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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협 집행부, 상임이사회 논의 거치지 않고 노환규 전 회장 관여된 의료계단체에 의사회원 정보 확인"

    "조국 퇴진 서명한 의사회원 확인, 상임이사회서 부적절 지적있었지만 이미 실행 상태"

    "정치적 성향은 민감 정보, 보수단체 정치적 목적에 이용" vs "공익적 목적이라면 문제없어"

    기사입력시간 2019-11-05 16:11
    최종업데이트 2019-11-06 06:4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상임이사회 토의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보수성향으로 알려진 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관여된 의료계 임의단체에 의사회원 정보를 확인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이달 1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용산경찰서에 고발한 가운데, 의협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위법성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상임이사회 토의사항으로 올라왔지만, 회원정보는 이미 확인해준 상태" 

    지난 9월 25일 오전 7시에 있었던 제40대 의협 집행부 제69차 상임이사회 자료를 5일 확인한 결과, ‘정의가 구현되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원하는 대한민국 의사들’이라는 한 의료계 임의 단체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과 관련해 협조를 요청했다. 협조 요청은 이날 상임이사회 토의 안건으로 올라왔다.  

    당시 상임이사회 자료에 따르면 “‘정의가 구현되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원하는 대한민국 의사들‘ 일동 명의로 9월 18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과 조국 장관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퇴교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의사 대상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9월 23일 현재 기준 5153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된다”고 밝혔다. 

    상임이사회 자료는 “서명운동 주최 측에서 의협에 부산대 의전원에 서명지 전달 및 권고문 하달 등을 요청해왔다. 이번 서명운동은 일선 의사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추진됐으며 의협을 비롯한 산하 의사단체에서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라면서도 “다만 서명자의 유효성(의사 회원 여부)는 의협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토의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서 의협 집행부는 서명지 전달과 권고문 하달을 의협 차원으로 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의협 집행부는 이미 서명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의사 회원인지 여부를 확인한 다음에 상임이사회 자료로 올린 것이 입증됐다.

    실제로 상임이사회 이틀 전인 9월 23일 언론 보도에도 최대집 회장이 “이미 의사회원 여부를 확인했다”는 내용이 언급돼있다. 의협에서 개인정보(성명 및 의사면허번호) 확인 후 203명이 허위 참여자로 확인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당시 상임이사회 참석했던 한 의료계 인사는 “상임이사회 토의 때 임의단체 요구에 의한 회원 정보 확인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자료에는 이미 회원 정보를 확인해준 것으로 돼있었다”라며 "해당 임의단체에 이미 회원정보를 확인해주고 나서 요식행위로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의협 최대집 회장과 방상혁 부회장, 박종혁 대변인 등에게 사실 확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전부 전화를 받지 않거나 문자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전 양해 구하지 않고 정치적 성향에 이용" vs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 문제 없어" 

    병의협이 경찰 고발로 문제를 삼은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외에도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는 민감한 정보가 회원들의 동의 없이 드러날 수 있다는 데 있다. 결국 서명에 참여한 회원들이 정치적 목적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의협은 "조국 전 장관의 사퇴와 가족들의 문제로 대한민국은 찬반 의견차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정치적으로 극한 대립의 상황에 놓였고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아직 검찰의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사안인 만큼 이 문제는 철저히 개인적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 또한 개인의 정치적 견해는 자신이 내비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이상 비밀유지가 돼야 한다"고 했다. 

    병의협은 "그런데 당시 해당 임의단체가 진행했던 서명 운동은 서명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개인의 정치적 견해가 드러날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민감한 사안에 서명한 회원들의 명단이 정확한 동의 없이 의협으로 넘어갔다. 의협은 명단을 대조,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회원들의 정치 성향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최 회장의 정치적 성향이 알려진 상황에서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의가 구현되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원하는 대한민국 의사들’의 서명운동이 노환규 전 의협회장을 통해 공개되면서 더 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노 회장은 최대집 회장의 후보자 시절 선대위원장을 맡았으며, 지난 9월 우파 성향 의사단체 '자유수호의사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의협 상임이사회에서 노 회장의 협조 요청이 있었다는 발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의견은 분분해 보인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 집행부가 서명을 한 회원들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물론 전직 의협회장의 정치적 성향에 이용됐다고 본다”라며 “이번에 철저한 조사를 통해 위법성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당시 서명운동은 조국 장관 딸의 의전원 부정 입학에 분노하는 많은 의사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의협과 산하단체가 싸울 일이 아니다"라며 "공익적인 목적으로 활용했다면 의사회원 정보 확인 자체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