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Agios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팁소보(Tibsovo, 성분명 아이보시데닙)가 진행성 담도암이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유의하게 개선시키고, 전체 생존기간(OS)도 개선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표적 치료제가 진행성 담도암 환자의 아웃컴(outcome)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 가산 아부-알파(Ghassan Abou-Alfa) 박사는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Congress 2019)에서 담도암에 대한 팁소보의 글로벌 3상 임상 ClarIDHy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담도암은 공격적이고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발생률이 낮음에도 대부분 환자가 질병으로 사망하기 때문에 새로운 효과적인 치료법이 시급하다. 담도암 환자 6명 중 1명은 IDH1 변이를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암 발생을 촉진하는 대사산물(D-2-hydroxyglutarate)이 생성된다.
연구팀은 IDH1 변이가 있는 진행성 담도암 환자 185명을 무작위로 2대 1로 나눠 팁소보(하루 1회 500㎎) 또는 위약군에 배정했다. 연구는 질병이 진행됐을 때 위약에서 팁소보로 교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 결과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팁소보군 2.7개월, 위약군 1.4개월(HR 0.37)로 나타났다. 6개월과 12개월째 무진행 생존율은 팁소보군에서 각각 32.0%, 21.9%였으며, 위약군에서 데이터 컷오프 시점에 6개월 이상 무진행 생존을 보인 환자는 없었다.
또한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팁소보군 10.8개월, 위약군 9.7개월(HR 0.69)로, 팁소보에 유리한 경향을 보였다. 위약에서 팁소보 치료로 넘어간 환자 비율이 57%임을 고려해 보정했을 때 6개월 전체 생존기간은 위약군이 팁소보군보다 유의하게 짧았다.
팁소보는 일반적으로 내약성이 우수했다. 3등급 이상 이상반응 보고율은 팁소보군 46%, 위약군 36%였고, 치료 관련 사망은 없었다.
아부-알파 박사는 "ClarIDHy는 담도암에서 분자적으로 정의된 하위그룹을 표적으로 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과 임상적 혜택을 처음으로 입증한 연구다"면서 "진행성 IDH1 변이 담도암 환자에서 팁소보로 IDH1 변이를 표적하는 것은 무진행 생존기간을 유의하게 개선키고 전체 생존기간에도 유리한 경향을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결과는 담도암을 가진 모든 환자가 IDH1 변이를 검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양 변이 프로파일링은 이러한 비균질 종양 유형(heterogeneous tumour type)을 가진 환자를 케어하는데 새로운 표준이 돼야 한다"면서 "향후 연구에서 팁소보가 병용요법과 보조요법으로 사용되는 것에 더해 IDH1 변이 담도암 1차 치료제로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벨기에 루벤대학병원(University Hospital Leuven) 크리스 베르슬립(Chris Verslype) 박사는 "지금까지 전신요법에 실패한 담도암 환자에 대한 옵션은 없었고, 생존도 매우 제한적이었다"면서 "담도암으로는 처음으로 3상 임상연구에서 특정 변이를 표적하는 약물을 테스트한 결과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IDH1 변이에 대해 적절한 환자를 선택해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임상 현장을 바꿀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 질병에 대한 표적 치료제의 발전을 이끌 것이다"고 평가했다.
한편 팁소보는 여러 형태의 암에서 나타나는 IDH1( isocitrate dehydrogenase-1) 단백질 변이에 대한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경구용 저분자 억제제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IDH1 변이가 있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 1차치료제로 처음 승인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