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도수치료가 관리급여 적용으로 인해 사실상 사장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과도하게 낮은 수가와 불합리한 시행 기준 탓에 도수치료를 하려는 의사가 사라지고, 환자들은 치료권을 박탈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도수의학회는 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복지부를 향해 “국민도 의사도 정부도 손해이고 오로지 손해보험사만 막대한 이익을 보는 도수치료 관리급여를 법령까지 바꿔가며 시행했다”며 “도수치료 관리급여 고시를 즉각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당초 정부는 관리급여 제도를 통해 일부 비급여 항목의 과잉 진료, 지나친 가격 차이 등의 무제를 해소하고, 비필수 의료영역으로 인력 유출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해당 제도를 추진했다. 의료계가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의 의료 선택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학회는 “잘못된 설계와 손해보험사들간 과다경쟁으로 발생한 실손보험 손실을 오로지 과잉진료 탓으로만 돌린 손해보험협회나, 창립된지 10년이 지난 도수치료 전문학회인 도수의학회에 단 한번의 질의나 의견조회도 하지 않으면서 도수치료가 무분별하게 행해지게 방관했던 복지부는 그 책임을 의료계에만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필수의료에 필요한 정책 개선은 보이지 않았고, 점점 더 필수의료를 죽이는 반대정책만 행했다”며 “도수치료는 비급여지만 통증치료의 하나인 필수의료”라고 덧붙였다.
학회는 “더 큰 문제는 도수치료를 받고 싶어도, 받을 곳이 갈수록 적어지고 잇다는 점”이라며 “도수치료를 실시하던 많은 대형병원은 물론이고, 개인 의원들도 도수치료를 대부분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을 잃은 일부 물리치료사들은 스포츠마사지업소를 운영하며, 불법으로 단독 도수치료 행위를 하다가 복지부에 단속됐다”며 “이는 이번 고시의 폐해를 가장 선명히 보여주는 예다. 도수치료를 받고 싶어도 받을 곳이 없어진 환자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일부 부도덕한 물리치료사들이 불법을 자행하게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회는 의사들이 도수치료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 수가를 꼽았다. 고시에 따르면 도수치료 수가는 1회 4만3850원이다.
학회는 “의사의 진료비에는 의사 급여 외에도 직원 급여, 건물 임대비나 유지비, 각종 고가의료기계의 구입 및 유지비, 각종 관리비와 기타 장비 감가상각비, 그동안 받았던 교육비와 세금까지 포함된 것”이라며 “현재 수가로는 파산이 불가피하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합법으로 포장해 반강제적으로 도수치료를 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시술 관련 규정과 행정적 부담도 또 다른 요인으로 언급했다.
학회는 “30분 이상 의사가 시술해야 한다고 강제했는데 이는 질환 종류, 환자 상태 등에 따라 담당 의사가 판단할 문제로 명백한 진료권 침해”라며 “환자 상태나 치료에 중요한 시술은 의사가 10분 정도 직접 행하고, 나머지는 의사의 지휘 감독하에 물리치료사가 30분 더 시행하는게 의료기사법 법 제정 취지에도 맞다”고 했다.
이어 “모든 도수치료를 주 2회, 연간 15회,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 최대 24회만 치료 제한을 둔 조항도 의학적으로 근거 없는 무지한 규정”이라며 “기본적 물리치료나 재활치료를 먼저 시행하고 효과가 없을 때 도수치료를 하도록 한 것 역시 근거 중심 의학이 아니다. 도수치료가 가장 효과가 좋은 급성기를 지나고 치료하라는 건 전형적 탁상행정”이라고 했다.
또 “행정적으로 필요 이상 많은 기재사항이나 서류 제출도 보이지 않는 규제”라며 “추후 심평원을 통한 무분별한 삭감 우려도 그나마 도수치료를 살려 보려는 의사들이 마지막 의지를 접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학회는 복지부가 제도 시행 후 피드백을 통한 정책 수정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회는 “수차례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 복지부는 한 번도 의견조회가 없었다”며 “그 사이 도수치료를 하거나 배우려는 의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줄고 있고, 통증을 치료하는 필수의료의 하나인 도수의학은 관리급여란 이유 하나로 이 땅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한민국 도수의학의 정상화를 위해 복지부의 부적절한 근거로 만들어진 불완전 고시를 바로 개정하라”며 “학회는 도수치료비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있으니 복지부는 지금이라도 소통과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