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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자 정보에 의한 차별, 어떻게 막아야 할까

    차별금지법 국가별 상이…단순 국가법만으로 막을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기사입력시간 2018-04-17 06:00
    최종업데이트 2018-04-17 06:00

    사진: 국회국제보건의료포럼 2018 유전자 차별 금지법의 국제 동향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유전체 시퀀싱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그 비용도 빠르게 감소, 유전자 검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2014년 이후 1만 달러에서 아이폰 1대 가격 수준인 1000달러로 낮아졌고, 지난해 초 일루미나는 유전자 검사 100달러 시대를 예고했다. 이와 동시에 개인의 유전 정보가 널리 활용되면서 유전자 정보때문에 사회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유전자 차별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국제보건의료포럼은 16일 연세의료원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유일한홀에서 '유전자 차별 금지법의 국제 동향'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에는 세계 10개국 전문가들이 참석해 각 나라의 유전자 정보 차별 그지법에 대한 현황을 공유하고, 미래 보완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싱가포르국립대 알라스테어 캠벨(Alastair Vincent Campbell)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질병 예방의 관점에서 약물유전학, 정밀의료, 질병의 조기 발견 등 과학적 진보는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이러한 정보가 건강보험, 고용 등과 관련해 특정 개인에게는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위험 또한 존재한다"면서 "특히 '23andMe'와 같은 상업 기업들이 입수한 데이터를 제약회사와 같은 제3의 업체에 판매함에따라 이러한 위험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보험사와 고용주가 개인의 유전정보를 요구하지 않는 자발적인 협약 체결을 권장하고, 유전정보 제공업체로 하여금 개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완전히 공개하도록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안전장치는 불충분하고 강제할 수 없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은 유전정보의 악의적 사용을 형사상 범죄행위로 간주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전자정보차별금지법에 대한 현황을 보면 국가간에 많은 차이가 있다. 영국과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관련법 제정보다는 보험업계와 고용주에 의한 자발적 자율규제에 의존하는가 하면, 미국의 경우 유전자정보차별금지법(GINA)이라는 강력한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유전자 정보 오용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다루고 있고, 일본은 유전자 정보에 대한 특정 보호대책이 없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리처드 헉스터블(Richard Huxtable) 교수는 "영국의 상원은 2008년 보고서를 통해 '현재로서는 직장 또는 일반 상황에서의 유전자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굳이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유전과학의 급격한 발전을 감안할 때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고, 여전히 같은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고용관행규약과 보험 관련 협약 및 모라토리엄을 통해 유전자 차별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브리스톨대학교 조나단 아이브스(Jonathan Ives) 부교수는 향후 법률이 고려해야 할 도전 과제로 ▲허용할 수 있는 차별과 허용할 수 없는 차별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성별 위험과 가족내 위험에 관한 통계치를 근거로 차별을 하거나 유전자 위험에 관한 통계치를 근거로 차별하는 보험회사들 간에 차이가 있는가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또한 "유전 정보와 함께 인구학적 통계,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정보 등 여러 데이터를 합쳤을 때 예측성이 높아지는 만큼 단순히 유전 정보에 의한 차별이 아닌 데이터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일부 법학자들은 예측적인 데이터를 다루는 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국과 달리 최근 법률을 도입한 캐나다의 연자는 법률 도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공유했다. 캐나다 의회는 지난해 3월 유전자 차별 금지 및 방지법 'Act S-201'을 과반수 찬성을 채택해 현재 시행 중이지만 퀘벡 주 정부는 헌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적법성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얀 졸리(Yann Joly) 교수는 먼저 S-201 법안 채택으로 이 주제에 대한 열띤 논의와 언론의 관심이 이어진 것과 해당 집단 구성원들이 의존할 수 있는 법률이 된다는 점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봤다.

    그러나 ▲보호 범위가 제한적(가족력 제외, 법집행기관·출입국관리소의 유전자 정보 사용은 제외) ▲정의와 표현이 상당히 보수적(최근 사용하는 새 기술이나 후생유전학(epigenetics)는 제외) ▲해당 집단에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법률관련 공익캠페인 또는 대중참여 계획의 미개발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문서화하는데 필요한 증거 부족 ▲위헌 문제 등에서 제한적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졸리 교수는 "지금까지 경험한 유전자 차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면서 "입법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정의가 협소해지면서 보험 외 다른 문제에 대해 간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세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김한나 교수는 유전자 차별에 대한 사회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2012년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이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차세대 맞춤의료 유전체 연구 대국민 인지도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암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을 친구, 직원, 배우자 및 보험 가입자로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비율은 각각 78.6%, 61.2%, 48.2%, 21.8%로 특히 배우자 항목에서 매우 낮은 비율을 보였다.

    연구원이 2013년 임상유전학 관련 의사 9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유전적 위험이 있는 사람의 고용 차별 금지 또는 보호의 수준이 낮다고 응답한 비율이 52.5%로 높다 6.1%보다 많았고, 유전적 위험이 있는 사람의 개인 건강 보험 차별 금지 또는 보호의 수준에 대해서도 낮음이 50.5%를 차지하는 반면 높음이 9.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오사카대학 카즈토 카토(Kazto Kato) 교수는 "고용에 대한 차별은 여러 이슈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결혼과 관련된 차별은 일본에서도 존재하지만 이것을 입법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인지는 잘 모르겠다. 폭넓은 차별이자 낙인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이다"면서 "구체적인 입법은 가능하겠지만 폭넓은 이슈들은 다른 방법으로 다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연세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김소윤 교수는 "입법의 과정을 통해 유전자 정보 보호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열린다고 생각한다"면서 "사보험을 제공하는 회사들도 유전적 선호도가 있다면 이런 부분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입법과정 그 자체가 논의를 돕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헉스터블 교수는 "대중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당사자들의 정보를 받았을 때 어떻게 판단이 달라지는지도 평가해야 하고, 국가 차원의 법이 제정됐을 때는 해당 법이 가지는 힘을 생각해 형법으로 할 것인지 민법으로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나아가 데이터 공유의 문제가 있는데, 현재 우리는 국가법을 보고 있는데 이는 보편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데이터 공유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국가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의 합의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