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유전체 정보와 생활습관 패턴 등을 활용해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밀의료’는 미래 의학을 선도할 핵심 의제로 손꼽히며 다양한 영역과 결합하고 있다.
‘정밀의료’의 실현에 있어 데이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국내 의료 데이터와 기술 등을 활용한 ‘AI 기반 정밀의료 솔루션’ 개발이 닻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 ‘AI 기반 정밀의료 솔루션’ 사업 출범식을 갖고 한국형 정밀의료 서비스 ‘닥터 앤서’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미래 의학 분야에 닥터 앤서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메디게이트뉴스는 지난 22일 ‘닥터 앤서’ 사업의 실무책임자인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김영학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8개 질환의 단계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
-한국형 AI 정밀의료의 시작을 열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닥터 앤서’ 개발을 결정한 배경은 무엇인가.
"보통 대형 국가과제는 짧으면 1년, 길면 2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있다. 닥터 앤서 개발은 2018년부터 시작됐으니 2016년 정도까지 준비기간이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창 관심을 받았던 것이 바로 IBM의 ‘닥터 왓슨’이다. ‘닥터 왓슨’의 영향력에 대한 기대감이 큰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가진 IT 분야 강점 등이 기획에 영향을 줬다. 과제 개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참여 가능한 기업, 병원들도 많아지면서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8개 질환의 단계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는데 어떤 내용인가.
"질환이 한두 개가 아닌 만큼 선정 단계에서 고민도 있었다. 국내 사망률 1위가 암, 2위가 심뇌혈관질환이다. 같은 질환이라 하더라도 인공지능 개발로 (환자들에게) 더 많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질환을 선정했다. 정밀의료가 화두가 되는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심뇌혈관질환 등 8개 질환을 대상으로 단계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다."
-현재 ‘닥터 앤서’ 개발은 어떤 단계에 있는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도 있어야 하고 의사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심뇌혈관질환, 치매, 소아희귀난치성질환 등 3개 질환 정도는 내년에 상용화할 수 있도록 올해 프로토타입이 나와 있다.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더 많이 투입해 고도화시켜야 하는 작업이 있다. 1년 정도 고도화해 데이터 학습을 시켜야 할 것이다."
"더 정교해진 자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닥터 앤서 경쟁력"
-‘닥터 앤서’가 IBM의 ‘닥터 왓슨’과 비교해 갖는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학습 과정은 같은데 기술적으로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나아가 어떤 대상과 내용으로 학습하느냐, 이후 활용법에서 다르다. ‘닥터 왓슨’ 시스템은 단일병원 내 자료만을 학습했지만 ‘닥터 앤서’는 다기관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또 환경적 측면에서 ‘닥터 왓슨’ 개발 당시와 비교해 개발 과정이 정형화됐고 학습 데이터 활용은 더 정교해졌다. 알고리즘 자체도 더 많은 연구가 이뤄졌을 것이다."
-‘닥터 앤서’만이 갖게 될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닥터 앤서’의 목표는 원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의 문제다. 특히 인공지능과 관련해 얼마나 우수하고 훌륭한 데이터를 사용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닥터 앤서’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국내 병원들은 매우 정제된 자료를 갖고 있고 닥터 앤서가 어떤 데이터 학습 과정을 거쳐야 할지 잘 파악하고 있다. 이렇게 우수한 자료를 토대로 개발하는 알고리즘이 ‘닥터 앤서’의 세계적인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국 25개 대형병원이 함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닥터 앤서 개발 과정에서) 얼마나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학습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 우선 25개 병원이 제대로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셋을 만든다. 닥터 앤서의 성공적 개발 이외에 활용 가능 여부도 중요하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의료 서비스 제공에 도움이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런 측면에서 25개 병원이 네트워크 안에서 개발부터 실제 활용까지 심층 사업을 함께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으로 나아가야"
-최근 열린 ‘K-HOSPITAL FAIR 2018’에서 현재 개발 중인 ‘닥터 앤서’ 서비스 일부가 공개됐다.
"닥터 앤서 개발 과정의 전체적인 개요를 소개하고 심혈관질환, 치매, 소아희귀난치성질환 등 3개 질환에 대해 내년에 서비스가 되는 부분에 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밀의료는 환자 개개인이 후에 경험할 리스크를 예측하는 것이 핵심이다. 환자마다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소프트웨어 적용을 위해 기업체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 플랫폼 개발을 위해 어떤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가.
"플랫폼 내에서 병원은 데이터 세트를 제공하고 소비하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있고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개별 환경을 ‘클라우드 환경’으로 생각하고 개인정보, 보안 문제 등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이슈 관리도 해야 한다. 현재 카카오브레인 등이 컨소시엄에 들어와 있다. 장기적으로 닥터 앤서 모델이 생산뿐만 아니라 개발도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의 경우 헬스키트라고 해서 헬스케어 관련 앱을 개발하기 위한 스타트업들의 참여가 있으면 데이터나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닥터 앤서’도 이 영역까지 가야 한다."
-‘닥터 앤서’ 개발 과정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닥터 앤서’ 개발 과제 관련 목표는 21개 소프트웨어를 개발에 병원에서 실제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실제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과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앞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 등과 관련된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