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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부터 허가 후 환자 안전성 데이터까지…RWE,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코로나19 환자에 미치는 약물영향 등 국내서도 관심↑…허가기관도 RWD 중요도 높게 평가

기사입력시간 20-07-30 06:29
최종업데이트 20-07-30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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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RCT)은 현재까지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꼽히며, 표준 연구로 약물 개발의 근거자료가 된다.

그러나 의료 정보가 디지털 형태로 수집 가능해지면서, 전문가들은 의료 관련 데이터의 99.9%가 RCT 외 다른 곳에서 나온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렇게 방대한 양의 정보를 기반으로 보다 정확한 결정을 한다면 환자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허가기관에서도 리얼월드데이터(Real World Data, RWD)에 대한 중요도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암젠코리아는 최근 약 300여명의 국내외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RWE의 생성 및 활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인 제3회 '암젠 사이언스 아카데미 – RWE 심포지엄(Amgen Science Academy – Real World Evidence symposium)'을 열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세부 강연 내용을 통해 RWD가 어떻게 신약 개발 및 허가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어떻게 하면 신뢰도가 높고 유용한 리얼월드근거(Real World Evidence, RWE)를 생성할 수 있을지를 살폈다.


RCT만으론 한계 존재…규제기관들, RWD 활용 통한 보다 빠른 의사결정 고심

암젠 글로벌 관찰연구센터 브라이언 브래드버리(Brian Bradbury) 부사장은 "RCT는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임상 디자인 만으로 약물의 완벽한 안전성을 파악하기엔 한계가 존재한다"고 서문을 열었다.

RCT에 참여하는 환자들은 보통 소규모이고 대부분 어느 정도는 동질성을 포함하고 있으며 중증의 환자들과 여러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도 제외된다. 관찰 기간도 짧은 편이라, 만일 5천 명 중 1명 정도 발생하는 이상반응이 있다면, RCT중 해당 이상반응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래드버리 부사장은 "그래서 수 년 동안 각 국 규제기관에서는 임상 현장 데이터, 즉 RWD를 활용해 시판 후 약물 안전성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 지난 10여년 간 미국 FDA에 이어 유럽, 일본, 중국, 인도의 규제기관에서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것도 RWD를 활용해 보다 더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를 고심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FDA가 2002년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2년 유럽의약품청(EMA) 좋은 약물감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고, 2018년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도 시판후 조사에 대한 연구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RWE를 투명하고 신뢰가능한 데이터라 인지하고, 좋은 의사결정 근거 자료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브래드버리 부사장은 "암젠은 신약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정보를 얻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신약이 어떠한 질환의 환자를 표적하는지, 현재 환자들의 표준 치료법은 무엇인지를 우선 파악하는 것이다. 또한 이 질환 경과는 무엇이고, 환자가 겪게 되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우리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를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데이터는 임상 연구의 설계에도 쓰일 수 있다. 항암 치료제의 경우 RWE에서 얻은 데이터를 대조군으로 사용할 수 있다. 좀 더 나아가면, 다양한 치료법에 노출된 환자를 평가할 때도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해당 약물의 효과, 안전성, 유연성 등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암젠의 RWE 사용 사례: 블린사이토, ESA, 프롤리아

브래드버리 부사장은 RWE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암젠의 사례 3가지를 예로 들었다. 첫번째는 블린사이토 허가 단계에서 규제기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RWE를 사용한 경험이다.

블린사이토는 성인 및 소아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인 재발 또는 불응성 전구 B세포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에 허가 받은 약제로, 2014년 FDA 신속심사(accelerated approval)로 승인받았다. 블린사이토 승인 전에는 해당 환자들에서 치료 옵션이 매우 부족했고 치명률 또한 상당히 높았던데다가, 기존 표준 치료법은 항암화학요법이었다.

블린사이토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표면단백질과 암세포의 종양항원 단백질에 동시에 결합하도록 설계된 이중 특이적 T세포 결합체(Bi-specific T-cell Engager, BiTE)로, 1상과 2상 연구에서 매우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해당 RCT는 단일 연구로 진행됐다. 대조군이 필요했기에, 규제기관과의 논의를 통해 RWE를 통해 확인된 데이터를 대조군으로 사용하기로 협의했다.
 
