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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잭팟과 한약 '넥시아'

    "약물 가치는 입이 아니라 돈으로 증명"

    기사입력시간 2016-01-22 05:40
    최종업데이트 2016-01-26 07:55




    작년 한미약품이 이룩한 기술 수출은 국내 제약사들을 '오징어'로 만들어버렸다.
     
    외자사 약품의 공동 프로모션으로 매출을 유지하던 국내 상위 제약사나, 제네릭으로 법 테두리 밖에서 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하던 후발 제약사가 전부였던 국내 제약업계에서, 이 같은 성과는 '어색할' 정도다.
     
    물론 끈기 있게 도전해 신약 개발에 성공한 일부 제약사도 있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이런 비율은 미미하다 .
     
    리베이트 '쌍벌제 오적'의 주동자로 낙인 찍혔던 한미로서는 모처럼 의사에게 긍정적으로 어필할 기회가 생겼다.
     
    특히 제약주를 사랑한 주식 마니아 의사들에겐 더욱 더...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신약 파이프라인

     
    그동안 국내엔 이런 큰 딜을 성공한 유례가 없어, 8조라는 액수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이 액수는 국내 10대 제약사 매출의 합보다 많다).
     
    기자가 이번 한미 빅딜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한 건, 제약 산업은 정말 큰 규모의 비즈니스 영역이라는 것이다.
     
    기존에 없던 약물 성분이든, 새로운 약물의 전달 방법이든 의학적인 효과만 입증하면 빅파마는 지갑을 여는데 인색하지 않다는 것도 배웠다.
     

    의학적인 효과가 있고 그 효과를 증명할 수만 있다면, 더는 말이 필요 없다.
     
    약물의 효과는 돈 냄새를 가장 잘 맡는 사람들이 판단하고, 신약에 대한 가치는 돈이 판단한다.
     
    돈 앞에서 이성을 잃는 게 사람이지만, 큰 판돈이 걸릴수록 냉정해지려고 맘먹는 것 역시 사람이다.
     
     
    우리만 모르는 넥시아의 가치
     
    항암제 시장이 얼마나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인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14년 세계 항암제 매출 순위에서 20위에 겨우 턱걸이한 제품조차 1조원을 넘길 정도니 말이다.



    2014년 세계 항암제 매출 순위
     

    항암제를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갖춘 셀진(Celgene)이란 회사의 가치는 15년간 9,000%의 상승을 기록해 S&P 지수에 포함되는가 하면, 이미 일라이릴리(Eli Lilly)나 애보트(Abbott)를 앞질렀다.(그리고 길리어드(Gilead)의 기업가치는 곧 화이자(Pfizer)를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이쪽 약물의 가치가 워낙 높다 보니, 제약사의 관심도 각별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초빙 사이트에 가면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를 찾는 외자사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쪽이 '돈이 된다'는 얘기다.
     
     
    만약 국내에서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하면 어떨까?
     
    사실 이건 가정이 아니다.
     
    이미 그렇게 주장하는 약물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한방항암제로 알려진 '넥시아'다.
     

    개발자인 최원철(한의사) 교수 말대로 넥시아의 '항암효과'가 증명되면, 이건 국가적인 경사다
     
    의료계와 한의계가 싸울 명분도 없다.
     
    국내의 한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국내에서 항암제가 개발되면, 한미가 성사시킨 빅딜을 능가하는 거래가 탄생할 거라고 장담했다.
     
    그 장담에 기자도 설렌다.
     
     
    안중에도 없는 빅파마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런 대단한 약물에 관심을 보이는 빅파마가 없다.
     
    최 교수가 모 인터뷰에서 밝힌 '해외 임상시험'이나 '해외 병원 설립' 또한 인터뷰 이후 진척에 관해 알려진 바가 없다.(혹시 알고 계신 분은 제보 부탁한다.)
     


    <사진 출처 : 9 WCPO 동영상 캡처>


    게다가 최 교수가 유럽 종양학연보(Annals of Oncology)에 보고했다는 40개월 이상 생존한 4기 암환자 두 케이스 역시, 넥시아를 복용한 환자 전체를 고려하지 않으면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국내엔 음식으로 암을 고쳤다는 환자가 두 명 이상은 되고, 기도만으로 완치한 경우도 두 케이스 이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완치 환자가 있다고 해도, 음식과 기도를 치료라고 하진 않는다.
     
     
    어쨌든 잭팟이 터져야 할 곳에서 진행이 지지부진하니, 평소 애국심이 충만한 기자로선 갑갑하기 이를 데 없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기자는 넥시아의 잭팟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관해 다음의 가능성을 결론 내렸다.
     
    A. 한미약품에 지갑을 열던 빅파마가 유독 넥시아란 항암제 앞에서만 판단력이 흐리멍텅해졌다.  or
     
    B. 넥시아란 항암제는 한국인에게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고, 그 점을 빅파마가 파악했다.(그렇다면 혼혈은 약물의 효과가 반감되나?)  or
     
    C. 빅파마는 넥시아의 항암효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미의 빅딜에서도 알 수 있듯,
     
    약물의 효과는 주장이 아니라 임상으로 증명하고,
     
    약물의 가치는 입이 아니라 돈으로 증명한다(큰 질병 앞에 판단력을 잃기 십상인 암환자의 돈이 아니라, 빅파마의 돈 말이다).
     

    기자는 위 세가지 가능성 중, 적어도 C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해외에서 인정하지 않는 항암제를 국내에선 사용하는,

    그런 난감한 상황을 기자는 아직 받아들일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