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법원이 80대 환자를 상대로 ‘맥페란’을 처방한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 국회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창원지법 형사3-2부는 최근 맥페란을 처방받은 80대 파킨슨병 환자가 전신쇠약∙발음장애∙증상의 악화가 나타난 것에 대해 해당 약을 처방한 의사에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맥페란은 구역, 구토 증상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치료제다.
이와 관련, 소아응급실 의사 출신인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10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작용보다 작용의 이득이 더 클 것이란 전문가적 판단 없이 문헌상 100% 안전한 약만 쓰겠다면 세상에 쓸 수 있는 약은 아무것도 없다”고 법원 판결을 규탄했다.
이어 “모든 약에는 작용과 부작용이 있다. 내가 진료하던 소아의 경우 약전을 통째로 뒤져봐도 만 2세 미만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약은 다섯손가락을 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의사들이 제도 상의 문제로 구토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맥페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구토에 쓸 수 있는 허가받은 약은 맥페란 단 하나다. 소아나 고령에서 위험이 있을 수 있지만 쓸 수 있는 다른 약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이득이 더 클 것이란 예상 하에 쓴다”고 했다.
이어 “온단세트론이라는 다른 약도 있긴 하다. 이 약은 구토에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적다. 응급의학 교과서에도 초기 선택으로 명시돼 있다”며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항암치료 중이 아닌 이상 구토하는 환자에게 온단세트론을 쓰면, 그 약을 쓴 의사가 과잉진료한 나쁜 놈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환자들은 과잉진료 하는 의사들에게 피해를 보고 있는 게 아니다. 적정 진료에 대해 제대로 공개도 하지 않는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시에 맞춰 약을 못 쓰게 만드는 정부로부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약을 썼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상해죄로 의사를 형사처벌하고, 약을 쓰지 않으면 소극적 치료로 치료 시기를 놓쳤다며 책임을 묻고, 전 세계가 인정할지라도 대한민국 심평원이 인정 못 하겠다는 약을 쓰면 과잉 진료란 비난에 진료비 삭감과 약값 5배수 환수가 날아온다”며 “의사들에게 뭘 더 어쩌라는 건지 정부는 대답해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이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미루고 있는 것도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필수의료에 헌신하며 형사처벌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의사들 입장을 배려하겠다며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을 마련했고,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며 “이 얘기는 21대 국회에서도 똑같이 나왔던 얘기다. 내가 들은 말만해도 몇 명에게 몇 번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양당에서 비슷한 법안까지 발의됐지만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진들에게 이거 해주겠다 저거 해주겠다고 하지 마라. 전문가들에게 필요한 건 당신의 전문성을 신뢰할 테니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 용감하게 최선을 다하고, 함께 발전하자는 것”이라며 “손발 사슬로 다 묶어놓고 콩밥 위에 메추리알 하나 얹어주겠다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적선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