바로잡을 수 있는 수정보도자료 배포 등을 요청했다.
연구소는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10월 11일 연구책임자의 궁색한 변명으로 민원 답변을 대신했다. '논문에 보도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는 성과들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이는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 아니고 민간기업과의 계약사항으로 인해 논문에 모든 정보를 담지 못한 것이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궁색한 변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민간기업과의 계약사항으로 인해 논문에 모든 정보를 담지 못하는 것과 논문에 없는 성과가 보도자료에 등장하는 곳이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며 “과기정통부의 답변에서 왜곡된 보도자료 배포의 책임 소재,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판단,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보도자료의 배포 등에 대한 답변은 찾아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연구소는 10월 14일 과기정통부에 민원을 재신청하고 답변을 요청했다.
연구소는 “과기정통부는 두 차례나 처리기간을 연장한 후 12월 10일 ‘연구재단을 통해 전문가 자문을 구한 결과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대로 논문에는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경도인지장애 환자들까지 진단이 가능하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다만 연구책임자가 민간기업과의 계약으로 모든 데이터를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성과를 의도적으로 부풀려서 홍보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앞선 민원과 다를 바 없는 핵심 없는 답변에 불과했다”고 했다.
연구소는 “과기정통부의 이번 답변에서도 부풀려진 보도자료 배포의 책임 소재,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의견, 그리고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고민에 대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며 “교육부훈령 제263호에 따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근거로 연구 결과에 존재하지 않는 내용을 부풀려서 홍보하는 행위를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교육부, 한국학술재단, 경상대학교에 검증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과기정통부에 연구소의 지적과 한국연구재단 자문 결과를 토대로 연구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정정 보도자료’를 배포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릴 것을 요청한다”며 “이러한 행위가 연구부정행위의 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해 교육부, 한국학술재단 ·연구자가 속한 경상대학교에 연구부정행위 검증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