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와 민간보험 회사 간의 사적 영역의 계약이다. 이를 제3자인 의료기관에 실손보험 진료비 청구를 대행하도록 하는 것은 민간 보험회사가 마땅히 부담해야 할 행정업무를 의료기관에 부당하게 전가하는 것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9일 이같은 내용의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실손 보험 청구에 필요한 진료 내역서, 진단서,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의료기관이 전자 형태로 전송하도록 하고, 이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 가능하게 하는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의사회는 “심평원의 전송 대행 업무는 엄연히 민간 보험사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며 “이런 행위에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보험 조직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개정안은 공권력을 이용해 민간 영역인 의료기관의 경제 활동을 제한하고 간섭하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국가 경제 질서를 국가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심평원을 통한 청구대행은 향후 비급여 의료비용까지 심사하고 제한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심평원 심사를 통해 민간보험회사가 이미 청구된 보험금을 내부약관에 의거해 계약자에게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의료기관과 민간보험회사 계약자간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과 환자의 신뢰 하락과 법적 분쟁으로 인한 법률적 비용까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제기됐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개정안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과 정면으로 상충되는 법안이다. 의무기록을 문서형태로 보험사에 제출하면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이 매우 우려된다”라며 “환자의 개인 정보의 침해로 이어져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발의된 보험업법에 따라 진단서를 발급한다면 확실한 본인확인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법적인 책임은 의료기관이 져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현재 의료법 제17조에 따르면 진단서는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작성해야 한다. 만약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를 발급한다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급에 처해질 수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개정안에 따라 직접 진찰없이 진단서나 소견서를 발급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