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성과 냈다”는 응급이송 시범사업에 응급의학의사들 “양심 걸고 반대”…이유는?

    복지부 9월 전국 확대 추진에 현장 반발…응급의학의사회 “로데이터 공개 없이 자화자찬, 공개토론회 나서야”

    기사입력시간 2026-06-18 14:30
    최종업데이트 2026-06-18 14:30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호남권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의 성과를 내세워 9월 전국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실질적 성과도, 인프라 개선도 없는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응급의학 의사들은 정부가 시범사업 결과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 전국 확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복지부가 밀실 통계를 즉각 공개하고 현장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개 검증과 토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규제 강화와 조직 확대를 위한 껍데기 시범사업의 전국 확대를 전문가의 양심을 걸고 반대한다”며 “정부가 또다시 현장의 숱한 경고를 외면한 채 일방통행식 발표를 강행하려는 행태는 보건당국이 반복해 온 고질적인 탁상행정이자 독단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광주·전남·전북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해당 사업은 응급환자의 중증도와 지역 의료자원 현황에 따라 중증환자는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이송 병원을 결정하고, 경증환자는 119구급대가 책임지는 방식이 핵심이다.

    복지부는 호남권 시범사업에서 1등급 중증응급환자 사망이 감소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증환자 수용이 늘었다는 점을 성과로 제시하며 9월 전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으로의 확대도 이미 추진 중이다.

    그러나 시범사업 과정에서 현장 혼란을 보여주는 사례도 제기됐다. 앞서 호남권에서는 80대 심정지 환자가 병원 측의 수용 곤란 의사에도 불구하고 이송된 뒤 사망한 사례가 알려지며,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편이 현장 수용능력과 배후진료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논란이 일었다.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도 해당 사례를 두고 응급의료체계 개선은 단순히 이송 지침이나 배정 시스템 강화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해야 하는 의료기관의 인력·병상·배후진료 역량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취지다.

    응급의학의사회 역시 정부가 제시한 성과가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번 시범사업이 응급실 수용곤란의 본질인 배후 진료 인력 확충이나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는 외면한 채, 지역 이송지침과 광역상황실 개입만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사회는 “3개월간 시범사업 기간 동안 응급의료 현장에서 일어난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는 단 하나도 없었다”며 “정부가 자랑하는 일부 성과라는 것들도 실상은 개별 병원과 현장 의료진의 피눈물 나는 노력과 희생으로 버텨낸 결과”라고 비판했다.

    특히 응급이송체계 개선 논의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의 조직 갈등만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응급실 수용곤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복지부가 진정 원했던 목적은 산하 조직인 광역상황실이 현장의 모든 문제 상황을 통제하고 정리하는 듯한 착시효과를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지부는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광역상황실의 권한을 비대화하고 관련 조직을 확대·신설하려는 관료적 욕심을 드러냈다”며 “소방청 역시 어떻게 해서든 사전 연락 없이 환자를 응급실에 내려놓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그 직후 발생하는 현장의 혼란과 위험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려면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고 전문가 자문과 평가를 받아야 함에도, 이 과정이 생략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의사회는 정부가 전국 확대의 당위성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지난 3개월간의 시범사업 로데이터 전체를 의료계와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도 “응급의학의사회가 간담회 등에 참여를 요구했으나 복지부로부터 거절당했다. 복지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사업 결과를 공개하라는 요구도 묵살하고 있다”며 “응급의학 전문의 1명도 없는 친정부 조직인 의료혁신추진단을 통해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본인들끼리 모여 자화자찬하고 박수치며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결과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와 참석을 거절한 이유는 실제로 시범사업의 성과가 전무하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위에서 확대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가 진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상부의 지시가 아니라 현장의 실망과 포기”라며 “신뢰의 상실은 향후 개혁과 발전의 동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복지부에 ▲무모한 전국 확대를 연기하고 시범사업 결과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의료계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공개토론회와 간담회를 즉각 개최할 것 ▲수용곤란을 정확히 정의하고 구체적인 로드맵과 목표를 제시할 것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