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내 내부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발단은 지난 15일 황규석 의협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의 언론 인터뷰에서부터다. 황 부회장은 해당 인터뷰에서 "이제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며 "정부와 협상해서 안을 만드는 것은 전공의, 학생들이 아니라 선배들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박단 부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황 부회장의 인터뷰를 공유하며 "선배의 몫이라 말하지만 정치권만 기웃거릴 뿐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자"라고 수위 높게 지적했다.
이 둘의 표면적인 갈등은 의협 내 대표적인 세대 갈등 양상을 보여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황규석 부회장과 박단 부회장은 그동안 수차례 충돌해왔다. 대표적으로 황 부회장이 지난 3월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을 때도 박단 부회장은 임원 내부 메신저에서 황 부회장을 공개 저격한 적이 있다.
이에 황 부회장이 매우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의정갈등 해결 방식에 있어서도 양측의 의견은 갈린다. 황 부회장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최대한 빨리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박 부회장은 이번 기회에 의료계 폐단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갖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원만한 문제해결을 바라는 기성세대 의사들과 얻은 것 없이 이대론 돌아갈 수 없다는 젊은 의사들의 갈등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황규석 부회장의 '의대생 복귀와 전공의 비판' 등 메시지가 20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 직전에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박단 부회장에게 있어 궐기대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의대생들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이 3058명으로 동결되더라도 학교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이후 이들의 대정부 투쟁과 협상을 위해선 이번 집회의 성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궐기대회는 의료계 내부적으론 단일대오 단합을 유지하며, 외부적으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풀이된다. 의대생, 전공의가 집회에 많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도의사회를 중심으로 한 개원의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내부 결속력이 저하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시도의사회장들 의견을 청취하기 전 궐기대회가 결정되다 보니 불만을 토로하는 시도의사회장들이 있는가 하면, 버스 대여 등 이동수단이 마련되지 않은 시도의사회도 있는 상태다.
이에 의료계 내부에선 "개원의 참여 저조가 예상되는데 황 부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서울시의사회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 황 부회장은 내부 메신저를 통해 "오는 20일 집회 관련해 최대의 지역회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집회와 복귀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집회는 의사표현이고 복귀 문제는 교육이 불가능해지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규모 유급을 앞두고 시기적으로 상황이 엄중해 소신 발언을 했다. 너그러이 이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