이 연구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RWE 대조군을 디자인할 때 실제 RCT가 진행되고 있는 병원에서의 임상 데이터를 잘 확보하고 적절한 예후 인자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브래드버리 부사장은 "RCT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적절한 파악이 필요했다"면서 "각 병원 내 연구자들과 협력해 표준 치료법에 대한 데이터를 마련하고, 실제 이 환자들이 어떠한 경험을 하고 있으며, 만일 블린사이토를 사용했다면 지금은 어떠한 상태에 있을지에 대해 자세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밌는 부분은 2상 임상과 RWE 대조군의 데이터가, 실제 진행한 3상 임상과의 데이터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매우 고무적인 결과였고, 규제기관에서도 RWE가 탄탄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자료라는 부분에서 동의했다"면서 "이러한 유의미한 연구가 나올 수 있게 된 이유로는 RWE 대조군 디자인시 표준 치료법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여러 단계로 분석한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번째 연구는 항암화학요법에 의해 빈혈이 발생한 환자에서 적혈구 조혈자극제(Erythropoiesis-Stimulating Agent, ESA)를 사용했던 사례다.

브래드버리 부사장은 "암젠은 RCT 단계에서 암젠의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들 중 위험 요소를 보인 환자에서 이에 대한 완화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수 년에 걸쳐 미국의 규제기관과 함께 유해성 평가 및 완화 전략 등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규제기관에서는 안전성 문제 이후 허가사항이 변경됐을 때, 실질적으로 처방 패턴에서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알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암젠은 관련 고형암을 분석하고, 6~7년에 걸쳐 ESA 사용현황을 분석했으며, 기존 안전성 위험 요소들에 대한 모니터링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환자들의 허가사항과 동일하게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RWE 데이터를 통해 규제기관에서 의약품 리스크 완화전략(Risk Evaluation & Mitigation Strategy, REMS)를 중단해도 된다고 허가했다. 

마지막은 프롤리아의 시판 후 안전성 평가에 대한 사례다.

브래드버리 부사장은 "프롤리아에 대한 허가를 준비하던 중, FDA에서 시판후 안전성 평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그래서 10년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RWD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암젠이 해당 연구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진행했던 것은 '엄격하고 정확한 타당성 평가'였다. 연구 목적에 맞는 디자인을 통해 필요한 결론을 잘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데에 목적을 뒀다. 평가변수를 적절하게 파악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검증했는지, 혹시라도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교란 변수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다.

브래드버리 부사장은 "이러한 분석과 디자인을 통해 규제기관에 임상에 대한 신뢰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해당 임상에 대해 진행과정과 프로토콜 등을 투명하게 제공하는데에도 중점을 뒀다"면서 "또한 미국, 유럽 등 관련 전문과 집단과 파트너십을 구축했으며 규제기관들과 지속적으로 투명한 의사소통을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결과, 규제기관에게 약물의 안전성과 해당 연구에 대한 깊은 신뢰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사진: 암젠코리아

최신 과학 기술을 활용한 RWE 생성 및 활용 사례 3가지

데이터 분석, 머신 러닝, 인공지능 기술 등 최신 과학기술을 활용한 RWE 생성 및 활용도 최근 관심사다.

암젠 글로벌 디지털 헬스& 이노베이션팀 에릭 울헤이터(Erich Wohlhieter) 박사는 "암젠은 '예방적 치료법(predict and prevent).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데이터 과학자들이 빅데이터, AI와 머신러닝을 사용해 예측적인 분석과 자동화된 소프트웨어의 통합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현재 암젠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를 3가지로 나눠 소개했다.

첫번째는 환자에 대한 세부 분석(Stratification)에 대한 부분이다. 환자의 위험 요소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그리고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다.

