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나라와 북한의 빅 트레이드(Big trade)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백신과 치료제 등을 적절히 교환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취지다.
연세대 안동일 보건대학원 교수(전 세계보건기구(WHO) 남태평양 사무소 대표)는 20일 국제보건의료학회와 통일보건의료학회가 주관하는 '글로벌통일컨퍼런스'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안 교수는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완전 근절(엘리미네이션, elimination)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몇 번의 큰 유행이 있었지만 국가 차원의 굉장히 엄격한 통제를 통해 지역 확산을 막아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마스크가 중요한 단서인데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사진을 찾아보면 마스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아웃브레이크(유행)는 있었을텐데 중국과 베트남 수준의 철저한 봉쇄 정책으로 로컬 트랜스미션(지역확산)은 일어나지 않으면서 엘리미네이션 (근절)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적 고통 수준은 뉴질랜드와 베트남 사이, 우리나라 보단 약간 아래 정도에 위치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북한과 비슷한 수준의 근절 정책을 펼치고 있는 뉴질랜드나 베트남도 최근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서 확진자와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북한이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국가는 베트남일 것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거의 코로나 제로 케이스였지만 델타의 등장 이후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고 있다. 북한도 케이스 베이스(사례 기반) 통제가 아니기 때문에 한번 확산이 시작되면 사망률이 급격히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백신 정책도 언급됐다. 안 교수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코로나 백신 수급을 전혀하고 있지 않다. 백신의 효과나 안전성 측면에서 중국의 시노백이나 코백스(Covax)에서 제공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미국의 mRNA 백신은 저온 보관 시스템 등 기술적 측면에서 보급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다.
정치적인 문제도 백신 공급을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부스터샷에 이어 4~5차 백신을 꾸준히 맞아야될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산 백신을 꾸준히 들여오기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물량 제한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할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안 교수는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노백신 정책을 펼치고 있는 북한 상황에서 코로나 치료제는 꾸준히 많은 수의 시민들이 맞아야 하는 백신 보다 적합한 방역 수단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도 현재 방역만으론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 더욱이 치료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치료제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치료제에 대한 북한의 니즈가 예상되는 가운데 안 교수는 코로나19가 북한의 비핵화를 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지만 현재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경제 제재 해제와 백신과 치료제 등을 제공하는 대신 전면 비핵화를 요구할 수도 있고 1년 분량의 백신과 치료제 등을 통해 부분적 비핵화도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안 교수의 견해다.
안동일 교수는 "북한과의 빅트레이드 과정에서 핵심 플레이어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미국 제약회사가 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현재 정치적 탈출구로 북한 카드를 내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각 시나리오 마다 키 플레이어 등과 함께 어떻게 움직이면서 전략을 세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