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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추행 혐의 산부인과 의사 내부 징계 여부 놓고 의료계 입장 ‘팽팽’

    무죄추정의 원칙‧사법 판단 영향 줄 수 있어 VS 자율정화 강화 원칙 바로 세워야

    기사입력시간 2021-09-17 14:37
    최종업데이트 2021-09-17 14:37

    지난 6월 2일 비윤리적 의사 회원을 근절하기 위한 대한의사협회의 ‘의사 자율정화 강화를 위한 기자회견’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의 내부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를 놓고 의료계 내 의견이 갈리고 있다. 수사결과 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시기상조라는 견해와 이와 별개로 내부 자율정화 강화 원칙을 단호히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의협, 유사성행위 부산 산부인과 의사 중윤위 회부할 듯
     
    앞서 16일 부산 동래경찰서에 따르면 부산에 위치한 산부인과병원 의사 A씨는 간호사가 없는 사이에 수술을 끝낸 여성에게 수면마취제를 투여해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지난 1일 구속 송치됐다.

    A씨는 지난 2월 자궁근종 수술을 끝낸 후 회복실 있던 환자에게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추가로 투여하고 마취 상태에 있는 환자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수술실엔 CCTV나 간호사 등 목격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이 공개되자 자율정화를 강조하던 의료계도 바빠졌다. 취재결과, 17일 대한의사협회는 A씨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하는 방향의 긴급 서면 결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술실 CCTV 설치와 의사면허취소법 등과 관련해 비윤리적 행위를 한 의사 회원에 대한 의료계 내 자율정화를 대폭 강화하는 기조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에서다.
     
    의협 관계자는 "현재 A씨에 대한 중윤위 회부를 결정하는 서면 결의가 내부적으로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아마 오늘 중으로 회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결과 조차 나오지 않았는데 내부 징계, 시기상조 아닌가?
     
    그러나 수사결과 조차 나오지 않은 사건에 대한 중윤위 회부가 적절한 지 여부는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일부 언론매체의 보도만을 통해 의협이 일방적으로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문가평가단의 경우, 사전에 징계 절차가 진행될 경우 추후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진행 중인 사건일 땐 내부적인 징계 절차를 시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중윤위는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으로 정관 제58조에 따라 중윤위는 의사윤리와 정관을 위반한 회원을 언제든 징계할 수 있다. 윤리위 규정 제14조를 살펴보면 중윤위 징계 사유는 정관상 위배를 저질렀거나 본회 질서를 문란케 한 행위를 말한다. 또한 의사윤리에 있어서 파렴치한 행위를 하거나 비과학적, 비도덕적 행위, 의사 품위 훼손 행위 등을 했을 때도 의사윤리 위반행위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개원의협의회장)은 "물론 잘못을 저질렀다면 엄벌에 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 A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사안의 인과관계 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 보도만 보고 징계절차를 밟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시대에 결과적으로 무죄 판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수사결과나 사법적 판단 여부를 보고 중윤위 회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A씨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의 수상한 점도 언급했다.
     
    그는 "보도된 내용을 보면 수술 후 회복실에 있는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했다고 하는데 회복실은 마취 이후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 장소라 수시로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오고가는 장소"라며 "사건 발생 7개월 만에 갑자기 유사성행위라며 검찰에 기소된 점을 보면 (의사면허취소법 등을 앞두고)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양동호 추진단장(의사면허관리원 추진위 부위원장)도 "현재 경찰 수사 중인 상황으로 어느정도 수사결과를 보고 중윤위 회부가 이뤄져야 맞다고 본다"며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다 보면 억울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비윤리적 행위는 내부적으로 엄벌해야
     
    반면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의사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이명진 소장(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은 "수사결과와 별개로 의협이 비윤리적 회원의 징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바람직하다"며 "최근 여러 이슈로 인해 의료계 내 자율정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부 징계는 사법적 판단과 달리 진행될 수 있는 부분이다.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해 일벌백계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향후 의사면허관리원 설립과 자율징계권을 가져오는 부분에 있어서도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의협 측은 다양한 찬반 의견이 있는 것도 맞지만 이와 별개로 의협이 앞으로 비윤리적 의사 회원에 있어 더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임을 강조했다.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현재 의협이 A씨의 잘못 여부를 따질 수 있는 증거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평가를 내릴 수 있지도 않다"며 "죄를 지었다면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인 당연하지만 최종적으로 무죄가 선고된다면 미리 사회적 낙인을 찍는 부작용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이런 문제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있었지만 현재 구속영장이 나와 있는 상태고 의협이 비윤리적 의사 회원에 대해 더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며 "중윤위에 회부되더라도 곧바로 징계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수사결과나 법적 판단 등을 참고해 내부 징계도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