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과 집행부 7인에 대한 불신임안이 부결됐다. 또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도 이뤄지지 않게 됐다.
이로써 최대집 회장과 집행부는 내년 4월 말까지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됐다. 이들은 당장 추석 연휴 이후 의정협의체 구성과 합의 이행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젊은의사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킨 투쟁위원회 구성도 약속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27일 오후2시부터 4시간동안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홀 4층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임총은 재적대의원 242명 중 3분의 2 이상인 182명이 참석으로 성원돼 불신임안을 상정했다.
우선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에 대한 투표 결과, 203명의 대의원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14표, 반대 85표, 기권 4표로 부결됐다. 의협회장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재적대의원 242명의 3분의 2 이상의 참석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203명 중에서는 136표 이상의 찬성표가 나왔어야 했다.
임원 불신임안에 대한 투표결과도 7인 전원의 불신임이 부결됐다. 임원진은 재적 대의원 242명 중 3분의 2 이상의 참석과 2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구체적으로 ▲방상혁 상근 부회장 불신임 찬성 94표 반대 104표 기권 3표 ▲박종혁 총무이사 불신임 찬성 72표, 반대 123표, 기권 6표 ▲박용언 의무이사 불신임 찬성 69표 반대 125표 기권 7표 ▲성종호 정책이사 불신임 찬성 68표 반대 127표 기권 6표 ▲송명제 대외협력이사 불신임 찬성 76 반대 120표 기권 5표 ▲조민호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 불신임 찬성 66표 반대 129표 기권 6표 ▲김대하 홍보이사 겸 대변인 불신임 찬성 68표 반대 127표 기권 6표가 나왔다.
최대집 회장은 이날 투표를 앞두고 총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최 회장은 "감옥을 가기로 각오하고 공약했으나 이를 어겼다는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싶다. 파업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구속을 피하기 어렵다고 양해를 구하는 등 개인적 희생에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며 "조사가 진행되면서 여러 고발도 당한 상태다. 회장으로서 개인적 책임을 회피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범의료계 투쟁위원회를 강제로 해산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 회의를 통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고 결론적으로 범투위를 더 강하고 큰 조직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또한 젊은의사들을 포함해 신뢰를 받는 새로운 위원장도 선출할 예정"이라며 "범투위는 더 이상 투쟁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향후 협상과 정책의 실무를 포괄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명제 대외협력 이사도 "합의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과정상의 비판도 많다고 하신다"며 "이로 인해 상임이사들은 수 많은 오해와 욕설을 들었다. 그러나 집행부로서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해 참았다. 내가 여당과 가깝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야당과는 더 가깝다"고 해명했다.
반면 최대집 회장과 임원진 불신안을 발의한 주신구 제주대의원은 "이 자리는 공정과 정의가 무너진 의료정책에 맞서기 위해 투쟁에 나섰던 모든 의사 회원들과 의대생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과 의사들을 응원하는 국민들의 좌절감과 분노를 기초로 만들어졌다”라며 “아직도 투쟁의 전장에서 홀로 고립된 본과 4학년 국시 준비생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절박한 호소에 응답하고자 빠르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임총에는 졸속합의를 규탄하고 최대집 회장과 집행부의 탄핵을 지지하는 젊은의사 등 회원들이 참석해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피켓을 통해 "젊은의사와 의대생들이 최대집 회장의 탄핵을 원하고 있다"며 "1938년 독일이 평화협정을 맺고도 6개월뒤 독일의 침공이 있었던 것처럼 9월 의정합의 이후에 이 같은 역사가 또 반복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일부 회원들이 임총장에 진입을 시도하면서 안전요원들과 다소 몸싸움이 있기도 했다. 코로나19 방역 문제상 50명 이상은 실내 집합금지가 원칙이라 4층 컨벤션홀 5개 방에서 임총이 진행되고 방청회원은 3층에 별도의 방이 마련됐다.
최대집 회장의 불신임이 부결된 이후 이날 회의장에서 탄핵을 주장하는 일부 젊은의사들이 회의장에 난입하는 해프닝도 벌여졌다.
정인석 경남대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젊은의사들이 부결에 대해 불만이 있어 들어온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젊은의사들 몇명이 들어왔다고 문을 잠그고 총회를 진행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해 부끄러워서 더 이상 있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결국 발언권을 얻은 익명의 의사회원은 "모두가 이번 합의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저들(회장과 집행부)은 이곳에 나와서도 자신들이 힘들었다는 것만 얘기하고 있다"며 "의료를 바꾸기 위한 힘이 모였었다. 그러나 어렵게 모아온 동력이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 것이 저분들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의협은 목소리 한번 못내고 참관도 못하게 한다. 이런 조직이 어떻게 대한민국 의료를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회원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들어줄 수 있는 회장을 원한다. 지금처럼이라면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후퇴만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 구성안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일부 대의원들의 주장에 따라 비대위 구성안건에서는 기명 투표가 이뤄졌다. 그러나 일부 대의원들은 이미 투표를 마친 상태로 귀가함에 따라 일부 무기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기명 투표를 진행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주예찬 임시비상대책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의협의 비대위를 만들어야 한다. 13만 의사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선 비대위가 꼭 필요하다"며 "오늘 투표로 집행부가 그대로 존재하게 됐다. 이번 결과가 분열을 의미하는지 (집행부의) 안위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단체행동 과정에서 버리고 온 의대 본4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원 불신임안에 이어 비대위 구성도 부결됐다. 전체 174명이 투표를 했으며 찬성 87 표 반대 87표로 비대위 구성안도 부결됐다. 마지막에 주승행 의장 직무대행이 투표권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투표는 유효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끝이 났다.
의협 조승국 공보이사는 "집행부가 젊은 의사들을 대폭 참여시켜 새로운 투쟁조직을 구성하겠다"라며 "비록 부족하고 미흡하지만 앞으로 의료계가 하나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