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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의료계…입춘이 됐건만 의료계의 봄은 언제 오는가

    [칼럼] 이철호 전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기사입력시간 2023-02-05 07:32
    최종업데이트 2023-02-05 11:1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 입춘이 되었건만 의료계의 봄은 언제 오는가? 

    당장 눈앞에 닥친 의료현안들만 해도 너무 많아 열거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각종 악법들이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고, 규제와 압박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 고시들이 줄줄이 시행 준비중입니다. 간호직역은 소위 간호단독법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고, 한방직역은 대법원의 오판을 빌미로 의과(현대)의료기기를 공공연히 사용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고, 약사직역은 성분명처방과 약료라는 소위 의약분업(강제조제위임제도)에 위배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흉악범이 아닌 불가항력적인 모든 범법행위에 대한 무차별적인 의사면허박탈법도 대기 중입니다. 자유시장경제 하에서 이뤄지는 검체위탁에 대한 수수료의 강제 인하 조정도 곧 시행된다고 합니다.

    이러다가는 실제로 의료의 본질인 의사들의 진료가 무너질수 있다는 위기감이 실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의사회원들은 어떻게 해야하고, 대한의사협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성찰하고 신속히 정확한 해법을 내 놓아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입니다. 끝까지 막고 사수해서 의료를 살리고 모두 생존을 해야 하는 최대의 위기 순간입니다.

    다 빼앗기고 모든 것이 무너지고 나서 땅을 치며 후회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정신 바짝 차려야만 합니다.

    2. 며칠 전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린다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만 여러가지 의문점이 있습니다.

    첫째, 의료가 필수와 필수가 아닌 것이 있습니까?

    이미 무너져버린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는 최우선적으로 살려야 할 '긴급'필수의료인 것이고,  다른 과들도 모두 살려야만 하는 필수의료가 아닌가요? 결국은 모든 과를 살려야 필수의료가 사는 법입니다.

    둘째,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는 새로운 추가 예산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런데 예산 순증의 재정 확보가 전혀 담보되지 않고 어떻게 의료를 살린답니까?

    말로 아무리 필수의료 살린다고 해도, 실제 필수적인 재정 계획과 뒷받침이 없으면 공허한 말잔치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긴축재정을 한다는 말도 들리는데, 실제로 살펴보면 정부예산에 확보된 지원 금액이 안 보입니다.무엇으로 필수의료를 살릴려고 하는지요?  

    결국 한정된 파이안에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상하탱석(上下撑石)이 뻔히 예상됩니다. 무조건 파이를 늘리지 않는 모든 필수정책은 허수일 뿐입니다.

    셋째, 의료수가를 올려주려면 현 기준 수가에서 인상해 주거나 새로운 수가를 신설해줘야 타당한데, 기존 수가를 인하해서 남는 돈으로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있습니까? 누구나 다 아는 저수가에서 또 무엇을 얼마나 깍는단 말입니까? 큰 병원은 의료기관 종별 가산율을 줄이고, 의원은 없앤다는데 도대체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까?

    정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우리나라 수가가 원가의 60여% 정도 된다고 했습니다. 실제 우리 의사들이 체감하기에는 거꾸로 40%도 안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위 비급여진료(실제는 보험외 진료가 맞는 용어임)로 그 간극을 메워 온것 아닙니까?(이제는 이것도 통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정책으로 필수의료 살린다고 하지 말고, 그냥 단순히 원가 100%라도 맞추어 주면 의료가 조금은 살 것 같습니다.

