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한 의료계 내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의사 출신 위원을 5명에서 10명으로 늘리는 법안 개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측에 요구할 예정이다.
또한 의협은 '중대한 과실이 있는 의료행위'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의료사고 설명의무화 폐지도 주장할 방침이다 .
17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앞서 복지위는 지난 13일 필수의료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 기소 제한 특례를 담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앞두고 있다.
다만 해당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오히려 사법 체계를 무시하고 초법적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 또 다른 '사법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또한 '강제 설명 의무'가 의사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독소 조항이며, '중대한 과실'의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비판도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17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사고심의위 비전문가들이 사법부의 판단이 있기도 전에 불과 120일 안에 의사의 과실 여부와 특례 적용 여부를 심의·결정하는 초법적 권한을 갖도록 한 것은 사법 체계를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적 폭거"라며 "의료 비전문가들이 절대 다수 포진한 위원회에서 졸속으로 ‘중과실’ 판정을 내리면, 의사는 수사기관의 강제 수사와 기소를 피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정확한 사인 규명조차 불가능한 짧은 시간에 쫓기듯 내놓은 해명은 향후 법적 분쟁에서 의사를 옥죄는 족쇄가 될 것"이라며 "단지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의학적 판단을 ‘중과실’로 매도한다면, 과연 어느 의사가 소신 있게 생명을 다루겠나"라고 강조했다.
의사협회도 법사위 측에 이 같은 문제점을 설명하면서, 수정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의협은 법사위 제출 의견서에서 "의료사고심의위원회 관련 새로운 절차 신설은 사건 처리 지연 및 의료기관의 행정적 부담 초래가 우려되므로, 신중한 논의 및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정식적으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 과실 판단의 전문성 담보를 위해, 의료인의 심의위원회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료사고 설명의무 법제화와 관련해서도 의협은 "의료인은 진정한 의사와 무관한 유감 또는 사과 표명의 압박을 받음에 따라 양심의 자유가 침해되고, 유감 또는 사과 표명 자체가 법적 절차에서 ‘심증’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섣부른 설명 및 표현 강제는 환자와 의료인 간 신뢰 훼손을 초래하고, 의료사고는 속성상, 사고 직후 곧바로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거나 과학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의협은 구체적으로 기존 20명으로 구성된 의료사고심의위 위원 구성을 25명으로 확대하고 5명으로 제한된 의료인 비중을 10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했다.
또한 강제적 '의료사고 설명의무' 조항을 폐지하거나 의료사고 특수성을 반영해 설명이행 기간을 사고 발생 후 7일에서 30일로 늘리는 대안을 제언했다.
'중대한 과실이 있는 의료행위' 정의와 관련해선 "중과실 있는 의료행위를 열거하는 입법은 의료계와의 심도 있는 논의 하에 의학적 근거가 명확한 내용에 한하여 의료 임상현장 실무에 부합하도록 규정해야 한다"며 "12개의 규정된 행위 일부는 선언적이고 모호하거나 또는 지나치게 포괄적이라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의협은 '중대한 과실이 있는 의료행위' 요건 일부 삭제와 수정을 요구했다.
한편 이번에 상임위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필수의료 행위 과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발생하더라도 손해배상액 지급, 책임보험 가입, 의료사고 설명의무 이행 등의 요건을 충족하고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기소를 제한하는 특례가 적용된다.
다만 중대한 과실이 있는 의료행위는 ▲동의 내용과 다른 수술 시행 경우 ▲ 설명·수술 동의 미이행 ▲진단·모니터링 미이행 ▲안전관리 의무 위반 ▲의료행위를 전공의 또는 다른 보건의료인에게 위임한 후 지도ㆍ감독을 하지 아니한 경우 등이다.
특히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에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필수의료 행위 여부와 중대한 과실 여부 등을 심의하도록 했다.
설명의무도 명문화됐다. 자동개시 사건에 한해 의료기관 개설자와 의료인은 사고 발생 후 7일 이내에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사고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의 위로·공감·유감 표현은 재판에서 책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