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간호협회가 각 지역별로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을 위해 일선 간호사와 간호대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설문조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는 물론이고 이름, 연락처 등 개인 인적사항을 적어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원치않는 이들에게도 설문 참여를 사실상 강제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11일 복수의 간호사와 간호대생들에 따르면 대한간호협회는 ‘대한간호협회 클린정치캠페인’이라는 제목으로 대선후보 지지선언 참여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각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통해 간호법 제정에 힘을 싣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지난달 27일에는 전북 간호사 2000여명, 지난 8일에는 경기도 간호사 2000여명 명의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이 이뤄졌으며, 11일에는 울산지역 간호사 1000여명, 14일에는 경남지역 간호사 및 간호대생 5000명 명의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이 있었다.
설문조사지는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누군지, 해당 후보에 대한 자발적 지지선언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등의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설문 참여자의 이름과 간호사∙간호대생 여부, 연락처, 지역도 기재해야 한다.
설문지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간협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이 같은 설문의 합법성 여부를 판단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 또는 간호대생들은 각 정당 대선후보에 대해 자발적 지지선언이 가능하며, 간협은 홈페이지, 공문, 팩스, 전화, 이메일을 이용해 각 정당 대선 후보자에 대한 자율적 지지의사를 제공한 간호사 또는 간호대생에 대해 명단을 취합할 수 있다는 중앙선관위의 답변 내용이 실려있다.
실제 해당 사안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묻는 메디게이트뉴스의 질의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른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간협이 홈페이지, 이메일 등을 이용해 각 정당 대통령선거 후보자 지지에 대한 자율적인 의사를 제공하는 소속 회원의 명단을 내부적으로 단순히 취합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가능하다”고 답했다.
문제는 일부 현장에선 이뤄지는 설문조사가 자발적 참여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실제 간호사와 간호대생들이 사용하는 SNS 익명게시판에는 설문을 해야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병원 간호사로 보이는 작성자는 “(설문조사를) 작성하라는 행위 자체도 웃기고, 그걸 스테이션 한복판에 두고 설문지 제출후 각 지지자 목록에 서명하라고 한다”며 “알고 싶지도 않은 우리 부서 정치성향도 파악하게 된다. 그걸 시키는 간협이나 그걸 하라는 간호부나 어쩔 수 없다며 미안하다고 돌리는 수쌤이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글 작성자도 “다른 병원도 혹시 대통령 누구 뽑는지 적어서 내라고 하느냐”며 “그래도 나름 대학병원인데 누구뽑는지 묻는다는 거에 충격이…”라고 적었다.
해당 글들에 달린 100여개가 넘는 댓글에도 “우리 병원도 물어봤다” “교수님은 왜 모두 참여하라고 하느냐. 어이없다” 등 설문조사를 성토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대해 간협 관계자는 “대선과 총선때 마다 매번 해오던 캠페인이고 선관위에 사전에 문의를 해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진행한 것”이라며 “설문은 원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데 각 병원의 부서장 차원에서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은 경우들이 있어 문제 제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