    원가 '기준'이 60%라면, 단순히 40% 올려준다고 100%가 안됩니다. 수리적 계산상 84%(=60 + 60x40)라 안 되어 68%는 인상해줘야 하고( 60 + 60x68=100.8), 실제 평가되는 원가의 40%를 기준으로 하면, 단순히 60% 올려주어선 안 되고, 150%를 당장 인상해줘야( 40 + 40x150=100) 계산이 맞을 겁니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등 수가는 150% 가산율을 추가 적용하면 아쉬운대로 숨통이 트여 긴급필수의료가 살수 있습니다. 복잡하고 어렵게 풀지 마시고 단칼에 해결할 수 있으니, 무조건 파이를 키워 주어야 정부정책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검체위탁에 대한 10% 수가 가산율도 벌써 오래 전인 23년 전부터 동결돼 왔습니다. 당연히 매년 수가 인상률만큼 복리로 소급 계산해서 최소 150%는 상향 조정해줘야 타당하고, 매년 수가인상율 만큼 자동으로 올려줘야 마땅합니다.

    복잡한 도표와 상하탱석적 임기응변으로 풀지 마시고, 단숨에 해결할수 있으니, 더 이상 어렵게 풀려고 하지 말기를 요구합니다.

    넷째, 수가 이외의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고시를 개선해 준다는 정책 내용이 전무합니다.

    과다한 행정업무와 규제를 대폭 줄여주고, 불합리한 삭감을 없애주고, 무분별한 실사를 폐지하고, 의료장비 등 구입시 장기 저리 융자를 쉽게 해주고, 병의원 운영자금 대출도 이자 부담을 줄여주고, 세제 혜택도 해주는 등의 정책이 반드시 동반돼야 필수의료가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의료를 살려서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건강을 보호하는것이 국가의 존립 이유요 의무라면,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꼭 긴급필수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를 살려주셔야만 합니다.

    3. 의사협회에 건의드립니다.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노력하시고 분투하시는 점을 높게 평가합니다. 그러나 회원들의 협조와  단합된 힘 없이 난제를 모두 타개해 나갈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과가 좋아야 성공한 회무라 평가 받을수 있습니다. 하나라도 빼앗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회원들에 넘어갑니다. 

    우선 대내외적으로 긴급비상사태임를 선포해 주시고, 협회의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서 집중적으로 대처해 나가기를 부탁드립니다. 2월 국회 일정상 한시가 급합니다. 시기를 놓치면 곤란합니다.

    토일요일 긴급 집중 심층토론을 상시 기획 실행하여 중지를 모으고, 회원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투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즉각 시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협상도 파워가 있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회원들을 대표하는 대의원회에 항상 도움을 청하시고 더욱 깊은 소통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시도회장단과도 고급 정보를 공유하시고, 수시로 자문을 받고 긴밀히 상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4. 존경하는 회원님들께도 부탁드립니다.

    의사협회가 일을 잘 할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격려와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어려우시더라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회비를 완납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14만 회원이 모두 회비 내고 단합한다면 그 누가 우리를 무시하거나 우습게 보겠습니까?

    14만 회원 중 활동하시는 최소 10만대군이 회비를 완납하고,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전의를 불태우면서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자기 과가 머리 수가 많다고, 자기 직역이 우월하다고 과와 직역의 작은 이익을 앞세워 분열되면 곤란합니다.

    최선의 결과를 얻어야 의료도 살고, 국민들도 살고, 우리와 우리 가족들도 살 수 있습니다.

    5. 마지막으로 강조합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우리 의사들의 문제는 봄이 오도록 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합심하여 해결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개척하고 투쟁해야 합니다. 국민 대다수를 우리 편으로 만들기는 힘들지만 설득하고 집중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언제든 우리가 합당한 '명분'을 얻을 때, 또는 만들 수 있을 때가 우리 모두 투쟁해야 할 역사적인 순간이 아니겠습니까?

    모든 회원이 끝까지 함께 행동해서,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위해, 의료를 바로 세워야 할 '소명'이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부탁 말씀 드립니다. 

    지금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캄캄한 밤입니다. 그러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의사들에게 고대하던 새벽이 와서 따스한 봄의 아침 햇살이 밝게 비추기를 기원합니다.

    모두 함께 하십시다. 고맙습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