울헤이터 박사는 "암젠은 알고리즘을 사용해 안전성 모니터링 결과를 분석했다"면서 "여러 데이터 샘플링 방법을 이용해 데이터를 창출했고, 이를 연구에 활용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환자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암젠은 병원에서 첫번째 심근경색을 겪은 후 퇴원한 환자를 위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은 전세계에서 증가하고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환자들은 퇴원 후 집에 돌아오고 나면, 언제 어떤 약을 복용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 이에 대한 정보를 모두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My HeartPath' 앱이다.

울헤이터 박사는 "환자들의 치료 여정을 몇 단계로 나눠, 각 환자마다 자신이 받아야 할 치료가 무엇이며, 또 내원 일정은 언제인지를 모두 관리할 수 있다"면서 "또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환자들에게 치료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한다. 올 4월 캐나다에서 처음 론칭했으며 현재 2달 간 151명의 환자가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는, 약제 순응도를 개선하기 위한 장비 개발이다.

울헤이터 박사는 "미국에서는 약 38억건의 처방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 중 1/5만이 조제를 받는다. 또한 조제받은 환자 중 약 절반은 복용 기간, 복용 방법 등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다. 약을 먹지 않으면 건강은 좋아질 수 없다. 때문에 약 복용 알람을 도와주는 장치를 개발 해, 미국 내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심평원·공단 등 국내기관도 RWE에 관심…"활용사례 더 늘어날 것"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어떤 RWD를 활용할 수 있고, 그 활용 사례로는 무엇이 있을까.

성균관대 약대 신주영 교수는 "우리나라는 청구 자료(Claims data)가 매우 잘 정리되어 있는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 등에는 질환, 처방 내역, 약물 복용주기, 수술 내역 등 다양하고 자세하게 확인이 가능하고, 최근에는 개인이 사용하는 의료기기에 대한 기록도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와 건강보험공단 자료는 연계되어 있는데, 사망 원인 등과 관련해 연계된 자료들을 충분히 확인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내 EMR 데이터는 원내 사망과 관련된 내용만 볼 수 있는데, 공단 자료는 지역사회를 포괄해 전체 집단에서의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 심평원 자료는 법적으로 외부와 연계할 수 없는데, 건강보험공단 자료는 연계성 측면에서 볼 때 헬스 스크리닝 데이터로도 매우 활용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국내 RWD를 활용한 연구 사례로 두 가지를 들었다.

먼저, RAAS 억제제가 코로나19(COVID-19) 환자에 영향을 준다는 보도와 관련해 실제 국내 환자들에서 어떠한지 살펴본 연구가 있다. 당시 심평원 데이터 기준으로 5707명의 코로나 환자 중 1209명의 고혈압 환자를 추렸고, 이 중 ACB/ARB를 사용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로 분류했다. 결론을 보면 RAAS 억제제가 코로나19 환자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나왔다. 사망률이나 중환자실 입원, 인공호흡 등 비율을 봐도 두 군간 큰 차이가 없었다.

다음으로 코로나19 환자에서 NSAIDS를 복용하면 예후가 나빠진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RWE로 확인해 봤다. 이론적으로는 그럴 수 있는데, 실제로도 그러한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최초 목표한 연구는 NSAIDS와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자를 비교하려고 했는데, 아세트아미노펜 사용한 환자가 많지 않아 결국 연구 집단을 수정해 진행했다. 그 결과 NSAIDS 환자에서 사망률이 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국내 데이터의 특징은 입원 중 환자의 정보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는데, 이러한 국가가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사망하기 전에는 병원에 입원하는데, 다른 국가들에서는 입원 중 처방 정보가 명확하지 않아 RCT와 관찰연구 간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베타 블로커가 심부전 환자에서 사망률을 낮추는지에 대한 연구가 한 예다"고 했다.

그는 "RCT에서는 베타 블로커가 사망률을 더 낮추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실제 관찰연구에서는 굉장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주제에 따라서, 입원 약물 노출에 따라서 RCT와 관찰 연구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허가기관에서 RWE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작년 12월, 식약처가 시판후 안전성 평가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는데 앞서 소개했던 청구 데이터나 원내 EMR 자료, 그리고 레지스트리를 활용한 RWE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신약 허가, 적응증 추가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면서 "RWE에 대한 관심은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뜨겁다. 이제 국내 허가기관에서도 RWE를 활용한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