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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시 4년만에 키트루다 뛰어넘은 마운자로…유례없는 속도로 유례없는 기록 달성 전망

    3분기 매출 101억달러 돌파, 2026년 경구용 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 승인시 총 257억 달러 매출 기록 예상

    기사입력시간 2025-11-27 07:30
    최종업데이트 2025-11-27 07:3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3분기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GIP/GLP-1 수용체 이중작용제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처음으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추월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물에 등극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출시 4년만에 세워진 기록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경구용 제제가 승인되면 성장 속도가 훨씬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터제파타이드는 마운자로(Mounjaro)와 젭바운드(Zepbound)라는 브랜드명으로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로 판매되고 있다. 릴리의 3분기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마운자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한 65억1000만 달러를, 젭바운드는 185% 증가한 35억80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두 제품의 매출을 합산하면 101억3000만 달러에 이른다.

    키트루다는 MSD가 판매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면역관문억제제로 판매 1위였던 휴미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을 제치고 최근 몇 년 동안 1위 자리를 고수해왔다. 3분기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0% 증가한 81억 달러에 도달했지만 터제파타이드의 기록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터제파타이드의 성장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휴미라는 출시 후 약 20년 만인 2022년 212억 달러로 매출 정점을 찍은 뒤 특허 만료와 함께 바이오시밀러와 경쟁하면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후 그 자리를 키트루다가 대체했고, 출시 11년 만인 2024년 295억 달러 매출을 달성했다. 이제 몇 년 안에 특허 만료로 인해 바이오시밀러와 경쟁하게 될 예정이다.

    반면 터제파타이드는 출시 4년 차인 2025년 9개월 동안 누적 매출 248억 달러를 기록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마운자로는 400억 달러, 젭바운드는 300억 달러까지 매출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현재 개발 중인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까지 합세하면, 1010억 달러에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릴리 데이비드 릭스(David A. Ricks)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에 힘입어 강력한 분기 매출 증가를 달성했다며, 미국 버지니아와 텍사스에 새로운 생산 시설을 건설하고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공장을 확장해 앞으로 제조 능력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 밝혔다.

    경쟁 품목인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는 2017년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으로 처음 승인을 받은 뒤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다 2021년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 승인 이후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GLP-1 계열 시장을 선점했다. 세마글루티드의 2024년 매출은 266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릴리는 터제파타이드와 세마글루티드의 직접 비교 임상시험인 SURMOUNT-5에서 우월함을 입증하면서 노보 노디스크를 빠르게 추월하기 시작했다. 3분기 오젬픽 매출은 47억4600만 달러, 위고비 매출은 31억4100만 달러였다. 현재 미국에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신규 환자 점유율은 70~75%에 달한다.

    특히 내년 오포글리프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 첫 해에만 5억 달러 가량 매출을 기록, 2026년에는 터제파타이드와 오포글리프론을 합해 약 257억 달러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GLP-1 시장을 장악하며 릴리의 시가총액은 11월 990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BMS, GSK, MSD, 노보 노디스크, 사노피(Sanofi), 화이자(Pfizer)의 가치를 합친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에 제약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릴리가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업체들도 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화이자는 노보와의 경쟁 끝에 멧세라(Metsera) 인수에 성공하며 2028년 비만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 

    화이자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 CEO는 "우리는 비만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이제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면서 "멧세라 인수를 통해 가장 영향력 있고 고성장하는 치료 분야 중 하나에 자원을 집중하고, 해당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보 역시 손 놓고만 있지 않다. 위고비는 비만 치료 적응증 외에도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의 심혈관 위험 감소 적응증과 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염(MASH)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심혈관 위험 감소 측면에서는 STEER 연구에서 터제파타이드와 직접 비교한 결과 세마글루티드가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 가능성을 57% 낮췄으며, 심혈관 사망 및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9월 유럽심장학회(ESC)에서 발표됐다.

    당시 노보 안나 윈들(Anna Windle) 임상 개발·의학·규제 담당 수석 부사장은 "GLP-1 또는 GIP/GLP-1 계열의 다른 분자에서도 동일한 심혈관 이점이 일반화될 수 없으며, 이는 세마글루티드 분자에서 특이적으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면서 세마글루티드가 계열 내 다른 치료제와 차별화된 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시사했다.

    동시에 경구용 세마글루티드를 승인 받기 위해 FDA로부터 심사를 받고 있으며, 연말까지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